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로는 버틸 수 없었던 하루

하루를 버티는 방법 # 행성 -25

by 이청목

첫 출근 후 나의 루틴은 완전히 바뀌었다.


아침 8시에 일어나

삶은 달걀을 먹던 습관은 사라졌다.


대신

새벽 4시 50분에 일어나 밥을 먹는다.


그 새벽에 밥이 안 넘어갈 것 같은데

의외로 잘 넘어간다.


밥을 안 먹고 출근하면

오후 12시 30분까지

배고픔을 견딜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배고픔보다 더 견딜 수 없는 건

졸음이었다.


퇴근하고 집에 들어와서 저녁을 먹는다.

그리고 글을 다 쓰고 씻고 나오면

자정이 된다.


하루에 잠을 자는 시간이

4시간 50분도 채 안 된다.


처음 하루 이틀은

환자 이송과 길을 외우느라

정신이 없었다.


설렘과 긴장으로 초집중하며 운전했다.


사흘째부터

일에 적응이 되기 시작했다.


어떻게 일이 돌아가고

내가 바쁜 상황에 이송 환자가 겹치면,

어떤 방식으로 일을 보고 해야 하는지 알았다.


일을 알아갈수록 마음이 편해졌고

마음이 편해질수록 운전이 편해졌다.


그리고

오후 3시 30분에서 4시 30분 사이

어김없이 졸음이 찾아온다.


눈꺼풀이 점점 무거워졌다.

눈을 뜨려 애를 썼다.


신호등에 빨간불이 켜지면

정지해서 목덜미를 때렸다.


‘짝’ ‘짝’

정신 차리자!

혼자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나면 조금 괜찮아진다.


그런데 다음 신호만 되면

졸음이 또다시 쏟아졌다.


눈에 힘을 주고 부릅떠본다.

눈동자가 돌아가서 흰자만 남는 기분이 든다.

깜짝 놀라 다시 목덜미를 때렸다.


다음날이 되었다.


어제의 무서웠던 졸음을 이기려고

아침부터 봉지커피 2개를 텀블러에 탔다.

오전에는 다행히 졸음이 오지 않았다.


그리고 가장 무서운 시간이 되었다.


오후 3시 30분.


이때를 대비해서

점심시간에 커피 3개를 또 타왔다.


총 5잔의 커피를 마셨는데도

졸음은 어김없이 다시 찾아왔다.


환자를 이송하고

의원으로 혼자 돌아가는 시간.


흰자위와 동공이

오락가락하는 것 같았다.


다시 신호에 걸리면 목덜미를 때렸다.


이젠 이것도 잘 안된다.

그냥 아프기만 하고 졸린 건 똑같았다.


그때 음악을 틀었다.


조금만 버티자

퇴근 시간이다.


주문처럼 조금만 버티자를 되뇌었다.


금요일 5시 드디어 퇴근하고

지친 몸을 이끌고

버스를 타고 집에 돌아왔다.


내일은 쉬는 토요일이라고 생각하니

몸은 진이 빠졌지만,

뭔가 해낸 기분이었다.


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는 감정이었다.


집에 돌아와서

똑같은 생활을 반복하면서도,


내일은 쉬는 토요일이니까,

잠을 5시간이나 더 잘 수 있다는 생각에

웃음이 저절로 나왔다.


그리고 토요일

아침 9시 30분까지 잠을 잤다.


아침에 일어나면서부터 기분이 좋았다.


몸이 개운했고,

하루를 잘 살아낼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오랜만에 들었다.


토요일 하루를 보내는 동안

졸음은 쏟아지지 않았다.


쉬는 날이라 그런 것보다는

잠을 충분히 잤기 때문인 것 같았다.


역시 잠을 이길 수 있는 건 커피도

크게 틀어놓은 음악도,

내 목덜미를 때리는 것도 아니었다.


오로지 '잠'이었다.


잠을 충분히 자고 일어나니

졸리지 않았고,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옛 어른들 말에 잠이 보약이고,

잠을 잘 자야 기운이 생긴다는 말이 맞았다.


잠을 잘 자고

행복을 느꼈으니


-25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