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26, 0을 향해 걷는 중 # 행성 -26
행복 성장기 연재를 하고 있다.
성공해야 행복할 수 있고,
행복은 돈으로 살 수 있다고 믿어왔다.
하지만 내 안에는
이상한 쳇바퀴가 하나 있다.
성공이 100에 가까워질수록
나는 늘 다시 -50으로 돌아왔다.
아무리 달려도 제자리인 것 같은,
꽤 악독한 쳇바퀴였다.
행복해지고 싶었다.
그래서 행복 성장기를 쓰기로 했고
줄여서 행성이라고 했다.
행복감을 조금이라도 느낄 땐 -1을 뺐다.
행복에 대한 글을 쓰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행복하지 않은데
그녀가 행복했다면
나는 헤어졌을까?
반대로
나는 행복한데
그녀가 행복해하지 않는다면
나는 헤어졌을까?
나의 선택은
헤어지지 않는 것이었다.
내가 헤어진 이유는
나와 그녀,
우리가 행복하지 않아서였다.
이제 이별의 아픔을 딛고 일어나
혼자 있는 시간이 조금씩 익숙해지고 있다.
그녀를 알기 전만큼은 아니지만
이제 그녀를 생각해도 눈물은 나지 않는다.
나는 혼자 있을 때 느끼는 외로움 보다,
함께 있으면서 느껴지는 외로움이
더 참기 힘들었다.
그리고 이별 후 외로움보다,
더 힘들었던 것은
익숙함과 그리움이었다.
모든 것을 함께 하던 시간.
치킨을 먹을 때는
나는 다리와 날개를 좋아하고
그녀는 닭가슴살을 좋아했다.
떡볶이는 어떤 스타일을 좋아하고
마라탕에 골라 넣는 재료는 어떤 건지까지도.
텔레비전을 볼 때는
어떤 프로그램을 좋아하는지,
가끔은 다큐를 보며 화를 참던 순간들까지도.
일을 할 때, 집에서 쉴 때,
신발을 신을 때, 몸은 어디가 안 좋은지.
모든 게 관심사였다.
생각을 공유하고,
한 방향을 바라보고 인생을 함께 했던 사람.
모든 것에 그녀의 흔적이 있었고
그녀의 기억이 묻어있었다.
처음엔 애써 그 기억을 지우려 했다.
그녀를 머릿속에서 마음속에서
지우려는 행동에 죄를 짓는 기분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이 글을 쓰면서
눈물도 나지 않고
그저 있는 그대로의 감정대로 글을 쓰고 있다.
이것만 봐도 많이 성장했다.
이런 외로움을, 아픔을, 겪고,
서로를 격려하며,
다시 일어나 살아가다 보면
행복이라는 것이 오는 건 아닐까?
나는 비록 함께 일어나지는 못했지만,
내 삶의 주인공이 내가 되어
행복하게 살아가려 한다.
지금의 나는 감정이 앞서기보다는
삶을 생각하고 목표를 더 많이 생각한다.
그녀가 생각날 때는
생각이 안 날 때까지 생각한다.
그러다 보면
다시 해야 할 일에 몰두하게 된다.
이렇게
시간이 지나야 해결되는 것도 있나 보다.
누군가와 함께 있지 않아도,
잘되고 있다는 확신이 없어도,
오늘 하루를 무사히 살아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나의 행복은
아직도 –27이다.
그래도 분명한 건,
예전의 나와는 많이 달라졌다는 거다.
지금의 나는 예전의 나보다
아주 조금씩 앞으로 가고 있다.
행복을 붙잡지는 못했지만,
행복을 향해 다시 걷고 있다.
그래서 오늘은
-26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