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솔직한 그녀

이별 #7 - 노력은 언제까지 해야 하는 걸까?

by 이청목

그녀와 교제를 시작하고

나는 너무 기분이 좋았다.


사람들에게 자랑하고 싶었고

집에도 빨리 얘기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는

우리가 교제하는 건 일단 비밀로 하자고 했다.


가장 먼저 목사님께 말씀드리고

그러고 나서 집에 얘기하고

교회에서는 먼저 물어보시는 분들이 계시면

그때 자연스럽게 얘기하자고 했다.


목사님께 말씀드리는 시간까지는

생각보다 오래

2 달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오히려 주변 성도 분들이 먼저

무슨 관계냐는 말이 나올 정도까지 되자


그때서야 그녀는 목사님께

빨리 말씀을 드려야겠다고 생각한 거 같다.


2달이 넘는 시간 동안

왜 목사님께 말씀 안 드린 건지 잘 모르겠다.


그게 그녀의 성향이고 성격인 거 같았다.


금방 헤어질 수도 있다는

불안한 마음이 있었을까?


어찌 됐든 목사님과 전도사님

교회 성도분들도 다 알게 되었지만

난 교회에서도 교회 밖에서도

그녀를 만날 때마다 혼나는 기분이었다.


"오빠 왜 교회 동생들에게 그런 식으로 말해?"

"오빠 직설적으로 그렇게

말하면 기분이 상할 수도 있잖아"

"오빠 말투 좀 예쁘게 해"


교회를 다녀오는 주일이면

항상 교회 일정이 끝난 뒤 이런 말을 들었다.


나는 그녀랑 약속했던 세 가지를 지키려

노력하는 중이었다.


술 마시지 않고

주변사람을 잘 섬기고

말투도 부드럽게 하기


너무나 힘들었다.


내 생각과는 달리 의외로

술을 안 마시는 건 괜찮았다.


술은 마시지 않으니 생각나지 않았지만

주변사람들을 잘 섬기는 게 뭔지 몰랐고

나는 말투도 부드럽게 하는 거 같은데

계속 부드럽게 하라고 하니

너무 마음이 힘들었다..


그래서 내가 다른 사람들과 통화하는 걸

녹음해서 들어 본 적도 있고


손님들과 통화했던 내용을 들어 본 적도 많았다.


그렇게 들어본 녹음에는

내 말투가 크게 세거나 하지 않은 거 같은데..


일단 그녀의 마음에 들 수 있게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했고

하나씩 더 고쳐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녀는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는

스킨십을 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오빠 교회 앞에서는 손 놓고 가자"


"왜? 사람들 이제 우리 사귀는 거 다 알잖아'


"그래도 교회 근처에서는 손은 잡지 말자

연애하는 거 티 내는 거 같잖아"


"아니 티 내는 게 아니고 티가 날 수밖에 없잖아.."


그녀는 그렇게 교회 근처에서는

손 잡는 걸 허락하지 않았다.


내가 그녀의 손을 잡을 수 있던 건

교회 근처가 아닌 곳

또는 사람이 적은 곳에서만 가능했다.



그리고 내가 하는 농담이나

행동을 보고는


고개를 절레절레하며

"나랑 안 맞아"라는 말을

농담처럼 자주 내뱉었다.


나랑 안 맞는다는 말도 자주 들으니

나도 마음이 편치 않았지만


내가 많이 바뀌어야겠다는 생각에

항상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시간이 흐르며 알게 된 그녀는

너무 순수하다.


그 순수한 마음으로

너무 솔직하게 말하는 그녀의 말에

나는 상처를 받은 적도 있다.


"오빠 언니가 뭐 좀 사 오라고 해서

홈플러스 다녀와야 할 것 같아

같이 가줄 수 있어?"


"어 당연하지 지금 갔다가 집에 데려다줄게"


홈플러스는 주말이라 그런지 주차장에

차량이 빼곡하게 주차되어 있었다.


주차를 하기 전 그녀가 편하게 내릴 수 있도록

미리 그녀를 내려주고 주차를 했다.


저만치 멀리 있는 그녀

나는 그녀의 손을 잡고 싶어서

얼른 달려가 손을 잡았다.


그리고 사람들이 많이 있는

식품관 쪽으로 갔을 때

그녀는 갑자기 내 손을 놓았다.


"오빠 손 놔봐"


"왜?"


"아냐 그냥 아무것도 아냐"


서운했다 사람이 많아서 그런가?

아는 사람을 만났나?

별생각을 다했다.


그렇게 필요한 물건을 사고

집에 데려다주었다.


집에 오는 내내 기분이 좋지 않았다.


무슨 일이었을까?

물어봐도 얘기해주지 않았던 그녀 때문에

속상했다.


'내가 뭘 잘못했으면

잘못했다고 얘기라도 해주지..'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그녀에게

메시지가 왔다.



오빠 아까는 내가 좀 이상했지 솔직히 말할게..

아까 오빠가 옆에 있는데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거야

근데 다른 사람들을 보니

다들 안정감이 느껴지는 거 같은데

오빠는 키가 작아서인지

나에게 안정감을 주지 못하는 거 같아.

이건 내 문제이니까

이런 마음이 생기지 않도록 기도를 해볼게

이건 오빠도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잖아

오빠도 내 마음이 괜찮아지도록 기도해 줘


어이가 없었다.

화가 치밀었지만 꾹 참았다.


화를 내면 나쁜 말투로 얘기를 할 것 같았다.

그럼 그녀가 상처받을 수도 있으니

참았다.


잡고 있던 손을 놓은 이유가

내가 키가 작아서

그녀에게 안정감을 줄 수 없다는 이유였다니..


그 말을 떠올리자,

내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하하! 참...

억지로 웃음소리를 내며 삼키려 했지만

속에는 뜨거운 게 치밀어 올라왔다.


하지만 그녀 말대로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도 아니었다.


기분도 좋지 않고

마음도 너무 아팠다.

내가 스스로가 위축이 되고 작아지는 기분이었다.


내가 작아진 건 키 때문이 아니라,

그녀의 말 한마디 때문이었다.


이렇게 그녀는 너무나 솔직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솔직함은 칼날 같았다.


겉으로는 괜찮다 말했지만,

내 안에는 얇게 베인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새로운 상처가 그 위를 덮으며

겹겹이 쌓여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