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4 - 고백, 당신을 좋아해요
갈릴리 호수에서 배를 타고 건너가던 날이었다.
선장님은 그날 탄 탑승객들의 국적에 맞춰
그 나라의 언어로 된
애국가와 찬양을 틀어주신다고 한다.
당연히 우리 대한민국 애국가와
한국어 찬양이 흘러나왔다.
신나는 찬양이 울려 퍼지자,
함께 온 교회 어르신들이
하나둘 자리에서 일어나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때, 한 어르신이 그녀의 손을 잡아끌었고
그녀는 웃으며
어르신들의 장단에 맞춰 발을 맞췄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어른들한테도 잘하는 사람이구나'
그 순간,
그녀가 한층 더 따뜻하고 작해 보였다.
그리고 이상한 감정이 밀려왔다.
성지순례를 하는 시간보다.
그녀 옆에서 부축하며 걷는 시간이
더 좋아지고 있는 나를 발견한 것이다.
계속 그녀를 보게 되고,
관찰하게 되고, 그럴수록 마음이 헷갈렸다.
너무 오랫동안 연애를 쉬어서일까.
그녀와 나누는 대화가 예전과 다르게 느껴졌다.
부축을 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팔짱을 자주 끼게 되었는데,
그런 스킨십 때문인지
마음이 조금씩 풀어지는 기분이었다.
그날 저녁,
우리는 베두인 텐트 마을에 도착했다.
밤이 깊자 모닥불 피워지고,
교인들이 둘러앉아
찬양을 부르며 시간을 보냈다.
'타닥타닥' 나무 장작이 타는 소리와
웃음소리,
노랫소리가 텐트사이로 펴져 나갔다.
잠시 자리를 나와 고개를 들어 올렸을 때,
하늘 가득한 별이 눈앞에 펼쳐졌다.
태어나서 본 것 중 가장 많은 별이었다.
숨이 차오를 만큼 아름다웠다.
그리고 얼른 돌아가서
아름답고 예쁜 별들이 많다고
그녀에게 얘기해 주고 싶었고
그녀와 함께 별이 보고 싶었다.
"별이 진짜 예뻐요
자기 전에 잠깐 별 보러 갈래요?"
하지만 그녀는 피곤하다며 웃으며 거절했다.
그 순간, 뜻밖에도 마음이 서운해졌다.
왜 이러게까지 서운했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때서야 확신이 들었다.
'나는 그녀를 좋아하고 있었다.'
나는 나의 마음을 어떻게 전달해야 할지 몰랐다.
그리고 교회를 다니는 사람과
교제를 했던 적도 없었기 때문에
어떻게 얘기해야 할지를 몰랐다.
그렇게 내 마음을 말할 기회도 없이
여행의 마지막이 되었다.
난 그녀를 좋아한다고 생각 한 순간부터
이미 성지순례여행의 의미보다
그녀의 목발이 되어
그녀를 부축해 주는 게 더 좋아졌다.
가까이에서 그녀의 숨소리를 듣고
그녀의 발걸음에 맞춰 걸음을 걷는 게 좋았다.
목적지가 바뀔 때마다 운전을 하고
옆에는 그녀가 앉아있고
귀찮고 어려운 수동 차량을 운전하느라
오렌지귤을 잘 못 까먹었는데
그녀가 까주는 오렌지가 너무나 맛있었다.
나중에서야 알게 된 이야기인데
그녀가 물티슈로 손을 닦았지만
오렌지 껍질에
먼지와 때가 있어서 묻어있었다고 한다.
난 그 오렌지가
지금까지 먹은 오렌지 중에 가장 맛있었다.
그리곤 곧이어 둘만 있을 기회를 얻었다.
사해 소금을 판매하는 곳에서
쇼핑을 했는데
그녀는 회사사람들과 지인들에게 줄
소금을 많이 사려했는데
이미 옷을 많이 가져와서
선물을 넣을 자리가 많이 없었던 그녀는
고민하고 있었다.
나는 이때다 싶어 그녀에게 말했다.
"내 캐리어에 넣어줄게요
밤에 캐리어 소금 들고 제 방으로 오세요"
그녀는 내가 소금을 가져가 준다는 말에
고맙다며 저녁에 짐정리 하고 가겠다고 했다.
시간이 안 갔다.
빨리 저녁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1분 1초가 더디게 흘러갔다.
그렇게 안 가던 시간은 흘렀고
그녀가 내 방에 올 시간 이 되었다.
긴장이 되기 시작했다.
이게 얼마만의 설렘 인가?
뭐라고 말하면 될까?
설렘 인가 긴장감 인가,
손에는 땀이 나고 있었다.
"띵동" "띵동"
벨소리가 났다.
난 심호흡을 한 뒤 문을 열었다.
소금만 주고 가려는 그녀에게
잠깐 할 말 있으니 들어오라고 했다.
"저기.. 할 말이 있어요
시간 되면 잠깐 들어오세요"
잠깐 망설이던 그녀는
들어오더니 어색했는지
방구조가 어쩌고 저쩌고 쉴 틈 없이 말을 했다.
나는 물 한잔 마셨다.
그리고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어떻게 얘기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음..
이스라엘 와서 계속 부축을 해줬잖아요
근데 계속 부축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네? 그게 무슨 말이에요?
집에 가기 전까지 부축해 주시면 되죠"
"아니 그게 아니고요..
계속 옆에 있고 싶어요
당신을 좋아하는 거 같아요
아니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