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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영 Aug 01. 2024

다시, 바다에서

새로운 문장을 쓸 차례

사랑 찾아 바다를 떠나온 인어공주 마냥 내면의 에너지가 길을 잃으면, 어김없이 바다를 찾아간다. 유년시절을 바다에서 나고 자란 사람은 어쩔 수 없나 보다. 눈앞에 바다를 두는 것만으로도 근심이 사라진다.


퇴사 D+18


동해 바다에 왔다.

자세히는 맹그로브 고성. (글을 쓰고 싶었고 눈치 보지 않고 편히 노트북을 펼쳐두고 싶었다)

끝을 알 수도 없는, 어쩌면 내가 보는 끝이 끝일 수도 있을 것 같은 수평선을 바라보고 있으면 이유 모를 울컥함이 올라온다. 시원한 바람에 울렁이는 마음을 잠재우기 위해 잔잔한 고향 바다를 떠올린다. 어쩔 수 없나 보다. 그래, 나는 작은 바다도시 사람이다.



포근한 어촌 마을


통영대교 아래로 중학교 3년, 양치 뷰가 거제대교였던 고등학교 3년.

집 옷장 한편엔 아빠의 조선소 옷들이 가득했다. 바다 품에 안겨 사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어촌 마을이랬지만 나는 통영 시내 사람이다.


스무 살, 대학생활을 대구에서 보냈다. 꿈이 있었고, 사람을 좋아했고 술 마시기를 즐겨했다. 낯선 것을 좋아했고 이십 대 초반 나의 열정과 바쁨을 사랑했다. 사랑하는 일과 친구들 사이에서 자연스레 바다는 잊힐 줄 알았는데, 답답한 순간이 올 때면 바다가 그리웠다. 아양교를 내달리는 차와 펼쳐진 금호강을 보아도 해소되지 않는 그리움이다.


스물 다섯, 서울에서의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서울말도 사투리도 어떤 말을 해야할지 한마디 떼기가 어색하던 시절, '한강'에 대한 로망으로 웬만한 유명 한강 스팟은 다 다녔다. 그 중 최애 스팟은 '노들섬'이 되었으나 한강을 지날 때면 이유모를 슬픔이 몰려 온다. 비릿한 강내음 앞에서 툭툭 내뱉은 사람들의 한탄과 시간들이 내겐 조금 버겁다. 


두번째 강원도 여행에서 바다를 보고 있다. (경상도 사람이라면 강원도 여행이 얼마나 힘든지 알테다)

서로 물결을 만들며 철썩이는 파도소리가 시원하다. 저 멀리 섬이 없다니, 이 작은 나라에서 방향을 틀었다고 보이는 장면이 이렇게 다를 일인가. 온 파도를 내가 다 껴안아야할 듯이, 파도소리가 아픈 듯도 하다.


여전히 바다의 품을 그리워 한다.

섬으로 둘러싸인 통영바다의 아늑함이 그립다.

눈뜨면 보이던 바다와 바다내음을 그리워 하는 중인가보다. 



이곳에서 다시 시작


오랫동안 나를 괴롭혀왔던 성과주의, 완벽주의는 하루에 수십 가지 일을 처리해야 하는 직장을 다니며 해소되었다. 덕분에 완벽하진 않더라도 한 글자 한 글자 꾹꾹 글을 썼다. 새로운 시작을 위한 글을 맺을 수 있을 것 같다.


돌고 돌아 마침내 내가 원하던 일을 시작할 수 있는 시기가 찾아왔다. 바다를 떠나온 나의 시간이 물거품이 되고 싶지 않으니 마음을 다잡아 보자. 다시 돌아온 바다에선 잠시 안식만 취해가자.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의 여름이다.

아득한 바닷가에서 포장해 온 오징어순대와 맥주 한 캔으로 하루를 마무리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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