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내 삶으로 돌아왔다.

과거 앞에서 다시 선택한 하루 # 행성 -30

by 이청목

‘지이잉.’

핸드폰 진동이 울렸다.


“잘 지내고 계세요? 제가 서울을 가는데

1월 12일에서 14일 사이에 시간 되세요?”


인천에 살았을 때 나에게 잘해 주셨던

지인분이셨다.


심적으로 힘들고 지칠 때

항상 나를 위해 기도해 주고,

응원을 아끼지 않던 분이다.


메시지를 보고 바로 답장을 드렸다.


“언제든 가능합니다.

서울에 오시면 꼭 연락해 주세요”


시간이 지나 지인분에게 연락이 왔다.


약속 장소로 나가면서 오랜만에

뵙는 거라 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


서울에 살면서

몸무게도 8킬로그램이나 빠졌는데

이왕이면 좋아 보인다는 말을 듣고 싶었다.


출퇴근 시간에 밝은 라이트를 비추며

줄지어 있는 차들 사이에서도,

약속 장소까지 가는 시간이

짧게만 느껴졌다.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


저 멀리서 걸어오는

키 크고 마른 체형이 딱,

내가 아는 분이었다.


단숨에 달려가서 아는 척했다.


반가워하며 서로 악수를 했다.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는지

손은 차가웠다.


내가 배고파할까 봐

얼른 식당으로 가자고 했다.


식당까지 가면서 어떻게 지냈는지

서로 안부를 묻고,

웃으며 식당으로 들어갔다.


지인분은

왜 이렇게 살이 많이 빠졌냐며

얼굴이 핼쑥해졌다고 했다.


뚱뚱했던 시절만 보다가

조금 살이 빠진 나를 보고

걱정이 되었나 보다.


얼굴이 좋아졌다는 말,

멋있어졌다는 말을 듣고 싶었다.


하지만 나의 과거를 자세히 아는 사람이라서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고 생각한 것 같다.


음식이 차려지고 밥을 먹는 내내

인천에 있었을 때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많이 보고 싶어 하더라고요.

자신이 잘해 주지 못해서

오빠랑 헤어지게 됐다고...

많이 후회하더라고요”


그녀의 얘기였다.


“청목 씨가 다시 시작하자고 하면

같이 지내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지금 많이 힘들고 보고 싶다고,

옆에서 봐도 많이 바뀌었어요.”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고개를 숙인 채

밥을 크게 한 숟가락 떠 입에 넣었다.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머릿속으로는

온통 그녀의 얼굴과 표정만이 어른거렸다.


그녀의 마음을

이렇게 자세하게 얘기해 주는 사람이

그동안 없었다.


그녀와 이혼하기 전

우리는 충분한 대화를 했고,

서로의 사랑이 남아있음에도 불구하고

이혼했다.


다툼은 많이 있었지만

그 다툼은 우리의 미래를 위한 다툼이었다.


수많은 다툼 끝에 알게 됐다.


우리는 너무 달랐고,

그 다름을 인정하고 이해했기 때문에

서로의 행복을 위해 이혼을 선택했다.


그런데 지금 와서 지인분이 하는 말에

처음으로 흔들렸다.


지인분께 말했다.


“그 친구가 힘들다는 건 잘 알겠습니다.

그런데 나중에라도 다시 만나라는 말씀은

안 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우리의 결정이 잘못됐다고 생각되거든요”


더 이상 말하지 않으셨다.


헤어질 시간이 되고 지인분과 인사를 했다.


“청목 씨 꼭 다시 봐요, 언제든 연락해 주세요.

저도 연락드릴게요”


집에 오는 내내 가슴이 답답했다.


내 결정이 틀렸던 것일까?

지금 이 시간을 얼마나 힘들게 버티고 있는데.

잘하고 있는 것인가?


뒤죽박죽 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머릿속에 꼬여버린 생각을

한 가지씩 정리를 해나갔다.


그녀와 헤어진 이유.


만약에 다시 그녀와 만나게 된다면

다시 또 이런 일이 반복이 안 될까?

반복이 안 된다면 행복할까?

다시 반복된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머리는 쥐가 날 것만 같았다.

생각을 하면 할수록

다시 지금으로 돌아오는 기분이었다.


결국 아무것도 결론은 나지 않았다.


지금은 헤어졌고,

나머지는 미래에 관련된 일이다.


지금은 먹고사는 것과

글을 쓸 수 있는 생활을 만드는 것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지금 생활에 집중하기로 마음을 먹은 순간

이상하게 마음이 편안해졌다.


과거가 다시 나를 흔들 때마다

내가 돌아와야 할 곳은

미래도, 후회도 아닌

지금의 삶인 것 같다.


누구나 한 번쯤

이미 지나온 선택 앞에서 흔들린다.


그 선택이 옳았는지,

혹시 다른 길이 있었던 건 아닌지.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건

오늘 하루를 살아내는 일뿐이다.


내 삶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다면,

그 하루는 충분히 잘 살아낸 하루가 아닐까.


아픈 과거를 듣고 힘들었고

방향을 잃을 뻔했지만,

다시 중심을 잡고

내 삶으로 돌아왔다.


오늘은 이거만으로도 나 자신에게

칭찬해 주고 싶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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