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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eldon Feb 27. 2023

미국 광고인이 바라본 드라마 대행사 명장면 Top5

조금 덜 광고 같은 광고 이야기


미국에서 틈틈이 시청한 JTBC 드라마 대행사가 막이 내렸다.


개인적으로, 중간중간에 끼여 있는 러브 스토리 및 그룹 차원에서의 정치 이야기 등은 새롭지는 않았다. 


내가 제작팀이라서 그런가... 제작팀 및 고아인 그리고 기획 (최창수 상무)와의 관계 등이 더욱 흥미로웠다.


그래서 오늘은 내가 꼽은 대행사 명장면 5가지를 뽑아보고자 한다. (상당히 제작팀 관점에서)



하고 싶은 일, 하지 말아야 하는 일, 해야 하는 일





이야- 명장면이다.


경쟁 PT 없이 300억이 수주 가능한 대부업 (제2금융권) 광고를 거절하는 CCO 누님.


대부업 사장이 고아인에게 묻는다. 


"상무 님도 저희 무시하시는 겁니까?"


"아니요."


"업계 평판 때문이라면, 대행사 이름과 상무님 이름도 빼고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아니요. 개인적인 일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리고서는 어릴 적, 빚쟁이에게 쫓기며 살아온 자신의 부모님과 자신의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고아인.


"내가 제일 잘하는 일이니까, 내가 제일 하지 말아야 하는 일이야."


그에 대해, 고아인 밑에 있는 CD들이 하나같이 말리며 하는 말은 다음과 같다.


"일단 우리부터 먹고살아야 하는 거 아니에요? 그리고 광고인이라면 그게 무엇이든 팔아야 하는 거 아닌가요?"


맞다. 고아인 말도 맞고, CD들 말도 맞다.


광고인이라면 그게 무엇이든지 팔아야지. 근데 광고계에는 약간 불문율 같은 게 존재하긴 한다. 꺼리는 업종(?), 꺼리는 클라이언트라고 할까? 미국에서는 Vice Product라고 부른다.


담배 광고.

약 광고.

대부업 광고.


즉, 광고를 잘함으로 인해서 더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볼 수도 있는 제품 혹은 서비스를 뜻한다.

뭐랄까? 약간 도덕성에 어긋난다고 할까? 그래서, 광고인들이 기피하는 클라이언트이다.

극 중, 고아인의 판단은 개인적으로 나에게는 꽤 간지나는 결정이었다.


나도 나중에 CCO가 되면, 300억 수주의 광고를 포기할 수 있을까?

내 직원들이 굶주리고 있는 와중에도 말이다.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장면이었다.





너 때문에 못 죽겠잖아...




독립 광고 대행사를 운영 중인 고아인의 선배(?) 광고인이, 대기업의 횡포로 인해 실력으로도 이길 수 없는 한국 광고계의 현실에 낙담하고, 직원들 월급도 주지 못하는 현실에, 자살을 하려고 한다.


그때, 고아인이 와서 그녀의 자살을 말리고 옥상에서 술을 마시며 회포를 푼다. 


선배가 고아인에게 묻는다.


"너는 왜 대행사 들어왔냐?


"월급 많이 주고, 오직 실력으로만 승진할 수 있는 바닥이라고 해서..."


"하하 하하 하하 하하! 실력 좋아하시네! 누가 그런 소리 하던? 후회 안 해?"


"후회할 시간이 어딨어요? 눈앞에 닥친 일 처리할 시간도 없어 죽겠는데..."


"아~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냐?"


"어떻게 살려고 하지 말고, 그냥 살아요. 오늘만 보고."


"지랄하네. 지는 내일만 보고 살면서."



이 장면..... 

너무 현실적이어서 뭉클했다.

그깟 광고 하나 못 땄다고 자살한다고? 

그래봤자 광고, 그래도 광고인데 그거 때문에?


아니다.

실력이 아무리 좋아도 대기업의 횡포에 살아갈 수 없는 작은 독립 광고대행사의 현실을 꼬집는다.

한국 광고계의 가장 아픈 부분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대기업 광고 대행사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구조.

실력 있는 크리에이티브가 살아남을 수 없는 구조.

그것에 한탄하면서,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강자 앞에 줄 서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한다는 광고계의 참상을 보여준다. 


그렇다. 특히, 제작팀이 광고를 시작하면서 우직하게 믿었던 거는 하나다.


'광고계는 실력이 있으면 살아남는다.'라는 믿음. 


나도 마찬가지로 실력이 있으면 살아남을 수 있다는 믿음 하나도 미국에서 광고를 만든다.


미국에서도 실력으로 살아남을 수 있고, 미국에서도 최고의 대행사에서 일할 수 있다면, 나중에 한국에서 이런 구조를 바꿀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가지고 유학길에 올랐었고, 지금도 그런 마음으로 뉴욕 대행사에서 일한다. 


시카고 최고 광고대행사에서 일을 배우고, 그것도 모자라서 지금은 뉴욕 최고 대행사에서 일을 배우고, 같이 호흡하려고 하는 주된 이유가 그것이다. 


내 실력에 대한 믿음.


미국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되고, 더 높은 자리에 오를 정도의 실력을 갖출 수 있다면, 한국에서도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내 실력이 어마어마하게 뛰어나다면, 대기업의 구조를 이길 수 있지 않을까? 정말 말 그대로 세계 최고의 실력을 가진다면, 다 이길 수 있지 않을까라는 헛된 꿈 말이다.


나는 그래서, 극 중에서 자살을 할만큼 치열하게 사는 고아인의 선배가 멋지다.

간지 난다. 그만큼 강력하고 그만큼 치열하게 꿈꿨다는 거니까.

여전히 한국에는 저런 훌륭한 광고인들이 많은 것 같다. 

드라마는 현실을 투영한다고 하지 않나?

부디, 실력 있는 훌륭한 광고인들의 꿈이 짓밟히지 않았으면 한다.





업계에 쓸모없는 건 빨리 치워야죠



VC 그룹의 전 회사에 아침, 점심, 저녁으로 우성 우유를 제공한다면, 광고를 집행하는 것보다 더 분명하고 확실한 영업 이익을 올릴 수 있다고 주장하는 최창수 기획 본부장. 즉, 크리에이티브 안이 아무리 좋던지 나쁘던지 와 관계없이, 매출 이익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을 대기업의 구조를 이용해서 악용한다.


그러한 업계의 악행을 뉴스에서 고발하는 고아인의 선배 광고인인 유정석 제작 본부장.


"이 일은 VC 기획의 유정석 제작 본부장과 최창수 기획 본부장의 주도로 이루어졌습니다. 업계에 필요 없는 건 빨리 치워야죠."


개간지 터졌다.

저런 선배가 있을까?

드라마로 만들어졌으니, 아마 진짜 있었던 일이겠지?

분신자살을 하면서 업계의 더러운 관행을 부숴버리겠다는 우리의 대선배님.

그리고, 과감히 사직표를 던지고 장사를 하러 돌아가는 대선배님의 모습은 간지였다.


"고 상무, 눈에 보이는 것만 믿지 마. 낚싯대가 아니라 미끼를 봐야지 본질을 알 수 있어."


자신이 회사로 돌아온 진짜 이유는 업계의 잘못된 관행을 부수기 위해 분신자살을 하는 것이라는 걸 알려주는 선배.


그리고, 미지근하게 식어버린 맥주를 한 잔 마시면서 건네는 말. 


"미지근하게 사는 것도 괜찮아."


이야, 카피라이터 출신 우리의 대선배님이 마지막으로 던지신 말이다.

미지근하게 살면서, 더러운 관행을 고발하고 고칠 수 있다면 미지근하게 사는 것도 괜찮지. 

개인적으로, 정말 멋진 선배의 모습을 보여준 것 같아서 정말 멋있었다.

정말 이상적인 광고인 대선배의 모습을 보여준 거 아닌가? 간지였다.





열심히들 해. 나처럼 열심히는 말고.



고아인 (제작 본부장) vs 최창수 (기획 본부장)


싸움이 막을 내렸다.


결국, 최창수 본부장이 짐을 싸고 회사를 나가면서 던진 마지막 말이 인상 깊었다.


"열심히들 해. 나처럼 열심히는 말고."


하... 정말 많은 메시지가 담겨 있다. 


사내 정치

vs

진짜 실력


결국, 우리 사회는 진짜 실력이 사내 정치질보다 더 의미 있다는 것을 안다.

그리고 이 드라마는 고아인의 실력 (6개월 내 50% 매출 상승)에 박수를 보낸다.

퀘퀘묵은 정치질과 이간질 그리고 아부 및 접대에는 야유를 보낸다.

나처럼 열심히는 하지 말라는 최창수 기획 본부장의 마지막 말은 결국에는 '실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입증한다. 그로 인해서 드라마의 메시지가 뚜렷해지고 모든 갈등이 풀린다.

개인적으로, 씁쓸하면서도 지극히 현실적인 마무리이지 않나 생각한다.

최창수에 대한 연민도 없고, 고아인에 대한 감탄도 없다. 

다만, 진짜 실력에 대한 인정만이 있을 뿐이었다.







내 한계를 왜 남들이 결정하지?



VC 기획의 대표로 승진을 하자마자, 회사를 박차고 나와서 독립 광고대행사를 차리는 우리의 고아인 대표님.



"장난하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청개구리 같았다.


매일 정신과 약을 밥 먹듯이 먹고, 알코올 홀릭에... 워커홀릭... 결혼도 안 해... 연애도 안 해...

마침내 대행사 대표 자리까지 갔는데, 그만두고 독립 광고대행사를 차린다고?! 

읭?

ㅋㅋㅋㅋㅋ;;;


개인적으로 결말은 약간 '읭? 뭐징?'하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고아인이 마지막으로 던지는 말은 그럴싸했다.


"내 한계를 왜 남들이 결정하지?"


하하하...

그치그치... 

자기 한계를 남들이 결정 못 하도록 독립 광고대행사로 새 출발을 하시겠다?!

한계는 자기가 규정하시겠다?! 

ㅋㅋㅋㅋㅋ광고인다운 결정이다ㅋㅋㅋㅋㅋ

그래 간 to the 지.


차라리 나라면, 초반에 나오던 그... 게임회사 대표랑 연애하는 그런 해피 엔딩이면 낫지 않았나?


이런 생각도...


아니... 워커홀릭, 알코올 홀릭, 노연얘, 노결혼. 아무것도 안 하는데, 그중 연애라고 하게 해주면서 끝나면...

사람들이 이렇게 생각할 거 아냐...

'아... 광고인은 대표가 되면 연애할 수 있구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그건 그거대로 안 좋은 결말이겠구나... ㅋ


아무튼, 내가 뽑아본 드라마 대행사 TOP5는 다음과 같다.


마지막으로 드는 생각은...

우리 광고인들이 저렇게까지 치열하고 힘들게 사는 건 그만큼 자기들의 일을 사랑하기 때문이지 않을까?

그래서, 광고인들은 참 멋진 거 같다. (아주 편향된 광고인의 시각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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