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16 - 내 말 좀 믿어줘
결혼기념일이 지나고
한 달이라는 시간이 더 지났다.
나는 기도를 할수록
그녀를 도와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와 상의를 했지만 그녀는 반대를 했다.
"나 기도를 할수록 계속
센터에서 일해야 한다는 마음이 생겨"
"난 오빠가 직장 생활하는 게 더 좋은 거 같아
그래도 밖에서 돈 벌어 오면
진짜 많이 도움이 되거든.."
그녀의 말도 틀린 건 아니었다.
그래서 나도 직장을 다니려 노력했다.
하지만
마지막 면접에서 갑자기 말을 바꾸거나
면접에 합격했으니
출근할 날짜 연락을 준다고 했던 회사는
연락이 없고
주 5일이라더니 일요일까지 출근하라는
회사도 있었다.
결국, 주일성수를 지켜야 하기 때문에
그 회사마저도 그만두게 되었다.
회사 면접에서 떨어지며
나는 그녀의 눈치를 더 보게 되었다.
그럴 때일수록 나는 기도에 더 집중했다.
"하나님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주세요"
기도를 하면 할수록
그녀를 도와주라는 마음이 계속해서
더 강하게 생겼다.
나도 고민이 많았다.
난 한 군데 가만히 앉아서 일하는 게
가슴이 너무 답답하고 힘들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다시 센터에서 일하면
그녀와 지금 보다 더 많이 부딪치고
더 많이 다투게 될 텐데
그건 정말 싫었다.
하지만 기도를 할수록
더욱 강하게 그녀 옆에서 도와주라는
마음을 주셨다.
다툼이 있더라도
그녀 옆에서 도와주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하.. 지금 매출이
우리 목표의 반도 안 나오는데
내가 거기 가서 뭘 할 수 있을까?'
'왜 계속 센터에서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 걸까?'
'지금 당장 센터를 접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인데..
왜 이런 마음이 드는 걸까?'
난 여러 가지 생각에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그리고 더욱 머리가 아픈 건
그녀에게 어떻게 또 말을 하나 싶었다.
분명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그녀인데..
그리곤 그녀를 설득하기 위해
얘기를 시작했다.
"잠깐 얘기 좀 할까?"
"어? 무슨 얘기?"
그녀는 항상 내가 얘기를 좀 하자고 하면
안 좋은 얘기라고 생각하는지
표정과 말투가 떨 떠름했다.
"내가 기도를 계속하고 있는데
그럴 때마다 계속 센터일을 도와주라는
마음을 주시는 거 같아"
"난 오빠가 회사를 다녔으면
좋겠어"
역시나 그녀는
내가 직장생활을 하기를 바란다.
"나도 노력했는데 이상하게 잘 안 돼!
면접 마지막날 갑자기 면접이 취소되거나
합격했는데 연락이 안 오고,
주 5일 근무한다는 회사는
주일까지 출근하라고 하고.."
"오빠가 그냥
센터에서 일하고 싶어서 그런 건 아니고?"
"뭐? 나 매일 교회 가서 작정기도 하는데
내 기도를 지금 무시하는 거야?
이게 하나님의 응답일 수도 있잖아!"
나는 정말 너무나 답답했다.
나의 말을 안 믿어 주는 그녀도
내가 말하면서도
이게 정말 하나님의 계획일까? 생각하는
자신감 없는 나 자신도 이 상황이 너무 싫었다.
"오빠 그럼 나도 기도해 볼게"
그렇게 우리는 또 서로 감정이 상했고
시간은 또 흘러
24년 설 명절이 다가왔다.
설명절이 끝나면
센터 월세를 내야 하는 상황인데
우리의 통장 잔고는 0원이었다.
그녀도 나도
더 이상 대출이 나오지도 않는 상황이었다.
숨이 막히고 마음은 아팠다.
그런데 아직까지도 센터를 내놓아야 할지
계속 운영하고 싶은지
결정을 못하는 그녀를 보며
더 답답함이 느껴졌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녀는 센터를 포기할 수가 없었던 거 같다.
내가 부동산일을 하려고 센터를 나오고 난 뒤
혼자 센터를 위해 일했다.
그녀가 나를 봤을 땐
센터를 너무 쉽게 포기하는 것처럼
느꼈을 것이다.
그리고 결국 우리는 월세를 못 냈다.
건물주에게 사정을 얘기했다.
사정을 들은 건물주는 이틀 정도 기다려 줬다.
이틀 뒤 전화가 왔다.
"네 안녕하세요 사장님"
"아니~ 월세가 아직 안 들어왔어요"
"네.. 아직 융통이 안 돼서요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시면 안 될까요?
아니면 보증금에서 빼.."
내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건물주는
내 말을 막으며 본인 말을 했다.
"아니 그러지 말고 그냥 빼요
이번 주까지 안 빼며 내용증명 보낼 거니까
그렇게 알아요"
그렇게 건물주는 가차 없이 전화를 끊었다.
너무나 서러웠다,
그 순간 모든 게 무너지는 듯했고
눈물이 날 것 같았지만
그녀가 옆에 있어서 눈물을 참았다.
담담한 목소리로 그녀에게
건물주와 통화한 내용을 말했다.
그녀도 그때가 돼서야 나에게 말했다.
"그럼 지금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
"우리는 하루라도 빨리 센터를 빼야지
그래야 손해를 조금이라도 덜 보는 거지..."
그녀는 그때서야 결심을 했고
센터매매글을 올렸다.
그리고 다음날이 되었다.
우리의 사정을 잘 아는 지인 분에게서
전화가 왔다.
"아 네 안녕하세요"
"네 청목 씨 통화가능해요?"
"네네 가능합니다."
"다른 게 아니라
내가 청목 씨 사정을 잘 알잖아요
그래서 기도를 했는데
하나님이 계속 도와주라는 마음을 주셨어요
그래서 내가 도움을 주고 싶은데 괜찮겠어요?"
"네? 아니... 저희를요?
잠시만요"
나는 혼자 통화할 내용이 아닌 거 같아
그녀를 얼른 불렀다.
"네네 말씀 하세요
지금 옆에서 같이 듣고 있습니다."
"네 제가 이번에 여유자금이 생겼어요
그래서 도와주고 싶어요
이 돈은 나한테 갚지 말고
정말 성공해서
주위에 어려운 사람들에게
베풀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녀도 나도 눈물을 흘렸다.
서러웠던 감정들이 북받쳐 올랐고
그 눈물은 앞으로 나의 각오가 되었다.
우리는 얼른 건물주에게 전화를 했고
월세를 냈다 그리고 다시 시간을 벌었다.
빌려주신 돈으로 월세를 내고
급하게 내야 할 돈을 내고
남은 돈은 다음 달 강사님 월급 정도였다.
강사님 월급은 다음 달 10일
오늘부터 다음 달 10일 까지는
14일이라는 시간이 남았다.
난 그날부터
센터에서 온라인 마케팅을 시작했다.
할 줄 아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다만 해야만 했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자고 생각했다.
내가 필라테스 수업은 할 수 없으니
수업 빼고 다른 건 다 해보자고 생각했다.
네이버 플레이스, 블로그 마케팅부터
해보자는 생각을 했고
센터 운영이나 청소까지
모든 걸 새로운 다짐으로 다시 시작했다.
그리고 1주일 후 놀라운 일들이 연속되었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그냥 들어와서
상담을 받고 등록을 하고 가고
내가 획기적으로 만들고 블로그에 올린 수강권을
그야말로 '대박'이었다.
그렇게 다음 달 10일
강사님 월급 드리는 날이 되었을 땐
이미 그달의 월세까지 낼 수 있을 만큼
매출이 나와있었다.
너무나 감사했다.
이렇게 계속 운영을 할 수 있게 자금을 주신
지인 분에게도 감사했고
나의 노력과 그녀의 노력으로 매출이
많이 나올 수 있게 된 것에도
너무 감사했다.
내가 너무 빨리 포기해 버렸다면
이런 일은 있지 않았겠지?
그리고 그때 알았다.
기도 속에서 들었던 마음이 단순한 생각이 아니라
하나님의 응답이었다는 것을.
포기하지 않았기에,
우리는 다시 길을 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다시 찾은 이 길이
우리에게 행복을 가져다주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그 길은 또 다른 다툼의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