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가 뭐예요?

자기소개 #행성 -38

by 이청목

며칠 전 첫 독서 모임을 하러

남양주에 있는 카페로 향했다.


독서 모임이라는 것을 처음 참여해 보는 거라

기대도 많이 됐고 긴장도 되었다.


카페 안으로 들어가서

모임장에게 채팅으로 연락했다.


“1층에서 본인이 마실 차 구매하시고

2층으로 올라오셔서

우측에 큰 테이블에 계시면 됩니다.”


일이 늦게 끝나서 지금 오는 중이라며

먼저 앉아 있으라고 했다.


내가 마실 차를 받아 2층으로 올라와서 보니

중년 여성 한 분이 앉아 계셨다.


그분과 둘이 있기엔

내가 너무 숫기가 없는 사람이라

작은 테이블에 혼자 앉아 동태를 살폈다.


그리고 잠시 후에 모임장이 와서

모임에 참여하기 위해 그쪽으로 향했다.


쭈뼛대며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어머! 누구세요?"

모임 있는 분들은 화들짝 놀랐다.


알고 보니 오후 2시에 하는 모임이라

당연히 여자인 줄 알았는데

남자라서 놀랐단다.


나도 덩달아 놀랐지만

모임에서는 실명보다

아이디로 채팅을 하다 보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모임 사람들은 총 6명이었다.

50대 초중반 분들이 대부분이었고

각자 먹을

음료와 빵을 사 들고 자리에 앉았다.


새로 모임에 나온 사람이 있으니

자기소개를 하자고 했다.


한 명씩 돌아가며

이름, 나이, 직업을 얘기했다.


그리고

내 순서가 되었다.


이런 자리에서 자기소개를 하면

이목이 쏠린다는 생각에

쑥스럽고 민망했다.


첫 모임이다 보니 긴장해서

염소처럼 떨리는 목소리를 꾹꾹 눌러가며

또박또박 내 소개를 했다.


이름은 이청목입니다.

나이는 82년생입니다.

브런치 스토리에서 글을 쓰고 있습니다.


내 소개를 마쳤다.


그분들의 표정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벌써 다 끝난 거야? 더 해봐"

이런 표정인 것 같았다.


그리고 이어서

"브런치가 뭐예요?"라고 물었다.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아, 그래도 나름 용기 내서

브런치에서 글을 쓰고 있다고 말한 건데,

그 브런치가

설명부터 필요한 단어일 줄은 몰랐다.


브런치가 뭔지 설명을 해드리고 나서야

“아 작가시구나”라는 말이 돌아왔다.


마치

내가 작가라는 설명에

성공한 사람이 된 기분이었다.


처음부터 당황스러운 일들이 있었지만

그래도 모임은 잘 이끌어 준 덕분에

첫 독서 모임은 잘 끝낼 수 있었다.


모임 6명 중에 남자는 나 하나였지만,

새로운 사람들과 책 내용에 관해

얘기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좋았다.


집에 돌아오는 내내 진이 빠져 있었다.

왜지?

왜 기운이 없을까.


토론 주제가 여섯 개였는데

질문은 다 내 쪽으로 왔다.


계산해 보니

나는 혼자서 서른 번쯤 대답을 하고 있었다.

독서 모임이 아니라 즉석 인터뷰였다.


최근에 대화를 많이 하지 않았는데,

모임에서 많은 대화를 하고 나니

나도 뭔가 살아있는 기분도 들었다.


다만, 다음 모임에서는

자기소개를 이렇게 해야겠다.


저는 글을 씁니다.

혹시... 브런치 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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