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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맴맴 Jan 22. 2024

홈 스위트 홈 -최진영

나의 주소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내가 태어났다는 인천의 어느 작은 집. 그리고 초등학교 1학년 입학하기 전에 이미 전국 방방곳곳에 주소지를 뿌렸던 나에게 주소는 어떤 의미도 되지 못했다. 다시 살던 곳에 돌아와 살았지만 4학년이 되기 전에 나는 다시 또 떠나야했으니까. 엄마 손에 이끌려 다니는 곳들은 그저 추위를 피하는 기능. 잠을 잘 수 있는 기능을 했던 곳으로 그곳에서의 나는 아무런 꿈도 꾼 적이 없었다.

그런데 홈 스위트 홈.


엄마 또한 집을 소중히 여긴 사람이 아니었다.

언젠간 떠나야 하는 곳.

언젠가 떠나야 하는 곳에 희망은 없었고, 생기도 없었다.

도대체 작가는 집에 어떤 의미를 담은 것일까.


어진이 물었다. 언제? 나는 대답했다. 미래의 어느 여름날. 주방 앞을 가리키며 덧붙였다. 여기에 하얀 꽃이 피어 날거야. 주절초나 마거리트 같은. 내가 씨앗을 뿌린 기억은 없지만. 어진이 대답했다. 그런 꽃은 저절로 피어나기도 해.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그래. 저절로 피어도 좋겠다.     


어떤 재난을 마주칠 때 구덩이를 파고 들어가 앉는 나를 떠올렸다.

그곳에 차라리 이름 모를 씨앗이라도 심었으면 지금의 비관적인 나 대신 다른 내가 되어있을까.

이 소설이 대책없는 희망을 제시하진 않는다.

그저 그것이 끝이 아님을 이야기한다.

나는 그래서 최진영의 홈 스위트 홈이 좋았고, 홈 스위트 홈을 읽을 수 있었던 나의 집을 사랑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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