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 10 - 결혼하면 괜찮아질 거야
그녀와 결혼을 결심하고 나서
그녀에게 결혼하자고 고백을 했다.
하지만 그녀는 바로 수락하지는 않았다.
그녀가 새롭게 도전하는 직업
필라테스 강사 준비도 있었고
그녀는 아직
결혼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했다.
그래서 난 천천히 그녀를 기다려 주었다.
1년, 2년 그렇게 3년째 가 되었을 때
난 다시 한번 결혼에 대해 진지하게 얘기를 했다.
"우리가 사귄 지 2년이 넘었고 나도 이제
나이가 40대인데 언제까지 기다려야 해?
아직 나랑 결혼하려면 멀었다고 생각해?"
"아니 그건 아니고
내가 준비가 안되어 있어서 그래 오빠
미안하지만 올해까지만 기다려줘"
"알겠어 기다릴게"
그렇게 또 1년이 흘렀다.
지금 생각해 보면
특별히 싸울 일도 별로 없었다
이유는 함께하는 시간이 없었다.
그녀와 함께하는 시간은
수요일, 금요일, 일요일,
교회에서만 볼 수 있었고
특별히 데이트를 한다거나
여행을 가는 것도 없었다.
그렇게 뜨뜻미지근한 교제를 3년 동안 이어갔다.
"나 내년이면 42살이야
우리가 지금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살아도
환갑 지나도 아이가 20살도 안 돼"
그녀는 내 말에 동의했다.
"그래 나도 너무 미루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
"내년에 결혼하려면 지금부터 알아봐야 돼
상견례도 준비해야 하고"
이렇게 우리는 너무 자연스럽게
결혼을 하자는 말이 나왔다
코로나로 많은 사람들이 결혼을 못하다가
법이 조금 완화됐을 때
사람들이 몰려들어
1년 전에 예약을 해야 한다고 했다.
그렇게 결혼식장을 알아보러 다니며
그녀는 층고가 높은 곳이 좋고
사진도 잘 나온다며 층고가 놓은 곳을 원했다.
하지만 난 다른 곳이 마음에 들었다.
예전부터 난 결혼하면 여기서 해야지
하고 생각했던 곳
주차도 편하고 음식도 맛있는 곳이었다.
결국 마지막엔 예비 장모님까지 오셔서
함께 본 뒤에야
내가 선택한 웨딩홀에서 하기로 했다.
그녀에게 고마웠다.
상견례 날짜를 잡았다.
5월 초 날씨가 춥지도 덥지도 않은 날이었다.
몇 개월 전부터 상견례 날짜를 집에 알리고
식당을 예약했다.
그런데
상견례 1주일도 안 남은 날이었다
핸드폰이 울린다.
그녀였다.
"응 얘기해"
"오빠 상견례 다음 날 교회 체육대회잖아"
"응 그런데?"
"아.. 이런 말 해도 되나?
나 체육대회 때문에 온전히 상견례를
집중하지 못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날짜를 옮기면 안 돼?"
"뭐? 아니 왜 그렇게 생각한 건데?"
"가족들이 교회 온 지 얼마 안 됐는데
형부가 체육대회 MC 맡았잖아
내가 도와줘야 할 것 같아서 그래"
나는 너무나 어이가 없었고,
마음 깊은 곳에서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게 지금 말이라고 하는 거야?
아니 어떻게 그렇게 생각이 없어?
지금 우리 식구 무시하는 거야?"
"아니 왜 그렇게 화를 내?
물어보는 거잖아!"
"그럼 네가 나한테 그렇게 물어보면,
내가 알겠어! 하고 우리 집에는 뭐라고 해?
형부가 교회 체육대회 MC를 맡았는데
그게 신경 쓰여서 상견례를 미뤄야겠어요
이렇게 있는 대로 얘기해?
이게 말이 되는 얘기라고 생각해?"
나는 그날 우리 가족을 무시하나 싶었고
너무 화가 났다.
"오빠 화 좀 내지 마
난 그냥 교회 일 하는 것도 중요하니까
오빠한테 물어본 거야 화 풀어"
난 그녀에게 졸지에 교회일을 못하게 하는
사람이 되어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순수하게
사과를 해서 나도 기도를 하며
이 또한 결혼하면
괜찮아지겠지라는 생각을 했다.
상견례를 하는 당일이 되었다.
나도 그녀도 긴장을 했고
그녀의 가족과 조카들
우리 가족과 조카들까지
모두 15명의 대가족이 식사를 했다.
그렇게 식사를 잘 마치고
각자 집안에 대해 알아가고
인사를 마쳤다.
난 집으로 온 뒤에
그녀에게 수고했다고 말한 뒤
긴장감으로 가득했던 하루를 마무리했다.
다음 날 교회 체육 대회가 되었다.
작은 교회에서 하는 체육대회는
한 사람이 많은 게임을 해야 한다.
처음 게임부터 3~4게임을 한 뒤에
여성축구할 때 골키퍼를 보게 되었다.
그런데 그때
"뚝" 소리가 나며
누군가 내 종아리에 돌을 던진 거 같았다.
"뭐지 누가 돌을 던졌나?"
주위를 살펴보았지만
돌을 던진 사람은 없었다.
그때 뒷걸음질을 하려 발을 내디뎠는데
종아리가 너무 아팠다.
알고 보니 그 '뚝' 소리는
내 종아리 근육이 파열되는 소리였다.
나는 바로 교체 사인을 보냈다.
자리로 와서 잠시 앉아 있었다.
그녀는 너무나도 열심히 MC를 보고 있었다.
다리는 덜덜 떨리고 아파서
안 되겠다 싶어 혼자 발을 절뚝거리며
차로 왔다.
그렇게 병원을 가는 도중에
갑자기 차가 고장이 나버렸다.
작은 도로 왕복 2차선에서
차가 멈춰 버렸다.
갑자기 당황도 되고
다리도 아프고 너무 힘들었다.
그래도 침착하게
트렁크 문을 열고
차량에 문제 있음을 밝히고
보험회사에 전화를 했다.
다행히 보험견인차량은
15분 정도 만에 도착했다.
15분 동안 여러 생각이 밀려왔다.
다리 통증은 심해지고,
집에 어떻게 가야 할지 걱정이 겹겹이 쌓였다.
사실 다친 건 다리인데
왜 이리 마음이 시리듯 아픈지 모르겠다.
차를 카센터에 맡기고
교회에서 뺀질이 동생에게 전화를 했다
역시 그 동생은 체육대회가 다 끝나지 않았는데
도망가려고 나오고 있었다고 한다.
그 동생에게 사정을 얘기하고
카센터로 데리러 와달라고 했다.
그날 그 동생이 너무 고마웠다.
너의 뺀질함이 나를 살렸다고 생각했다.
체육대회가 끝난 뒤 그녀에게 전화가 왔고
그녀에게 서운한 감정이 있었지만
들키지 않으려 말을 아꼈다.
병원을 함께 갔던 동생은
집까지 안전하게 데려다주었다.
그 동생에게 인사를 하고 집에 들어왔다
그런데 갑자기 눈물이 났다.
왜 갑자기 눈물이 날까...
서러운 것도 아니고 아프고 힘든 하루였지만
몸이 아주 힘든 건 아니었다.
그냥 혼자라는 기분이 들었다.
난 어제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기 위해
상견례까지 했는데
왜 혼자라는 기분이 들지?
가슴 한가운데가 텅 빈 듯한 기분이었다.
그래 이런 기분은 결혼을 하면 괜찮아질 거야
함께하는 시간이 더 많을 테니까
이 결혼이 나를 외롭지 않게 채워줄지
아니면 더 외롭게 될지는 알 수 없지만
나는 여전히 결혼을 기다렸다.
"그래 조금만 더 참고 기다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