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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eldon Aug 26. 2023

2023 부산국제마케팅광고제 (MAD STARS)참관기

조금 덜 광고 같은 광고 이야기

2023 부산국제마케팅광고제 (MAD STARS)


그저께 2023 부산국제마케팅광고제에 참관했다.


내가 처음 부산국제광고제에 참관한 건 2013년 학생부 컴페티션인 영스타즈였다. 2014에도 영스타즈에 참여했었으니까... 그 후로 어언간 10년은 된 것 같다. 10년 후, 2023년 부산국제광고제는 이름이 계속 변화해서 지금은 부산국제마케팅광고제로 개칭된 것 같다. 광고 크리에이티비에 국한된 게 아니라, 마케팅까지 포함하기 위한 전략적 시도 같은데 나는 좋은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오늘은 2023 부산국제마케팅광고제 참관 후기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한다.


부산국제마케팅광고제는 아시아 최고의 광고/마케팅 축제


우리 광고인들은 안다.


싱가포르에 Spikes Asia가 있다고 해도,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나는 여전히 부산국제마케팅광고제를 아시아 으뜸으로 뽑고 싶다. 막말로, 싱가포르보다는 우리 한국이 광고 더 잘하지 않나? 우리 대한민국 사람들 창의성 끝판왕인 거 다들 알잖아. 에이 프로끼리 왜 이래~? 


지난해부터 15주년을 맞은 부산의 광고제는 MAD STARS라고 명칭을 바꿨다.

근데 그거 아나? 작년부터 미국의 마이애미 애드 스쿨도 명칭을 M.AD School of Ideas로 바꿨다.

우연이긴 한데, 결론적으로 MAD는 미국의 광고인을 지칭하는 MAD MEN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결론적으로, MAD는 광고인들에게 널리 사랑받는 이름이다. 


그래서 부산국제마케팅광고제에서 MAD STARS 뜻이 뭐냐고? 뭔 약자냐고?


Marketing, Advertising, Digital Content = MAD의 약자


소름 돋지 않나? 아니, 이렇게 딱 떨어진다고? 

미쳤다. It's mad, mad. mad world!

따라서, 개칭을 한 부산국제마케팅광고제는 미친 광고제다. 


자, 그런 미친 광고제에서 내가 마음에 드는 작업들을 사진으로 찍었다.


몇 개만 같이 보자. 무슨 미친 아이디어를 축하해 왔는지 알면 좋잖아?



내 마음에 든 그랑프리 작업들 3개만 소개하겠다.


가상의 불법몰카야동 (페이크)을 온라인에 기재하고 경각심을 일깨우는 캠페인


가상의 불법몰카야동 (페이크)을 온라인에 기재하고 경각심을 일깨우는 캠페인


이 아이디어는 2018년 그랑프리다.


이와 비슷한 아이디어는 우리 이동익 횽님이 2014년인가? 아주 옛날에 개인프로젝트로 집행했던 'Hi Jessie'라는 아이디어와 비슷하다. 그래서, '어? 이거 아이디어가 참 비슷하다.'라는 생각을 했지만, 부산지방경찰청을 광고주로 해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이 되고 법도 제정했다고 하니 정말 좋은 집행이지 않나 싶다. 


토렌트에서 야동을 다운로드하는 사람들을 겨냥한 페이크 포르노 영상을 만들어 경각심을 제고한 Hi, Jessie. 캠페인
토렌트에서 야동을 다운로드하는 사람들을 겨냥한 페이크 포르노 영상을 만들어 경각심을 제고한 Hi, Jessie. 캠페인


나는 아이디어는 실제로 집행을 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문제가 해결되면 되는 거지. 아이디어가 비슷하다고 문제가 된다고 여기지 않는다. 세상에 없는 아이디어가 어딨나? 스티브 잡스도 기존에 있던 것들을 모방 및 연결해서 애플을 시작하지 않았나? 나는 효과를 내는 집행이 아이디어 그 자체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제일기획에서 집행한 2018년 스탑 다운로드킬은 에피 어워즈에서 그랑프리를 받았다고 하니, 그 효과성이 우수하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기 때문에 제일기획의 작업이 더 우수하다고 생각한다.


72andSunny에서 집행된 NFL Superbowl Campaign.
다음 100년의 NFL 슈퍼볼을 기리기 위해, 과거의 풋볼영웅들을 만나다.


이 아이디어는 2020년 그랑프리라고 한다.


72andSunny에서 집행된 NFL 슈퍼볼 캠페인이다. 아이가 풋볼을 받고 NFL 슈퍼볼 구장까지 달리면서 다양한 스포츠 스타들을 만나는 이야기를 영상으로 풀었다. 이러한 스토리텔링 방식은 2023년 NFL 슈퍼볼 광고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금까지도 72andSunny에서 집행되고 있는 NFL 광고는 나도 초대받아서 아이디어를 내고 기획과정에도 참여한 경험이 있다. 그러면, 2023년에는 어떤 광고를 집행했을까?


72andSunny에서 집행한 2023 NFL 슈퍼볼 광고인 'run with it' 


2023년의 기획 방향도 2020년 작업과 마찬가지로 어린아이가 풋볼을 받고, 구장까지 달리면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서 표현했다. 하지만, 다른 점은 Flag Football이라고 해서, 기존 과격한 풋볼과 다른... 여자들도 할 수 있는 몸에 메단 'flag'를 떼는 방식의 게임이다. flag football은 남녀노소 누구라도 다치지 않고 즐길 수 있기 때문에 미국에서 뜨고 있는 게임이며, NFL에서도 이를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알리려고 하고 있다고 기획에서 말했었다. ㅎㅎㅎ;; 더 자세한 작업은 여기서 볼 수 있다. (https://www.72andsunny.com/work/nfl-run-with-it)



루게릭병에 대한 인식을 알리고자 루게릭병 환자가 필요 없는 물건들을 파는 아이디어.


루게릭병에 대한 인식을 알리고자 루게릭병 환자가 필요 없는 물건들을 판다.


이 아이디어는 2022년 그랑프리라고 한다. 


루게릭병에 걸린 사람이 가지고 있는 필요 없는 물건들을 파는 것을 통해서, 그 병의 심각성을 알리는 Awareness 캠페인이라고 한다. 이 아이디어는 2015년에 레오 버넷에서 집행했던 'Mayhem Sale' 캠페인을 연상시켰다. Allstate 보험 브랜드의 장수 마케팅 캐릭터인 'Mayhem'이 휴가를 간 커플들의 물건들을 파는 아이디어다. 휴가 기간에 도둑들이 집에 들어와서 물건을 훔쳐가니까 집 보험을 들기를 권유하는 광고 캠페인이었다. 


Mayhem Sale 캠페인 - 휴가 때 도둑이 들어서 당신 물건을 훔쳐갈 수 있어요! 집 보험 드셔야죠?!


개인적으로, 집행 표현 방법에서는 위의 아이디어가 더 재밌다고 느껴진다. 왜냐하면, 메이헴이라고 하는 캐릭터가 가진 폭력성을 잘 활용해서 홈쇼핑 형식으로 더 재밌게 전달했기 때문이다. 물론, 저 아이디어도 2015년에 칸느 및 유수의 광고제를 휩쓸었다. 어쨌든 세상에 없는 아이디어는 없는 것 같다. 더 자세한 작업은 여기서 볼 수 있다. (https://brandanjenkins.work/social-savvy-burglar) - 레오 버넷에서 같이 일했던 내 이전 씨디님이시다.


아동학대의 경각심을 나타내는 프린트 캠페인


아동학대의 경각심을 나타내는 프린트 캠페인


이 프린트 광고는 아동학대의 심각성을 나타내는 광고다. 개인적으로, 그림자를 활용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무서운 진실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소름 끼치게 잘 표현한 광고이지 않나 싶다. 물론, 그림자를 활용한 표현 방식은 이전에도 많았지만 나는 그런 것보다 이것이 있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표현한 정말 훌륭한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훌륭한 통찰력을 가지기 위해선 정말 많은 사람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지 않나 싶다.




사실 내가 부산국제마케팅광고제에 간 것은 스튜디오 좋의 강연 때문.


사실, 수상작들을 보려고 참관한 건 아니었다.


한국 광고계에서 훌륭한 광고를 만든 것으로 주목받은 송재원 감독 및 남우리 씨디님을 직접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이 어떻게 광고를 만드는지 간접적으로 보고, 내가 하는 방식이랑 유별나게 다른 어프로치가 있을까? 그들은 어디서 영감을 얻는 걸까? 등 개인적으로 묻고 싶은 질문들이 여럿 있었다.


같은 광고 크리에이티브로서 업계에서 인정받는 광고인들 덕질은 미국, 한국 가리지 않고 하는 게 좋다. 뭐랄까? 14-16세기 르네상스 시대에 문화부흥운동이 일어날 당시, 로마의 훌륭한 예술가들은 서로의 작업을 보고 공부하고 성장했다고 하지 않나? 뭐, 그거랑 비슷한... 일종의 광고부흥운동 차, 시장조사(?) 했다고 생각하면 편하다. 아 됐고, 그래서 그들이 무슨 얘기를 했냐고? 


컨펌의 늪: 끝없는 컨펌과정을 통해 광고제작과정을 보여주다.


사진을 가로로 찍었어야 하는데... '컴펌의 늪' 표지 아트가 상당히 아름다웠다. 아 물론, 저 두 분이 표지보다 더 아름다웠...


먼저, 이 두 분의 말을 빌리자면 감독과 씨디로서 두 분은 매일마다 이혼위기를 맞는다고 한다.


그래도 8년 동안 이혼위기만 맞았지, 이혼 안 했으니까 성공한 거 아닌가? 하하하... (그들의 말을 빌렸다)


그런 그들이, 최근 광고 작업물인 '제로 슈거 새로'의 광고 제작 과정을 알려 줬다.


영상은 여기서, https://youtu.be/8z-r-_oY3GM?si=Ue-uHbz8OwORmkBW


저 남자는 구미호 (남 새로구미)인데, 무당 (제품이 당이 없다)이란다. ㅋㅋㅋㅋㅋ;;;


각 씬 (scene)마다 결정하게 된 시각적 디테일들을 이야기해 주면서 제작과정전반을 설명해 줬다.


세 번째 키 비주얼 (Zero Sugar)를 보면 '와~ 아트가 정말 기가 막힌다.'라는 생각이 드는 아이디어 아닌가? 뿐만 아니라, 캐릭터의 발목 사이즈까지 고려하는 디테일부터, 머리카락이 가운데에 길게 있어야지만 미소년을 표현할 수 있다는 감독님의 철학까지... 괜히 좋은 광고가 나오는 게 아닌가 싶었다. 광고 영상은 여기서 볼 수 있다. https://youtu.be/8z-r-_oY3GM?si=Ue-uHbz8OwORmkBW

[롯데칠성 주류 X 스튜디오좋] 제로 슈거 새로, ‘제로 슈거 새로, 부드럽게 넘어가버렸다’, 남 새로구미 본편


강연이 끝난 후, 내가 궁금했던 몇 가지 질문들을 했다.


영감은 덕질의 깊이에서 나온다.


감독님과 씨디님 두 분 모두 영감을 얻는 방식의 공통점이 있었다.


'광고보다는 덕질'


다양한 분야에 어느 한 가지에 빠져 있는 사람이 좋은 광고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캐릭터 디자인을 하는 사람은 정말 그 캐릭터 디자인 하나, 어디까지 파봤니? 덕질의 깊이에서 나온다고 말씀하신 것 같다. 진짜 맞는 말씀이었다. 나는 속으로, '나는 광고 덕질을 제일 많이 하는 것 같은데... 이 사람들은 광고 덕질도 할까?'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물어봤다.


"주로 덕질은 어디서 하세요?"


송재원 감독님은 성격이 쾌활하고 밝으며 자신감이 넘치고 유머 감각이 뛰어난 분이셨다. 엄청난 재능을 가지고 있고, 실제로 그 재능이 실력으로 드러나는 분이셔서 자신감의 원천과 잘 들어맞는 느낌이었다. 일단, 기본적으로 덕질 스멜이 나면서 뭔가 다양한 주제에 얕지만 깊게(?) 파면서 잘 기록해 두고 꺼내 쓰는 느낌? 전형적으로 훌륭한 아트 디렉터의 역량(?)과 습관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다크 한 데 있잖아요? 저는 광고는 많이 안 보는 편인데 남우리 씨디는 광고를 많이 봐요. 그리고... 그 왜... 딥웹이나... 트위터나 이런데 보면 뭐 하나에 아주 깊게 판 사람들... 그런 사람들 계정 팔로우하고 보면서, 마음에 드는 것들이나 새로운 것들을 저장해 둬요. 그리고 필요할 때 꺼내 쓰는 거죠."


이어서, 남우리 씨디님한테 물어봤다. 


"씨디님은 어디서 영감을 받으세요?"


남우리 씨디님은 자신감이 세고 재능이 충만하며 유머 감각이 있으며, 있는 그대로 하는 숨김없는 '힘순찐' 같은 느낌이었다.


"OTT, 웹툰, 영화, 가리지 않고 다양한 곳에서 영감을 얻는 것 같아요."

"그렇군요. 카피라이터이신데 이전 광고 카피들을 보고 공부하시고 그런 편인가요?"

"아뇨. 그건 이미 했던 거잖아요?"


캬... 간지... 그건 이미 한 거잖아요? 소름 돋았다. 진짜 맞는 말이라서 더 이상 물을 게 없었다. 


남우리 씨디님은... 간단명료한 답변들이 뭔가 진짜 '힘순찐'의 느낌인데 찐따 느낌이 아니라... 뭐랄까... '힘순착' 힘을 순긴 착한 주인공 느낌? 약간 웹툰으로 따지면, 약한 영웅의 주인공 느낌 + 노블레스 주인공 느낌. 안 건거드리면 괜찮은데, 괜히 건드리면 뼈도 못 추릴 가능성이 높은 타입? 실력으로 조지겠다. 이런 느낌인 힘을 숨긴 착한 주인공? (힘순착)


이거 분명히 칭찬이다. 진짜로. 칭찬이라고!!

(캐릭터가 있다는 거니까 진짜 매력적이라는 뜻이라고!)


남우리 씨디님 느낌? 내 개인적 견해다


어쨌든, 광고계의 무림고수들의 강연도 듣고 영감도 받고 오랜만에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앞으로도 이렇게 재능과 실력이 충만한 광고인들을 더 많이 만나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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