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는 내 마음을 너무 몰라

이별 #8 - 6개월 만의 첫 다툼

by 이청목

우리가 다투지 않고 잘 지낼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6개월이 지난 후,

처음으로 벽에 부딪혔다.


내가 일하고 있는 곳의 직장 후배가

결혼식을 하게 되어 그녀와 함께 가는 날이었다.


결혼식장으로 향하는 차 안은

후배의 결혼을 축하러 가는

축복의 자리가 아니라,

짜증과 한숨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핸들을 잡은 손에 땀이 났고

에어컨을 틀었지만

속에서 열이 나는지 더웠다.


그녀는 아침에 그녀를 데리러 간 순간부터

계속 나에게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짜증을 내는 이유는 별거 없었다.


살이 쪄서 맞는 옷이 많이 없었고

오기 싫은데 내가 가자고 해서 억지로 나와서

기분이 안 좋은 거 같았다


그리고 그녀는 항상 입버릇처럼 얘기했다.


"오빠 나 지금 오빠한테 노력하고 있는 거야

알지?"


그녀는 나를 만나는 것조차

에너지를 쓰고 있는 거라며

노력하는 거라고 했다.


나는 6개월 동안 그녀에게 맞추며

화를 단 한 번도 내지 않고


그녀와 약속했던

3가지를 지키려 노력하고 있었다.


술 마시지 않기

주변 사람을 잘 섬기기

말투를 부드럽게 하기


나는 이렇게 노력을 하고 있는데


그녀는 나를 만나러 나오는 거 조차

노력한다고 하고

조금만 다르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나랑 안 맞아 를 연신 얘기했다.


그리고 내가 뭔가 얘기를 하려 하면

말투도 부드럽게 얘기하라고 했다.


이런 그녀가 나에게 조금 벅차기 시작했다.


그런데 후배 결혼식에서

계속 표정이 좋지 않았고


그때 마침

직장 동생이 나에게 물었다.


"혹시 형수님 몸이 안 좋으세요?"


"왜?"


"표정이 안 좋으셔서요"


"아 원래 피곤해서 쉬고 싶어 했는데 내가

억지로 나오라고 했거든

그래서 그런 거지 뭐.."


순간 얼굴이 화끈거렸다.

내 표정이 들킬까 봐 억지로 웃음을 지어 보였다.


결혼식이 끝나고 나서 교회일을 하러

가는 도중에 일은 터지고 말았다.


차를 타고 가면서 그녀는

내가 잘 못하고 있는 점들을 하나하나

얘기하기 시작했다.


나도 한계에 부딪혀서인가

그 말이 좋게 들리는 게 아니라

지적처럼 들렸고

본인 마음에 안 드는 거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내 생각 그대로를 얘기했다


"나는 바뀌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매번 만날 때마다

바라는 점을 얘기하면 너무 힘들어

그게 정말 내가 잘 못하고 있어서일까?

아님 내가 그렇게 노력하고 있는데

네 마음에 그냥 안 드는 거 아닐까?"


"하.. 오빠는 내 마음을 너무 몰라"


"도대체 어떻게 해야 네 마음을 아는 건데?"

나는 최대의 노력을 하고 있어

나도 힘들어 근데 매번 말투 부드럽게 해라

나랑 안 맞는다 이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너무 힘들어 내가 잘하고 있는 게 맞나 싶다고"


"그래서?"


"그래서? 다음 얘기 가 궁금한 거야?

난 이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넌 나를 만나러 나오는 거 조차 노력이라며

그런 너에게 내가 뭘 할 수 있는 건데?"


그렇게 주차장에서 처음으로 다투었다.


처음 다투며 내 입에서 흘러나온

말들이 차 안에 가득 메웠다.

뻑뻑한 밤 고구마를 급하게 먹어

목이 메는 것처럼 가슴이 답답했다.




교회 일을 마친 후에

평소와 같이 그녀 집에 바래다주었고

그녀는 나에게 미안하다며 사과를 했다.


"오빠 미안해 나도 그러려고 그런 건 아닌데

오빠 말을 들어보니 너무

내 기준에 맞추려 한 거 같아"


목구멍에 답답하게 쌓여 있는 고구마가

사이다 딱 한 모금 마신 거 마냥

조금은 내려갔다.


"그래 내가 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게

도와주려는 거잖아 나도 노력할게"


화가 풀리지 않았지만

먼저 미안하다고 하는

그녀의 사과를 받아 주었다.


"그리고 오빠

아까 오빠가 화내서 무서웠어

앞으로 화 안 냈으면 좋겠어"


"알겠어 나도 조심할게

너도 나를 조금만 더 소중히 대해줘"


"알겠어 나는 오빠가 항상 내 옆에 있어주니까

내 옆에 계속 있을 거란 생각에 그랬던 거 같아"



그리고 그녀는 나에게 이렇게 물어봤다.


"내가 이렇게 행동하는데 내가 그래도 좋아?"


사실 이렇게 싸운 뒤

이 타이밍에 이런 질문을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나를 좋아하니까

나의 사랑을 확인받고 싶어 하는 거 같아

내 감정을 뒤로하고 그녀의 질문에 답을 했다.


"어.. 좋아"



그렇게 그녀 첫 다툼은 끝이 났고

그 이후로도 우리는

서로를 알아가며 더 많은 다툼이 있었다.




우리는 너무 다른 성향의 사람이었다.


나는 이스라엘에서의 그녀를 보고 좋았다.


활발하고 어른들께 잘하고

주변 사람을 잘 섬기고 배려하는

그런 그녀가 좋았다.


하지만


내가 아는 진짜 그녀의 모습은

생각보다 많이 달랐다.


일단 그녀는 활발하지 않았다

아니

교회와 일터에서만 활발했다는 표현이

정확한 거 같다.


교회와 일터에서 에너지를 다 쓰고 나면

나와 있을 땐 너무 힘들어했고


차 안에서는 그녀는 항상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


그리고 차멀미도 심해서

보조석 의자도 거의 반쯤 누워서

항상 세팅이 되어있었다.


반대로 나는 너무 활동적이다.

한 군데 가만히 있는 걸 정말 힘들어한다.


그리고 주말이면 어디든 다니는 걸 좋아했다.


나는 인스턴트 음식이나

배달 음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혼자 살았지만 밥은 집에서 해 먹고

반찬도 어느 정도 할 줄 알아서

김치찌개, 된장찌개, 닭볶음탕, 제육볶음

혼자 해 먹을 정도는 되었다


하지만 그녀는 거의 배달음식을 즐겨 먹는다

집에서도 에너지가 없으니 해 먹는 것보단

배달을 시켜 먹는 게 편한 거 같았다.


그런 그녀가 안쓰러웠다.


온 가족 다 같이 사는 그녀가

오죽 피곤하고 힘들면 배달음식을 시켜 먹을까

그녀를 볼수록 우린 서로 맞지 않았지만

내가 더 맞추면 되겠지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녀에게 맞추고 또 맞추다 보니,

어느새 내 안에는 작은 균열이 생기고 있었다.


소나기가 오기 전 그 고요함


그때는 몰랐다.

그 고요함이 폭풍 전의 침묵이었다.


균열은 그렇게 천천히

번지고 있었고 크기도 커져 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