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11 - 프러포즈
종아리 근육 파열된 건 약이 없다고 한다.
물리치료 자주 받고
시간에 맡기는 수밖에 없었다.
두 달쯤 지나 다시 걸을 수 있게 되었고,
우리는 결혼을 앞두고
100일 새벽 작정기도를 시작했다.
매일 새벽 그녀를 데리러 가고,
기도 후 집에 바래다주고,
나는 다시 하루를 시작했다.
나는 이때 코로나 여파로 인해
반도체 수급이 잘 되지 않아
자동차 영업을 그만두고
부동산 상가 분양을 하고 있을 때였다.
다행인 건 내가 부동산 상가 분양을
프리랜서로 일했기 때문에
그녀를 데리러 가고 데려다주고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상가 분양을 처음 시작했지만
1년간
상가 4개, 공장 1개, 오피스텔 1개를 분양하며
분양 쪽에서 수입도 많이 벌 수 있었다.
이렇게 안정적으로 그녀와의 결혼을 위해
시간을 보내며 일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필라테스 강사인 그녀가
나와 결혼하고 나서 아이를 낳으면
다시 일을 시작할 수 있을까?
필라테스 강사일을 만족해하던 그녀인데
나랑 결혼을 하면서 그녀가 좋아하는 일을
아이를 육아하는 데에만 쓰게 하는 건
나도 원하는 바가 아니었다.
"필라테스 센터는 차리려면 돈이 얼마나 들어?
기구 이런 거 사려면 비싼가?"
"나도 잘 모르지 근데 당연히 비싸지 않을까?
브랜드에 따라 다르기도 하고,
난 강사로만 했으니까
기구 값이나 이런 건 잘 몰라"
"아 그렇구나, 내가 왜 물어본 거냐면
우리가 결혼하고 나서
아이를 낳아도 다시 돌아갈 수 있는 곳을
만들면 어때?"
"오빠 쉽게 말해줘, 그게 무슨 말이야?"
"센터를 차리자는 거지 그럼 아이를 낳아도
다시 돌아갈 곳이 생기잖아"
"아냐 오빠 난 사업 같은 거 안 해봐서
자신도 없고
돈도 한두 푼 들어가는 것도 아니잖아
난 지금 돈도 없어"
그녀는 항상 안정적인 일을 해왔기 때문에
필라테스 센터를 차리는 것
사업을 한다는 것을 아주 두려워했다.
그냥 그렇게 센터는 나만의 계획으로
마음속에 자리 잡았다.
그녀에게 전화가 왔다.
"오빠 대박! 무슨 일이 있었는 줄 알아?"
"무슨 일?"
"글쎄 내가 지금 일하고 있는 센터에서
청소하고 있는데 이런 곳이
내 센터였으면 좋겠다고 생각이 들었거든
근데 여기 실장님이 지금 살고 계신 곳에서
여기까지 오는 거리가 너무 멀어서
회원님한테 권리금 1억에 넘긴데.."
"진짜? 너무 아깝다."
"나 여기 관리자가 바뀌면
오래 못 다닐 거 같은데.."
"그럼 아직 계약 한건 아니니까
한 번 여쭤봐봐 우리한테
권리금 8천 정도로 깎아달라고"
"내가 8천이 어딨어 100만 원도 없는데.."
"내가 모아 놓은 거랑
대출 좀 받으면 그 정도 될 거 같아
근데 맥시멈 8천이야
그니까 한 번 물어라도 봐봐"
"진짜?.. 아냐 그래도 이건 아닌 거 같아"
"우리가 결혼하고 아이 낳으면
네가 돌아갈 곳도 필요잖아
계속 강사로 일 할 수도 없고
그러니까 한 번 물어봐봐"
그녀를 위해 우리의 미래를 위해
난 그 센터를 하고 싶었다.
그리고 그녀가 일하고 있는 곳은
위치도 아주 좋은 곳이었다.
반경 500미터 안에 4천 세대가 넘었고,
구도시와 신도시가 만나는 곳이라
앞으로 5천 세대 이상이 입주할 예정이었다.
센터 앞 횡단보도는
신호 한 번에 수십 명이 건너는 자리였다.
코로나가 한창일 때도 그곳은
오히려 돈을 벌고 있는 센터 중 한 곳이었다.
내가 부동산 상가 분양을 하고 있던 터라
이미 그곳의 상권 분석까지 해 둔 상태였다.
"오빠 물어봤는데 좀 일찍 말하지 그랬냐고,
일단 인수하기로 하신 분하고 얘기해 봐야 한데"
"아.. 그래? 아깝다"
"응 실장님도 나한테 주고 싶어 하시더라고
오히려 강사로 일하던 사람이
운영하는 게 더 좋으니까 회원님도 다 알고 하니.."
"그래 그렇지 그러니까 기도하면서
하나님께 맡기고 기다리자"
"알겠어 나도 실장님께
그분께 말씀드려 보고
그분이 완강하게 하신다고 하면
그분 드리라고 했어
그리고 수요일까지 말해 달라고 했고"
"알겠어 나도 기도할게 근데,
수요일 말고 만약에 목요일날 준다고 연락 오면
하루 늦게 말해 주신 거잖아 그럼 어떻게 해?"
"우리가 기도한 건 수요일까지니까...
아깝지만 어쩔 수 없이 포기해야 하지 않을까?"
"그래.. 하나님께 우리가 기도하고 있으니까
방향은 하나님이 잡아 주시겠지
기다려 보자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알겠어 오빠 연락 오면 말해 줄게.."
그녀는 대화 마지막엔 힘없이 끊었다.
나도 그곳이 탐났다.
그녀가 갖고 싶어 하는 센터이고
미래를 꿈꿀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수요일 저녁이 되었다.
내가 참을 수 없어서
그녀에게 먼저 전화했다.
"아직 연락 안 왔어?"
"응 오빠 아직 아직 연락 안 왔어
우리께 아닌가 보다"
"하하.. 그래도 우리가 기도하고 준비했잖아
우리께 아닌 거지 뭐.. 기운 내~
다른 곳 자리 좋은 곳에 차리면 되지"
웃음이 안 나왔지만 그녀를 위해
억지로 쓴웃음을 지으며 그녀를 달래 주었다.
그런데 신기하게 다음날 목요일에
실장님께 연락이 왔다.
"인수하신다는 분이 달라고 하시는데
저는 선생님이 하신다고 하면
선생님 드리고 싶어요 어떻게 하시겠어요?"
그녀는 기도를 하며 수요일까지 연락이 안 오면
우리께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냥 정중히 거절을 했다고 한다.
"오빠 이런 곳이 또 우리에게 오겠지?"
그녀는 울면서 말했다.
"그럼 당연하지 걱정 마
우리가 하나님께 기도하면서 진행한 거고
하나님도 계획이 있으시니
우리에게 안 주신 걸 거야!"
"그래 알겠어 오빠
하나님이 더 좋은 곳 주실 거야!"
그날부터 나는 우리의 미래를 밝혀줄
필라테스 센터 자리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코로나 시기였고 금리가 조금 올라간 덕분에
좋은 자리에 매물이 나와있는 곳이
생각보다 많이 있었다.
우리는 목사님과 상의하며
하나님이 주시는 자리를 찾기 위해
기도 제목을 세웠다.
1. 평수가 40평대 이상
2. 3층 이내 의 층수
3. 엘리베이터 있어야 함
4. 월세가 240만 원 이하
5. 센터 안에 화장실이 있을 것
6. 건물에 술집이 없을 것
7. 역에서 가까운 곳
8. 내 차 주차 자리 확보 가능한 곳
9. 주인 분이 하나님을 믿는 분
나는 목사님과 그녀와 함께
우리 센터를 위한 기도 제목을 만들며
혼자 이런 생각을 했다.
정말 이게 다 일치되는 곳이 있을까?
나는 아주 많은 곳을 알아봤고
내가 알아본 위치가 좋고 상권도 좋은데
기도 제목에 하나라도 부합이 되지 않으면
아깝지만 과감하게 빼버렸다.
그러던 중 한 곳이 눈에 들어왔고
계속 지켜보고 있었다.
2달 동안 임대 현수막이 계속 붙어있었다.
목사님은 그곳을 몇 월 며칠까지
시간을 정해놓고 그때도 현수막이 붙어있으면
그때 가서 알아보라고 하셨다.
우리는 정해 둔 날짜까지
현수막이 그대로 있는지 지켜봤다.
정한 날까지 붙어있길래
전화를 걸어 부동산을 찾았다.
그리곤 우리가 생각했던 곳
우리가 기도했던
기도 제목에 부합이 되는 곳인지 확인했다.
1. 평수가 40평대 이상
그곳은 45평이었다.
2. 3층 이내 의 층수
그곳은 2층이었다.
3. 엘리베이터 있어야 함
그곳은 4층 건물에 엘리베이터가 있었다.
4. 월세가 240만 원 이하
그곳은 월세 220만 원이었다.
5. 센터 안에 화장실이 있을 것
그곳은 남녀 독립 화장실이 안에 있었다.
6. 건물에 술집이 없을 것
그곳은 술집이 없다.
7. 역에서 가까운 곳
도심 핵심 상권의
지하철 역 입구 바로 앞이었고
버스정류장도 바로 앞이었다.
8. 내 차 주차 자리 확보 가능한 곳
그곳은 주차 자리가 6대로
주차 자리가 확보되었다.
9. 주인 분이 하나님을 믿는 분
부동산 분께 물어보니
가톨릭으로 하나님 믿는 분이라고 하셨다.
'하하하... 정말 맞네'
처음에는 기도 제목대로 과연 될까?
의심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간절히 기도했고,
결국 응답을 받았다.
기분도 좋고 너무 신기했다.
기도한 대로 9가지가 하나도 빠지지 않고,
딱! 맞아떨어졌다.
나는 그곳을 우리의 센터로 결정했고
그녀도 동의를 했다.
드디어 우리의 센터가 생겼다.
나는 그녀와 우리의 미래를 위해
그리고 선교를 위해
이 센터를 정말 잘 꾸려 나가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계약하는 날 나는 그녀에게
프러포즈를 했다.
인테리어 업자가 나가자,
나는 그녀를 불렀다.
"잠깐 이쪽으로 와 볼래?"
입술이 바짝 말라, 말을 몇 번 삼켰다.
하지만 마음은 확고했다.
"왜?"
"지금부터 고백할 거야
그러니까 진지하게 들어"
"뭐야 프러포즈를 이렇게 해~"
그녀는 방긋 웃으며
진지한 게 어색하듯 말했다.
용기 내어 그녀에게 고백했다.
지금까지 나랑 사귀어줘서 고마워
나는 너를 만나 조금 더 좋은 사람이 됐어
네 말대로 술도 안 마시고
주변 사람도 잘 챙기고
말투도 부드럽게 하려고 노력하다 보니
나는 너를 만나기 전보다
좋은 사람이 되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
아직은 너의 마음에 다 들진 않겠지만
그래도 한 걸음씩 더 나아가는 내가 될게
우리의 미래를 밝혀줄 센터도 생겼으니
하나님이 골라주신 이 센터에서
선교도 하고 너랑 나를 닮은 아이도 낳고
행복하게 잘 살아 보자
많은 일들이 있었고 많이 싸우기도 했지만
우리가 지금 이렇게 함께 하고 있음은
우리가 서로 함께 노력하고 있는 증거인 것 같아
앞으로 서로 노력하며 지금보다 더
행복한 인생을 함께 살아가자
"사랑해.. 나랑 결혼해 줄래?"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햇빛에 비춰
별처럼 반짝거리고 있었다.
그녀는 웃으며 나에게 말했다.
"응 좋아"
그 짧은 대답이 행복의 시작처럼 들렸다.
그리고 행복을 지키는 대가는
생각보다 훨씬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