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마지막 통화인 건가요?

이별 #6 - 그녀와 약속한 세 가지

by 이청목

난 이스라엘에서 도착한 다음날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그리고 어떻게 해서든

그녀를 만나고 싶었다.


그래서 바로 전화를 했다.



"아! 통화 가능하세요?"


"네 지금은 괜찮아요!"


"다른 게 아니고 제가

소금 드려야 하잖아요

오늘 퇴근을 좀 일찍 하게 돼서

그쪽으로 가려고 하거든요"


"지금이요? 지금 4시인데

벌써 퇴근하셨다고요?"


"네네, 제가 성남 쪽에

가야 할 일도 있으니까

그쪽으로 갈게요."


"아니에요 여긴 너무 멀어요

그냥 인천에서 봬요"


"아니 제가 진짜로 성남에

일이 있어서 가야 하거든요

그럼 또 돌아서 계신 곳까지 가야 하니까

제가 일 마치고 회사 앞으로 가겠습니다."


"그래요? 진짜죠?"


"그럼요 진짜예요!

성남에 갈 일이 있어요"


"알겠어요 그럼 이따 봬요"


그녀는 마지못해 알겠다고 했다.



그녀가 일하는 곳은 경기도 성남이었다.


내비게이션에는

내가 있는 인천에서 성남까지

약 70Km 정도 나왔다.


그녀를 만나러 가는 길이 그저 즐거웠고

설레었지만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막막하기도 했다.


또 한편으로는 이렇게 먼 곳까지

새벽에 셔틀버스 타고 출퇴근을 하는 그녀가

대단해 보이기도 했다.




도착해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5시 40분이 넘어가고 있었고,

5시 30분이면 퇴근한다던 그녀는

뒷정리를 하는지 아직 나오지 않았다


괜스레 입이 텁텁하고 마르는 거 같아

물도 마셔보고

상쾌한 맛과 향이 나는

구강청결제로 입도 가글을 했다.


저 멀리서 그녀가 나오는 게 보였다.


나는 그녀가 가까이 올 때

반가운 마음에 차에서 내렸다.


"어어 내리지 마세요 얼른 타세요"


"네?"


"사람들이 보니까 얼른 타세요"


"사람들이 보면 안 돼요?"


"좀 그렇잖아요

다른 사람들이 보면 이상하게 생각할 수도 있고

저는 그런 거 싫어서요!"


"아.. 알겠어요..

일단 벨트 메세요 출발할게요"


인천으로 가는 길

차 안에서는

조용한 음악소리만 흐르고 있었다.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도 몰랐다.


나는 용기를 내서 얘기했다


"주말에 뭐 하세요?

시간 있으면 같이 영화 볼래요?"


"네? 주말에 약속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는데요.."


"아 그래요?

우리가 기도해 보기로 했잖아요

일단 만나면서 기도를 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그녀는 나보다 더 교회도 오래 다녔고,

교회에 관련돼서 나보다 더 많이 알고

더 신실한 성도이다.


그런 그녀가 그때 당시 그냥 넘어가려

기도해 보겠다고 했던 말을

내가 '약속을 지켜라'라는 식으로 말하니

본인 스스로도 찔린 거 같은 표정이었다.


"그래요 그럼 이렇게 하죠

일단 연락은 해요

근데 기도를 해보면서 연락을 해야 하고요

교제를 할지 말지를 먼저 기도해 봐요"


"네 좋아요, 기도 하면서 연락해요

내일도 기도하고 연락할게요"


그렇게 나는 기회를 얻었다.

그녀와 연락할 기회!


기분이 뛸 듯이 좋았다.


그녀의 집에 도착하고 소금을 올려다 주고

나는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바로 연락을 했다


"저도 집에 도착했어요"


"네 오늘 감사했어요 덕분에 편하게 왔습니다

근데 다음부터는

볼일 있어도 안 오셔도 돼요!"


"갈 건데요!

저 내일도 갈 거예요!"


"네? 아니 진짜 왜 그러세요!

오지 마세요 여기까지

거리도 멀고 힘들잖아요~"


그녀는 나를 배려하는 것 같았지만

사실 불편했을 것이다.

나는 얼른 말을 돌렸다.


"근데 우리 주말에 영화 보는 거예요?"


"오빠 그날 저는 안될 수도 있어요"


"왜요? 무슨 일 있나요?"


"아뇨 사실.. 솔직히 너무 피곤해요

출퇴근이 멀어서 주말이면

그냥 집에서 쉬는 게 제일 좋아요"


그날 알았다.

그녀는 집에서 쉬는 걸 아주 좋아하는

집순이였다.


교회에서의 활발했던 모습은

그녀가 맡은 일이 있고,

그녀가 좋아서 하는 일이니


힘들어도

그녀의 모든 에너지를 발산하는 거였다.


그렇게 그녀를 조금씩 알아가는 통화를 했다.

그리고 그녀에게 맞춰 대화를 했다.


그날부터 거의 매일을

그녀를 데리러 성남으로 갔다.


하루 왕복 140km


그렇게 매일 그녀를 데리러 가는 게

즐거웠다.


나중에 10개월 뒤에 보니

그녀를 만나는 동안 차를 탄 키로수가

3만 km가 넘었다.



그 3만 km가 나에겐 3km처럼

짧게 느껴졌었다.






그녀를 데리러 가고 교제를 하기 위해

노력하는 매일

하루도 술을 마시지 않았다.


회사에서 회식을 할 때도

처음엔 몸이 안 좋다는 핑계로

회식을 피하기도 했고


친한 동료들이 한잔 하자는 말에

오늘은 약속이 있다며

피하기도 했다.


그렇게 하루 이틀 술자리를 피했고

나중에 동료들이 나에 대한 이야기를 했을 땐

좋은 소리를 하진 않았다


"네가 없으니까 재미가 없더라"

"같이 가자, 넌 그냥 자리만 해"

"네가 얼마나 가나 보자"


처음엔 그나마 부드럽게 말하던 내용들이

갈수록 말이 심해지고

심지어는 내가 이단 같다는 사람도 있었다.


왜 술을 끊으면 이단인가?


욱하는 마음이 있었지만 참았다.


그리고 은근히 따돌림처럼

어느 자리에든 내 자리는 없었고

단체 회식 빼고는

나에게 같이 가자는 말도 없었다.


그래도 괜찮았다.


그녀와의 약속을 지키려

난 매일 교회를 가서 기도를 했고

그녀의 말대로 주위사람을 챙기려 노력을 했다.

그리고 말투도 부드럽게 하려 노력했다.


나를 빼고 했던 회식 다음날,

술냄새가 나면 나는 동료들에게

숙취음료를 사다 주기도 했고,

먼저 일찍 나와 사무실 청소를 하기도 했다.


그렇게 나를 바꾸려 노력했다.


그리고

매일 그녀를 데리러 갈 수 있어서 좋았다.


솔직히 집에서 혼자 술을 먹을 수도 있었지만

먹지 않았다 나 자신과의 싸움이었고

그리고 2달 이상 지나고 나니

자연스레 술 생각은 나지 않았다.


그렇게 난 나의 하루의 피로를 풀어줬던

술을 버렸다.


그렇게 나의 노력을 조금이라도 알아주던

그녀와 가까워졌고

2달 만에 나는 그녀와

극적으로 교제를 하게 되었다.





말 그대로 극적이었다.


그녀와 교제를 시작하는 바로 전날은 사실..

내가 그녀를 포기하는 날이었다.


정말 많이 노력했지만

끝까지 내 마음을 받아주지 않던 그녀


분명 그녀도 나를 좋아하는 거 같은데

마음을 받아 주지 않아

마음이 많이 아픈 날이었다.


더 이상 어떻게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를 때

그녀는 나에게 안 힘드냐고 물었다.


"오빠 저한테 잘해 주는 거

힘들지 않아요?"


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


왜 이렇게 눈물이 나오는 걸까?


내가 바뀌기로 마음먹은 날부터

눈물이 많아진 거 같았다.


그녀의 말에 난 천천히 내 마음을 이야기했다


"난 괜찮아요

그냥 내 마음을 알아줬으면 했어요"


"오빠 마음은 아는데

제가 지금 교제를 할 때가 아닌 거 같아서 그래요

저도 오빠가 노력하는 게 보이고

저를 많이 좋아해 주는 거 알아요"


"네 근데 안 되는 건가요?"


"네 오빠 진짜 미안해요..

이젠 노력하지 않아도 돼요"


"음...

그럼 이 통화가 마지막인 건가요?"


"네 미안해요"


"알겠어요 저도 감사했습니다.

후회는 안 해요

교회에서도 똑같이 행동할게요.

오늘이 마지막 통화라서 마음이 아프네요"


"더 좋은 사람 만나실 거예요

미안해요 오빠"


그렇게 통화하는 내내 눈물이 났다.


그리고 어떻게 교회에서 예전과 똑같이 행동하나

내 마음은 아직 정리가 안 됐는데


여러 감정이 물밀듯이 북받쳐 오르는 순간

그녀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오빠! 그렇게 전화를 끊고 나니

제가 마음이 너무 이상해요 너무 슬퍼요

오빠가 말한 마지막 통화라고 한 말이

너무 마음이 아파요"


난 그 메시지를 보고 눈물이 뚝 그쳤다.


얼른 그녀에게 답장을 보냈다.


"그럼 우리 만나봐요 지금처럼 노력할게요!

술도 안 마시고 주변사람도 잘 섬기고

말투도 부드럽게 하려고 더 노력할게요

"나랑 사귀어요"


"네 알겠어요 오빠 마음 받을게요"


드디어 그녀와 교제를 시작하는 순간이었다.


그날은 나의 새로운 시작이었고,

그녀와 함께 지키고 싶은 약속 세 가지가

내 인생의 다짐이 되는 순간이었다.


그녀와 약속 한 세 가지


술 마시지 않고

주변사람을 잘 섬기고

말투를 부드럽게 하자


이것만큼은 꼭 지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