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차, 산토 도밍고 데 라 칼사다 - 토산토스 26.8km
8월 11일 (1) 편
오늘도 무더위가 계속될 예정이었다.
칼사다의 이른 아침, 거리엔 술 취한 동네 청년들이 소리를 지르며 돌아다니고 있었다. 이럴 땐 모여서 그룹으로 떠나는 게 낫다 싶었다.
브라질에서 온 헤쥐아니, 제퍼슨 부부와 함께 알베르게의 문을 나섰다. 그들에겐 24, 25세짜리 아들들이 있다는데 부부는 항상 손을 꼭 잡고 다녔다. 너무 보기가 좋아 이 둘을 볼 때마다 입가에 미소가 저절로 지어졌다. 헤쥐아니는 퉁퉁 부은 접질린 발목으로 별다른 조치 없이 걸어 다녔기에 악화되는 게 아닐까 걱정스러웠다.
하긴 다른 이를 걱정하기엔 내발도 꼴이 말이 아니었다. 여기저기 커다란 물집은 물론이고 아침이면 바람을 불어넣은 것 마냥 부어올랐다. 조금 걷다 보면 바늘로 발을 쿡쿡 찌르는듯한 통증이 찾아오고, 그래도 걷다 보면 나중엔 아예 무감각해지는데, 차라리 빨리 무감각해졌으면 하고 바랄 정도였다. 아침마다 발을 신발에 구겨 넣는데 꽤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어느덧 동이 터오고 다음 마을인 Grañón 그라뇽이 나타났다. 그라뇽 전후로는 마치 윈도우즈의 바탕화면에서나 볼법한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어제 칼사다 들어오기 직전에 보았던 해바라기 밭도 대단했지만, 이번엔 말 그대로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황금물결이 아침 햇살을 받아 빛나고 있었다.
순례자들이 해바라기에 이것저것 그리며 장난을 쳐 놓았다. 늘어선 해바라기를 구경하며 잠시 힘든 줄 모르고 걸었다.
이제 라 리오하를 벗어나 카스티야 이 레온에 들어섰다.
벨로라도 직전 비야마요르 델 리오에 있는 바르 Bar Tienda Villamayor이다. 커다란 후르츠 펀치가 2유로 밖에 안 한다. 잔이 너무 커서 이레네와 반씩 나누어 먹었다.
고양이가 이레네 Irene의 샌드위치 냄새를 맡은 모양이었다. 여기 사는 고양이는 순례자들의 마음을 홀딱 빼앗아 가버렸다. 햄 말고 빵도 잘 먹는 고양이다.
바르에서 꽤 긴 시간을 보냈음에도, 12시가 채 안되어 벨로라도에 들어왔다. 오늘은 다들 여기에서 멈추는 분위기였다.
페데리카를 비롯한 이탈리아 그룹은 수영장이 있는 알베르게로 간다고 했다. 그녀는 아침부터 풀파티 풀파티 노래를 불러대었다.
수영장이 있는 알베르게는 12시 30분에 문을 연다 하였기에 이미 문이 열려있는 기부제 알베르게 앞에서 잠시 머뭇거렸다. 헤쥐아니 부부는 여기 묵는다 했다. 알베르게 앞 의자에서 쉬는 동안 조나가 도착하여 기부제 알베르게로 들어갔다.
이때 키어런이 다음 마을에 괜찮은 기부제 알베가 있다고 들었다며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갑자기 호기심이 동했다. 다음 마을이 어디인지 지도를 찾아보니 5km 떨어진 토산토스 Tosantos라는 마을이다. 궁금한데 겸사겸사 한마을 더 가볼까? 갈팡질팡 고민하는 사이 이미 12시 반이 넘어 해는 높게 떠올랐다.
평소 같으면 고민도 안 할 일인 갈까 말까로 한시 반까지 벨로라도의 벤치에 앉아 시간을 보냈다. 돌아보면 참 우스운 일이다. 고민할 시간에 걸었으면 훨씬 일찍 도착했을 것 아닌가.
벨로라도가 꽤나 예쁜 마을이라는 말도 들었고 친구들이 여기 묵는대서 더욱 고민을 한듯하다. ‘장고 끝에 악수’ 둔다는데 벨로라도를 벗어나면서도 이게 잘하는 건가 싶었다. 4-5km 면 한 시간 안팎으로 도착할 거리건만, 고작 오늘 묵을 알베 결정하는데 한 시간 반을 넘게 생각하고 앉아 있었다니 뭐에 쓰여서 그런 건지 모르겠다.
벤치에 앉아 꽤나 쉬었지만, 날이 뜨겁고 다리는 천근만근이었다. 쉬었다 가는 게 때론 더 힘든 법이었다. 토산토스로 가는 4km의 걸음이 너무나 힘들어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이 느껴졌다. 그러나 모든 길엔 끝이 있기 마련이다. 결국 Tosantos 알베르게에 땀투성이가 되어 도달했을 땐 3시가 가까웠다.
토산토스에선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었을까?
처음 경험해 보는 기부제 알베르게와 커뮤니티 디너,
(2) 편으로 이어집니다.
5:50 ~ 2:40
산토 도밍고 데 라 칼사다 ~ 토산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