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랑 왜 결혼 한거야?

이별 #15 - 사랑 대신 남은 상처들

by 이청목

그녀에게 미안했다.


돈을 벌지 못하니 눈치가 보이고

내 마음도 점점 더 아팠다.


버티는 것만으로는 안 될 것 같았다.


마음을 의지 할 곳이 필요했고

작정기도를 하기 시작했다.


우리 가정을 위해

선교하기 위한 시작한 센터를 위해.


기도를 하면 할수록

그녀를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벌써 1주년 결혼기념일이 되었다.


나는 용기를 내어 말했다.


"기념일이니까 우리 1박으로 여행 가자"



"오빠 우리 돈이 없잖아.

그냥 집에서 맛있는 거 시켜 먹자"


그 말이 유난히 속상했다.

돈이 없는 게 다 내 탓처럼 느껴졌다.


그때 번뜩 떠올랐다.


내가 하고 있는 여행 모임에 있는

친한 동생의 아버지가

몇 개월 전 강원도 영월에서

펜션을 시작하신다는 게 생각이 났다.


"잘 지내지?"


"네 형 잘 지내셨어요?"


"그래~ 너희 아버지 펜션 후기 써주면

무료이용 가능 하다고 했었나?

결혼기념일이라 1박으로 여행 가려고 하거든"


나는 누군가에게 이런 말이나

부탁을 하는 걸 아주 싫어한다.


하지만 없는 형편에

그녀를 위해 이 정도는 해 주고 싶었다.


"네 형 근데 그게 지금도 되는지 모르겠어요

아버지께 여쭤봐해요"


"아 그래? 그럼 여쭤 봐줘

블로그도 최선을 다해서 써줄게~ 하하하!

그리고 혹시 안된고 하면

금액도 알려줘"


"네 형 바로 연락드릴게요"


잠시 후 동생에게 연락이 왔다.


원래는 행사가 끝났는데

동생은 결혼기념일 선물로

돈을 대신 내주었다.


너무 고마웠다.


하지만 그녀는 센터를 비우고 여행을 가는 걸

마음에 걸려 했다.


"여행 가자~

일요일 교회 끝나고 갔다가

월요일 점심 먹고 오면 오후 수업 전에는

센터 도착 하잖아"


단둘이 하는 여행은

제주도 신혼여행 이후 처음여행이었다.


그래서인지 그녀는 어렵게 여행을 가겠다고

마음을 정했다.


그렇게 즐겁게 여행을 떠났다.




그녀는 허리도 아파하고

멀미도 심해서 가는 내내 힘들어했다.


어떤 사람들은 필라테스 강사가 왜 허리가 아파?

라고 물어보는 사람도 있다.


필라테스 강사는

강사 자신의 체형과 다른 회원을 지도할 때

그 회원의 자세에 맞춰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몸에 무리를 주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둘이 하는 여행에

즐겁게 해 주려고 노력을 했다.


내가 운전하는 동안

멀미도 심한 그녀가 노래도 부르고

졸지 않으려 노력해 주는 게 고마웠다.


그렇게 힘들게 강원도 영월에 도착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했던가


가는 동안 구름이 끼더니

도착해서 비바람에 번개까지 쳤다.


아름답게 빛나는 별이 유명한 영월에서

우린 별 한 점 보지 못했다.


그래도 여행의 분위기를 내보려 노력했다.


황토 찜질방이 있어서 찜질도 하고,

저녁에는 바비큐 파티를 위해

장작에 불도 피웠다.


배가 좀 채워지고

그리고 그녀와 진솔한 대화가 시작됐다.


센터의 매출 문제, 내 직장 문제,

우리 부부 문제까지.


그리고

우리는 또 다투었다.


"센터는 매출이 왜 안 나오는 거 같아?"


"모르겠어 난 열심히 하고 있는데.."


나는 항상 이렇게 해봐라 저렇게 해봐라

그녀가 하고 있는 칭찬은 하지도 않은 채

안 되는 것만 고쳐보라고 이야기했다.


"오빠는 왜 직장을 생활을 못하는 거야?"


"못하는 게 아니고

오래 다닐 곳을 찾고 있는 거지"


그녀의 눈에 난 직장생활을 오래 못하고

금방 그만두는

끊기 없는 사람으로 보였을 것이다.


내가 그녀보다 더 힘들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을까?


내가 더 노력하고 있고

그녀를 기다리고 있다고

보여 주고 싶었을까?

나의 자격심이었을까?


나의 솔직한 마음을 얘기한다고 했지만


결국

그녀에게 상처가 되어버린 말을 해 버렸다.


"근데 우리가 부부 생활이나 스킨십이 없잖아

그리고 여행도 다니는 것도 아니고

우리가 뭔가 같이 하는 것도 없고

나랑 왜 결혼한 거야?"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의 표정만으로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나도 행복하지 않아'


나는 결국 못 참고 먼저 말해 버렸다.


"난 이렇게 계속 살 수 없을 거 같아

난 지금 행복하지 않아,

내가 생각했던 결혼은 이런 게 아니야!"


"지금은 내 마음에 여유가 없어서 그런 거 같아

돈도 없고, 내가 더 많이 수업해야

돈을 아낄 수 있잖아 그러니까 몸은 계속 힘들고

마음의 여유는 없고

이게 계속 반복이 되는 거 같아"


난 그녀의 말을 들으며 화가 났다.


그녀의 말뜻이 화가 난 건 아니었다.


우리의 미래를 위해, 선교를 위해

행복하고 싶어서 시작한

필라테스 센터가

나의 행복을 빼앗아간 거 같았다.


센터가 미웠고 싫었다.


"그럼 센터를 그만둘까?

센터도 선교도 중요하지만,

난 우리 가정이 더 중요해"


그녀는 고개를 떨구며 말했다.

"난 모르겠어 오빠 기도해 보자"


센터를 그만두자는 말이 비겁했을까?


하지만 난 진심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의 기분이 상했지만

결혼기념일이니까 서로 화해하고

기분 상한채 잠을 청했다.


난 잠이 오지 않았다.


새근새근 잠이 든 그녀를 보고 있자니

괜히 얄밉기도 했다.




다음날 아침 겸 점심을 먹으러

오징어볶음을 잘하는

유명한 맛집이 있다고 해서 그곳으로 향했다.


결혼 전에도 우리 집에서 데이트를 할 때

오징어 볶음을 자주 시켜 먹곤 했는데

그때의 추억이 떠오르기도 했다


맛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오징어를 기다리고 있는데

센터폰으로 전화가 왔다.


"네 선생님!

네? 진짜요? 감사해요 네..."


표정을 보니 센터에 문제가 생긴 거 같았다.


"오빠 뒤쪽 현수막이 찢어져서

펄럭이고 있어서

오전 선생님이 한쪽으로 치워놨데.."


"어제 비도 많이 오고

바람도 많이 불어서 그런가 보다"


"어떻게 우리가 없으니까 이런 일이 생기냐

속상하다..."



오징어볶음이 나왔지만

우리는 착잡한마음에

오징어볶음이 맛이 있는지 없는지 도 모르게

점심을 먹었다.


'밥이라도 마음 편하게 먹게

전화가 나중에 왔었으면 좋았을걸..'


맛있는 오징어볶음집에서

난 점심을 억지로 맛있게 먹는 척을 했다.


오는 길에 유명한 카페에 들러

커피와 음료를 테이크아웃하고

바로 센터로 왔다.


센터에 와서 보니 오전 선생님이

잘 치워 놓으신 덕분에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진 않았다.


그러게 우리의 첫 결혼기념 여행

그리고 신혼여행 이후

둘만의 첫 여행은 이렇게 허무하고

나의 자격지심 가득한 말들로

끝나버렸다.




내가 조금 더 예쁘게, 따뜻하게 말했더라면

우리의 결혼기념일은 달라졌을까?


서로를 사랑하지만,

서로의 말이 지적처럼 들렸고,

서로의 노력이 인정이 되지 않아

상처로 다가왔다.


그게 우리 부부의 현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