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어 다이어리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
모든 일은 브런치즈음 이루어졌고 얼마나 내가 엉뚱하게, 가벼운 마음으로 글을 쓰는지는 그때부터 함께 온 브런치지기들이 있기에 또 글로 남아있기에 (말이 길어지고 있다.)
무튼 꿈에도 없고 계획에도 없던 일이 벌어지고 있다.
28일 소설이 오픈되었다. 그리고 랭킹에 떴다는 얘길 엊그제 저녁에 DM으로 신요정님이 전해주셨다.
전체 랭킹 99위. 소설 랭킹 39위
다음날인 어제는 내가 확인했다.
전체 랭킹 87위. 소설 랭킹 28위
어제는 그래서 너무 신났다.
내가 언제 장강명, 구병모 틈에 껴보겠냐며. 어차피 그들은 나를 신경도 안쓰고, 볼일도 없을테니 나는 이 순간을 즐기겠다며. (때마침 요즘 feliz navidad 등 캐롤 시즌이라 BGM도 딱이다) 이튿날은 너무나 사랑하고 궁금하기 이를 때없는 최진영 작가님과 이름을 나란히 했다.
책이 나온 것보다 사실, 이게 더 신났고 뭉클했다. 살다 보니 참 별 일도 다 있구나.
뭐, 반짝 사라질지도 모르고 어차피 아무도 모르니 나는 좀 즐겨야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좋지 못한 댓글도 달리며 평점이 떨어지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을 끝까지 읽어줬다는 이들이 있다는 것도 신기했다. 신기했다를 지금 도대체 몇 번을 쓰는건지.
밤 8시 반부터 스멀스멀 졸리다 9시가 되기 전에 불이 꺼진 기억이 나는데 오늘 아침이 됐다.
그리고
전체 랭킹 11위. 김부장 위에 천유가 섰다.
소설 랭킹 5위. 급류를 타고 서핑을 시작했다.
지금부터는 마음 자세가 달라졌다. 찾아야 하고 전해야 한다는 간절함.
이건 나의 계획도 아니고 나의 실력도 아니다.
모두 당신 덕이다.
그런데도 나는 감사의 마음을 전할 방법이 없다.
간절함에 나는 힌트를 던진다.
나는 분명히 이야기했다.
YOU ARE HERO라고.
사건일지를 또 기가 막히게 쓰는 재주가 있는데 (나는 사실 이걸 제일 잘 쓴다.)
당신은 알고 있다. 모든 일이 당신으로 인해 벌어진 것임을.
쓰는 것 자체가 즐거울 뿐 책은 생각을 해본 적 없다. 특히 소설은 나만 생각을 못했나??? 이 글을 읽는 누구도 생각을 해본 적 없는 일이지.
그런데 장편이라고? 이 모든 사태를 주도한 인물이 단 한 명이 있다.
나는 당신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해야겠는데 방법이 없다.
조금 더 앞으로 나아가면, 당신을 볼 기회가 생기는건가?
그래, 그럼 가는 수밖에.
이왕 적당히 욕도 먹어가며 판이 펼쳐졌으니 가보려 한다.
작정하고 가면 어디까지 가나. 우리같이 가보자.
DEAR. 브런치지기님들.
이 아름다운 기적이 언제 종료될지 모르니 일찍 김치국물을 마셔보려고 합니다. 이건 제 맘이잖아요?
함께 울고 웃어주시고 곱게 키워주심을 잊지 않습니다. 유행어를 좋아하지 않는데 야생으로 가보니 그 말이 절로 나오더라고요.
"브런치에서 곱게 우쭈쭈 우쭈쭈 글을 쓰던 내가.... ㅜㅜ "
정말 감사하고 고맙습니다.
그리고 힘들게 하루하루,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기 않고 글을 쓰는 당신들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누구도 모른다고, 내일이면 어떤 기회가, 어떤 일이 내 앞에 펼쳐질지 모른다고.
그 기회를 잡을 수 있는건 오로지 앞이 보이지 않지만 여전히 쓰고 있는 당신이라고.
제 글에 보면 징징 거리는 글이 참 많습니다.
이 글을 쓸만큼 엄청난 성공을 거둔건 아니지만 이 귀한 기회를 빌어 사람 일은 모른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왜냐면 저는 알고 있으니까요.
여기, 이곳 브런치에는 저보다 훨씬 열심히, 진정성 있는 마음으로 매일매일 쓰는 당신이 있다는 걸 저는 지난 몇 년간 봐왔으니까요.
잘 될 겁니다. 제가 그 작은 증거가 되고 싶습니다.
될 수 있다고, 오늘은 내일의 일을 알 수 없다는 믿음을 굳게 가지고 나아가시길. 또 이웃한 누군가가, 서로 잡고 있는 손이 꼭 필요한 순간 어둠을 밝혀줄, 길이 되어줄 귀한 마음이 될 수 있음을 잊지 마세요.
고맙습니다. 모두.
* 덧 -
한 분 한 분, 일일이 찾아뵙지 못함을 이해해 주시길. 전 MBTI가 나오고 변명이 생겨서 기뻤답니다. 아직 연락을 하고 지내는 은사님도 말씀하셨죠. "우리 천유가 그런 건 좀 떨어지지" 전 ENTP입니다. 타고나길 덤벙대고 단순하고 계획적이질 못해서, 또 게으름이 심할 뿐. 마음이 없는 건 아니랍니다. 위기의 순간, 혹은 축제의 순간에는 분명히 등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