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편히 외로워도 된다 # 행성 -29
월요일 연재 중인
브런치 북이 있다.
얼마 전
나의 첫 거짓말이라는 글을 발행했다.
누나와 함께했던 옛 추억을 떠올리며
그때의 감정 그대로를 썼다.
글이 발행된 이후 많은 댓글이 달렸다.
그리고 누나의 말을 들으며
나는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의 외로움이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
외로움이 많은 사람이라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왜 외로움이 많은지
이유는 몰랐다.
인천에서 살았을 때 이사를 해야 했다.
어디로 가면 좋을까 고민하던 찰나
전세인데도 불구하고
풀옵션 집을 발견했다.
그런데 지역이
영종도였다.
영종도는 공항이 있는 섬이다.
좋아하는 바다도 있고,
낚시도 할 수 있고, 산도 있었다.
그때 동료였던 부장님이 나를 말렸다.
"청목아 영종도도 섬이야
너처럼 외로움이 있는 사람이 가면
금방 나오게 돼"
부장님 친구도 영종도로 이사 갔다가
1년 만에 다시 나왔다고 했다.
25년 전 일이다.
회사형들이 나이트클럽을 가자고 했다.
신나게 놀아보자는 마음으로
형들을 따라 나이트클럽을 갔다.
그런데 형들은 어디 좀 잠깐 다녀온다며
클럽 밖으로 나갔다.
10분이 지나도 20분이 지나도 오지 않았다.
혼자 남겨지는 기분이 견디기 힘들었다.
기분이 좀 좋아질까 싶어서
테이블 위에 있는 맥주를 따라 마셨다.
나는 테이블 위에 있던 맥주를 다 마셔버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친구들과 술자리를 하고 나면
집에 혼자 돌아가는 외로움이 싫었다.
여자 친구를 사귈 때,
여자 친구가 집에 들어가고 나면
또 혼자라는 생각에
빨리 결혼하고 싶은 생각도 있었다.
나는 왜 이렇게 외로움이 많은지
이유가 궁금했었다.
그리고 풀리지 않는 궁금증에
외로움이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커졌다.
혼자 남겨진다는 외로움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아픔이었다.
그런데 외로움이 어디서 시작됐는지를
글을 쓰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글을 쓸 때는 그때의 감정을 그대로 쓰다 보니
외로움이란 단어는 크게 생각나지 않았었다.
그런데 댓글 중에 이런 내용이 있었다.
하염없이 가족을 기다리느라
얼마나 무섭고, 외로웠을 너의 마음이
나에게도 느껴진다.
엄마도 아빠도 없었던 상황이지만,
얼마나 무서웠을까?
혼자가 될까 봐 무서웠다는 말이
코끝이 찡하게 눈물이 나네요.
청목님의 글에는
항상 외로움이 묻어나 있어요.
항상 힘내시고
밝은 에너지도 보여주시길 바랍니다.
브런치에 처음 글을 쓰기 시작했을 무렵부터
내 글을 읽어주시던 분들이다.
글을 읽어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한데
나를 발견할 수 있는 댓글을 남겨 주셔서
더 감사했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이미 혼자 있었던 아이였다.
엄마 아빠가
맞벌이라는 이유가 있었지만
엄마 아빠의 탓을 하려는 게 아니다.
내 외로움이
어디서 시작되었는지를 알게 되니
마음 한편이 시원했다.
딱 이런 느낌이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외로움이 있었던 아이였구나,
그렇게 인정하게 됐다.
그리고 내가 외로움이 있는 건
이상한 게 아니다.
외로움이 있을 땐
언제든 외로워도 되고,
참으려 하지 않아도 되고,
왜 그런지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이제 혼자라는 외로움이 느껴질 때
애써 참으려 하지 않아도 된다.
안도감이 들었다.
글을 쓰게 되면서
그렇게 궁금해 왔던 외로움이
어디서 왔는지를 알게 되었다.
글을 쓰지 않았다면
내가 외로움이 많은 이유를 알지 못했을 거다.
내가 좋아하는 글로 인해
외로움을 글로 견딜 수 있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 좋다.
내 생각에는,
외로움은 없애야 할 감정이 아니라
이해받아야 할 감정인 것 같다.
오늘은 나를 조금 더 이해한 하루였다.
그래서 행복하다.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