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철원 Feb 05. 2024

인생이라는 그림을 그린다는 것

당신의 파레트에는 어떤 색깔의 물감이 있나요?

요즘 미술학원을 다니고 있다. 태어나서 처음 다녀보는 미술학원인데 흥미로운 부분이 많다. 내가 학원에 도착해서 그림을 그리기 전에 가장 먼저 하는게 무엇일까? 바로 파레트에 사용할 물감을 퍼오는 일이다. 수많은 색깔의 물감을 앞에두고 내가 그리려고 하는 작품에 사용될 색깔을 퍼오는 것이다. 




물론 그림을 퍼왔다고 해서 끝나는 것은 아니다. 모든 색깔의 물감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므로 내가 선택한 물감, 퍼온 물감을 기반으로 내가 사용할 색을 만들어야 한다. 그림을 그릴때는 어떤 색깔을 사용하느냐가 중요한데, 그 전에 그 색을 어떻게 만들지가 중요하다. 처음에는 내가 원하는 색을 만드는 것 조차 매우 어렵게 느껴진다. 미술 선생님 말씀으로는 시간이 어느정도 지나면 색깔 만드는 건 잘 만든다고 하는데, 아직 내 수준에서는 원하는 색을 만드는 것 조차 어렵다. 



그렇다면 내가 원하는 색은 어떻게하면 만들 수 있을까? 내가 원하는 색은 기존의 색들을 섞어서 만든다. 

앞서 말했듯, 그림을 그리기 전에 가장 먼저 하는 것이 내가 사용할 색깔의 물감을 파테트에 퍼서 가져오는 것이다. 만약 내가 원하는 색의 기반, 조합이 되는 색을 안가져왔다면 아쉽게도 내가 원하는 색을 만들 수 없다. 이런 경우 어떻게 하면 될까? 다행히 미술학원에서는 다시 물감이 있는 곳으로 가서 색을 가져오면 된다. 




흔히 인생을 그림에 비유한다. 처음 태어났을 때는 새하얀 도화지에 비유할 수 있고, 인생은 그 도화지에 색을 입히는 과정이다. 내 도화지에 어떤 색깔을 사용할지는 내가 정한다. 그렇다면 나는 그 색깔을 가지고 있을까? 내 인생을 그릴때 내가 가진 색깔이 노란색이 전부라면 나에게는 노란색 이외의 선택의 여지가 없다. 내가 그린 그림은 노란색만으로 그려질 것이다. 


인생을 그림이라고 비유했을 때 물감에 해당하는 것이 재능, 스킬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살면서 여러가지 스킬을 익힌다. 아주 어렸을 때는 걷기, 말하기와 같이 기본적인것부터 수학, 음악, 미술과 같이 어려운 것들을 배운다. 인생은 배움의 연속이라고 한다. 나는 이 배움이라는 것이 내가 가진 물감을 늘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가진 물감이 많을 수록 표현할 수 있는 것들이 늘어난다. 




여기서 물감의 종류가 중요하다. 만약 내가 가진 물감이 10개가 있는데 빨강, 주황, 노랑과 같이 모두 빨간색 계열의 색깔이라면 이들로 그림을 그리면 여러가지 색깔을 사용하지만 결국 빨강색 계열이 될 것이다. 내가 가진 물감이 모두 빨간색 계열이라면 아무리 기존의 조합을 섞어도 파란색은 표현하기 어렵다. 




색을 섞는 방법은 크게 두가지가 있다. 첫번째 방법은 파레트 가장자리에 있는, 미리 준비된 색깔끼리 섞는 경우이며, 두번째 방법은 이미 여러가지 색을 섞은 결과물과 기존 색을 섞는 것이다. 색깔을 만들때 반드시 기존에 존재하는 빨강, 파랑과 같은 기본 물감에서 제공하는 색을 사용할 필요는 없다. 상황에 따라 이미 내가 만들어놓은 색이 있다면 해당 색을 활용해 다른 색과 섞어 새로운 색을 만들 수도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내가 색을 만들기 위해 빨강, 주황, 흰색 세가지 색을 섞어 만든 색이 있다면 이 이름을 알 수 없는 색과 다른 색을 섞어서 또다른 색을 만들 수도 있는 것이다. 항상 제로에서 시작할 필요가 없다. 내가 만든 이름없는 색으로도 충분히 다른 색깔을 만들 수 있다.



눈썹 같은 부분을 표현할 때 완전 검은색 같은 극단적인 색은 쓰면 좋지 않다. 극단적인 색을 사용하면 실수했을 때 수습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인생도 마찬가지 아닐까. 극단적인 선택이나 말, 행동을 하게 되면 나중에 수습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내가 그리고자 하는 그림은 결국 내가 가진 물감의 종류, 스펙트럼에 큰 영향을 받는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랍스터(바닷가재)에 대한 소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