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켜주고 싶은 마음에서 오래 살아남는다

브런치×저작권위원회

by 에디터 햇살


누가 내 글을 무단으로 가져간 적은 없다.

그 흔한 도용 신고를 해본 적도 없고,

억울하게 내 문장을 남의 이름으로 본 적도 아직은 없다.

그런데도 ‘저작권’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딘가 마음이 찌릿해진다.

아마 내가 누군가의 글을 오래 좋아해본 사람이라 그런 것 같다.


짧은 문장 하나에 하루 기분이 바뀌고,

그 글을 쓴 사람이 궁금해지고,

어쩌다 그 사람이 쓴 다른 글까지 찾아보게 되는 일.

그렇게 문장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 사람의 감정과 시선을 닮게 된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글이 되고 싶다.

누군가의 하루를 살짝 흔드는 문장을

한 줄쯤 쓸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나는 브랜드를 소개하는 글을 쓴다.

서비스나 제품, 공간, 경험.

그 안에 담긴 의도와 감성을 내 말로 풀어내는 일.

가끔은 광고 같고, 가끔은 일기 같고,

어떨 땐 그냥 내 안의 감정을 정리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하지만 어쨌든 나는

남들이 만든 무언가를 내가 느낀 방식으로 해석해서 전달하는 사람이다.

그 사이에서 늘 고민하게 된다.

이 감정은 어디까지가 내 것이고,

이 문장은 정말 내가 만든 걸까.


사실 요즘은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게 너무 쉽다.

잘 만든 이미지 하나, 멋진 한 줄의 문장,

SNS에서 보고 마음에 들면,

그냥 저장하고 퍼가는 일이 너무 자연스럽다.


그래서일까.

이젠 뭔가 ‘좋다’고 느껴질 때

그 감정 뒤에 따라오는 작은 죄책감이 생겼다.

“이거, 내가 써도 되는 걸까?”

그 감정이 저작권에 대한 내 첫 감각이었다.


처음부터 정확한 개념을 알고 있던 것도 아니고,

누군가에게 배운 적도 없다.

다만 좋아하는 감정을 오래 느끼다 보니,

그걸 만든 사람에 대한 책임감이 슬쩍 따라붙은 거다.


하지만, 너무 무겁게 굴고 싶진 않다.

내가 만든 모든 문장을 완벽하게 지키고 싶은 것도 아니고,

누구보다 출처에 엄격한 사람도 아니다.

사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도 가끔은 어디서 봤던 문장을 무심코 저장해두고,

그게 누구 건지 기억하지 못할 때가 많다.


적당히 거리두고 있다.

지키고 싶지만, 다 지킬 수 없다는 걸 안다.

그래서 무작정 엄격해지는 대신

가끔은 그냥 조용히 감탄만 하고 넘어가기도 한다.

중요한 건, 그 감정을 부정하지 않는 거다.


좋은 글을 보면

이건 누가 썼을까 궁금해지고,

멋진 이미지를 보면

처음 만든 사람이 누굴까 떠올려보게 된다.


그게 내가 가진 최소한의 예의 같다.

브런치X저작권위원회에서 이번 공모전을 연다는 소식을 봤을 때,

‘이건 내 얘기를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보다 창작을 진지하게 여기면서도,

때로는 스스로도 기준이 모호한 상태로 살아가고 있는 나.

나는 내 글에 진심이다.


좋은 문장을 만들기 위해 퇴고를 수십 번 하고,

감정과 정보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려 애쓴다.

하지만 완벽하게 지켜지지 않는 경계 속에서

나 역시 누군가의 콘텐츠를 쉽게 소비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걸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하나다.

누군가의 창작이 쉽게 소비되지 않았으면 해서.

좋아하는 만큼,

조금은 더 조심히 다뤄졌으면 해서.

내가 브랜드를 소개할 때 가장 고민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그 브랜드의 이야기를 완전히 내 감정으로 덮어버리지 않도록.


그들이 만든 세계를

내 문장으로만 해석하지 않도록.

그래서 가끔은 일부러 거리를 둔다.

좋아해도 덜 쓰고,

감동받아도 한 줄쯤은 덜어낸다.


그 감정이 더 오래가게 하려고.

나는 창작을 오래 하고 싶다.

브런치에 글을 쓰면서 느낀 건,

그 마음이 진심일수록 결국 방식도 달라진다는 것.


창작을 존중하는 건

누구보다 그 일을 해본 사람이 더 잘 아는 감정이다.

이건 법의 문제가 아니라 마음의 문제다.

저작권이란 말은 여전히 어딘가 낯설고 무겁지만,

이제는 그게 ‘나랑은 상관없는 일’이 아니란 걸 안다.


내가 쓴 문장을 누군가 좋아해주길 바라면서

동시에 그 사람의 글도 지켜주고 싶어지는 마음.

그 사이 어딘가에서

나는 지금도 글을 쓰고 있다.


“지켜주고 싶은 마음에서 오래 살아남는다"


브랜드에 대해, 일상에 대해, 마음에 대해.

좋아하는 마음에서 시작된 문장을,

그 마음 그대로 조심스럽게 이어가면서.


내 글이 누군가에게 닿을 수도 있다는 걸

이제는 알기 때문에.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그 마음을 쉽게 쓰고 싶지 않다.


창작은 좋아하는 마음에서 시작되지만,

지켜주고 싶은 마음에서 오래 살아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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