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오빠가 불편해요

이별 #5 - 나의 다짐

by 이청목


내 고백이 방 안에 가볍게 흩어졌다.


"계속 옆에 있고 싶어요.

당신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아니 좋아합니다."


그녀는 동그라게 된 눈으로

말을 이어 나가지 못했다.


"네? 네?"


"나는 교제를 했으면 좋겠다고 얘기하는 거예요

사귀자고요"



"교제라뇨?

저는 오빠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어요

생각해 보고 얘기하는 거예요?"



"네, 성지순례 내내 생각했고

진지하게 결혼을 전제로 만나 보고 싶어요"


"아니 저랑요? 결혼을요?

왜 그런 생각을 하셨어요!"


당황해하는 그녀에게

결정타처럼 정확하게 얘기했다.


"처음엔 나도 헷갈렸는데

당신을 좋아한다고 확신 이 들었고

고백하는 거예요!"


"아니 그게 아니라 사실 저는..

오빠가 너무 불편해요.."


"네? 제가요? 왜요?"


내가 불편하다는 그녀의 말에

이번엔 내가 너무 당황스러웠다.

이런 반응일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물론 좋아할 거란 생각도 안 했지만

내가 불편하다고?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다.


"사실은 오빠가 말투도 너무 직설적이고

성격도 강하다 보니 제가 좀 힘들었거든요

그래서 목사님께 팀을 바꿔달라고

저번주에 상의도 했어요.. 죄송해요"


난 너무 어이가 없었고

왠지 모를 배신감까지 느껴졌다.


그래도 이렇게 물러 서면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얘기했다.


"아니 그럼 어떤 사람이 되면

만나볼 생각이라도 하겠어요?

내가 한번 바꿔 볼게요"


"네? 후... 아니.. 일단

저는 술 마시는 사람도 싫고요!

말투도 다정한 사람이 좋아요!

그리고 사람을 잘 섬기는 사람이 좋아요!

그래서 오빠랑은 너무 거리가 멀어요"


그건 그냥 내가 싫다는 거였다.


자존심이 상했다.


"그럼 제가 술 끊을게요!

말투도 최대한 부드럽게 노력해 볼게요

그러니까 지켜봐 줘요

지켜보는 동안 기도 해보자고요!"



그녀는 분명 내가 하지 못하는 것

가장 바꾸기 힘들 거라고 생각한걸

얘기했다.


그녀는 지친다는 듯 말했다.


"네 그럼 기도부터 해보죠

그리고 생각해 볼게요"


"네 알겠어요, 그럼 기도해 보고 얘기해요"


그렇게 이야기가 끝나고

그녀는 방으로 돌아갔다.


뭔가 속이 후련하면서도

쉽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다.


'술을 끊으라고?'


영업을 하는 세일즈맨인 나는,

하루의 긴장을 풀 수 있는게

술 한잔 뿐이었는데..


그날 밤은 이상하게 길었다.

눈을 감으면 별빛이 아니라

그녀의 얼굴이 그려졌다.




다음 날, 여행은 계속되었다.

나는 여전히 그녀의 옆에서 걸음을 맞추고,

짐을 들어주고, 부축을 했다.


그녀도 최대한 어색한 내색을 하지 않으려

애쓰는 게 느껴졌다.


마음 한구석에는 묘한 불안이 자라났다.

혹시 내가 너무 앞서간 건 아닐까?

여행이 끝나면 이 감정도 끝나는 걸까?


그녀는 여전히 옆자리에 앉아

오렌지를 까주었다.

하지만 그 웃음 속에

어떤 답이 숨어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성지순례의 여정이 막바지로 갈수록,

내 마음은 두 가지 길 앞에 서 있었다.


이것이 새로운 시작이 될 수도,

아니면 여행이 끝나며 마지막 추억으로

남을 수도 있다는 걸

나는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별빛 아래에서 알게 된 마음은 분명했지만,

그 마음이 어디로 향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은 채,

그녀의 걸음에 맞춰 천천히 발을 옮겼다.


그리고 곧이어 비행기를 타고 인천으로 향했다.




인천공항에 도착했고

사람들이 피곤함과 힘듦으로

지쳐 있었다.


그런데 내 짐은 오랫동안 기다려도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짐이 안 나왔다고 요청을 하니

어디론가 데리고 갔다.


그리고

내 가방에 들어있던 사해 소금이

마약으로 오해가 생겨

짐이 늦게 나오게 된 걸 알게 되었고

설상가상으로 캐리어바퀴까지 부서져 있었다.


기다리던 사람들은 다 집으로 먼저 가셨고

나와 그녀는 둘만 남았다.


그녀와 더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그녀의 형부가 그녀를 데리러 왔다.


그녀가 가고 나니

이유 모를 허전함이 마음속에 꽉 찼다.


나도 택시를 타고 집으로 왔다.

오자마자 눈물이 났다.


난 눈물을 흘리는 걸 정말 싫어한다.

그런데 왜 이렇게 눈물이 나는 걸까


가진 건 쥐뿔 없지만

그래도 뭐든 자신 있게 살던 나인데

그런 자신감이 조금은 무너지는 시간이었다.


내가 뭐라고 사람들을 내 마음대로 생각했을까

난 왜 성격도 쌔고 말투도 다정하지 않을까

술은 왜 좋아하는 걸까?


그래서 마음을 다잡아 보았다.


별빛 아래에서 알게 된 내 마음이

쉽게 무너지진 않을 거란 생각에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술도 끊어보고, 말투도 다듬어보고,

사람을 더 따뜻하게 대하며...

그렇게 내가 변해간다면,

그녀의 기도 속에 나도 스며들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울며 지쳐 오늘이 내일이 되며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