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으로 낸 이유. 정산 등 기타 사항
▲ 첫 책을 왜 전자책으로 냈는가
간단히 이야기하면 종이책 출판에 대한 로망이 내겐 없었다.
외삼촌이 아직 현역 소설가다.
신문 전면에 베스트셀러 목록이 뜨던 시절, 매주 화려하게 이름이 저 위에 올라 조카인 나조차 담임 선생님 이하 모두의 주목을 받을 정도였으니. 그 시절 베스트셀러 작가의 인세와 유명세는 참. 어린 내가 대충 떠올려 봐도 엄청났다.
그런데 단 한 번도 그가 행복해 보인 적 없었다. 그가 소설가라서 엄마와 이모들이 애쓰는 건 많이 봤는데.
이건 처음 밝히는 이야기인데 우리집 손석구도 책을 꽤 여러 권 냈다. 반기획, 기획 종류별로 책이 있다. 직업이 작가도, 글쓰기 작가도 아니다. 그는 전혀 다른 일을 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너무' '많은' 여러 가지 경험을 하게 되는데 그런 것들이 나를 지치게 했다. 인세가 짭짤하지도 않았을 뿐더러 팔리지 않는 책은 '너무나' (부사가 자꾸 들어갈 수밖에 없다) 큰 마음의 짐이었다.
전후 사정이야 어쨌든 세상에 나온 책은 더 이상 남일이 아니었다. 시름하는 손석구를 곁에서 지켜보는 것은 정말 못할 짓이었다. 하고 싶은 일을 하겠다고 사서 고생을 하는 자식을 지켜보는 에미의 마음이 이런걸까.
그래서 보도 자료도 직접 써서 돌리고 기획 기사 소스도 만들어 뿌렸다.
※ 성과는 있었고 나름 활용할 만한 것들이다. 이미 잘 아는 분도 있을 수 있으나 그렇지 않은 분들을 위해 4부에서 공유하겠다.
중간에 고민고민하다 유명인 친구에게 책을 한번 보겠냐고, 권했다가 까였다. 평생 타인에게 그게 무엇이 되었든, 부탁이란 걸 해본 적이 없었던 터라 말을 꺼내기도 힘들었는데 어렵게 부탁한 일이 거절당하자 모든 것은 책탓이 됐다.
"거봐! 책을 내는게 이렇게 어렵고 번거로워! 사람들에게 이런 책이 있다고 알리는게 쉽냐고! 도대체 왜 자꾸 책을 내고 싶은 거야."
책을 내는 것 자체는 분명히 축제지만, 이 축제를 책임지고 감당하는 건 이렇게 힘든 일이구나를 여실히 깨달았으니 내가 출판에 관심이 없는 건 너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니 '책' '출판' '종이책'은 내 것이 아닐 수밖에 없었다. 좋은 책은 내가 아니라도 누군가 여전히 쓰고, 세상에 끝없이 쏟아져 나오니 나는 아니라도 된다고 생각했다.
이에 반해 출판에 욕심이 없는 내가 쓰는 모든 글은 '쌀'이 됐다.
알바가 중심이 되고 나머지 시간은 참여가 가능한 공모전에만 집중했는데 이런 글쓰기는 누구에게도 부담을 주지 않았다. 알바를 하며 버는 소득의 일부를 기부하고, 기부처가 늘어나는 것만으로도 넘치게 행복했다.
내 글은 그저 이 정도로, 어딘가에서 작은 빛이 되고 미량의 소금이 되기만을 소망하고 실천하며 지냈다.
그래, 충분하다. 이 정도면.
지금까지 내가 생각한 내 글의 효용 가치였다.
▲ 작은 빛이 스미다
쌀이 되는 글 외에는 그저 내가 좋아서 누구도 의식하지 않고, 내키는 대로 때론 노래를 부르듯, 때론 넋두리를 하듯, 가끔은 수다를 떨듯 쓰는 거라 '글로버스킹'이라 이름을 붙였다.
내 흥에 취해서 쓰는 글, 누가 보든 안 보든 내가 좋아서 쓰는 글. 그런데도 순간순간 답답하고 외로웠다.
"첫 글을 올렸는데 출간 제의가 들어왔어요."를 시작으로 심심치 않게 들리는 출간 소식에 마음이 어지럽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문득문득 아무도 보지 않는 글을 쓰는 이 행위가, 이 플랫폼이 tv 음악경연 프로그램장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모두의 의자는 돌아가고, 그린라이트가 켜지는데 왜 내 노래에는 아무도 반응하지 않는걸까?
누군가 읽고는 있는걸까?
내가 좋아서 쓰는 글이고,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고 해놓고 왜 이런 마음이 드는 걸까?
내 마음이 스스로 거짓이라 느껴질만큼 외로운 순간이 불쑥 찾아올 때가 많았다.
그즈음 밀리의서재 <창작지원 프로젝트>에 선정되었다는 메일을 받았다.
※ 현재 나보다 더 좋은 조건으로 창작지원전이 펼쳐지고 있다. 시즌 2도 이어지겠지만, 일단 시즌 1은 ~2/28까지고 에피소드 8개만 발행하면 자동 응모(검토 대상)가 된다.
https://www.millie.co.kr/v4/event/39063g2i6vg51120
메일을 주고 받으며 수상 소식 외에도 담당자가 1년 전에 내가 올린 글을 모두 읽었다는 걸 알게 됐다. 중간에 제목이 바뀐 것까지 전부 기억하고 있다는 건 창작자의 입장에서 커다란 감동이었다.
크고 작은 공모전에서 여러 상을 받았지만 수상은 사냥처럼 순간적인 기쁨이지 해갈의 느낌은 없었다.
내 글이 누군가에게 닿았다는 기쁨은 수상의 그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쌍방향 소통, 피드백 제안은 처음이었다. 메일을 읽고 또 읽고 혼자 많이 웃었다. 공감과 교감은 인정과 다른 느낌이었다.
그 과정에서 중장편 소설 이야기도 나왔다.
소설을 써본 적도 배운 적도 없지만, 창작지원에서 선정된 단편소설을 언급하며 그는 "개인적으로는 쓰신 에세이가 더 재밌었지만 소설도 못지 않게 잘 쓰시는 것 같다"며 발견해 줬다.
그러면서 그중 하나는 "중장편으로 발전시켜도 재밌을 것"같다며 작품의 의미도 다시 찾아줬다.
나는 J가 1%도 없는 전형적인 P다.
흥이 나지 않는 일은 억만금을 줘도 할 수 없지만 흥이 나는 일은 그게 뭐든 미칠 수 있다. 그와 소통하는 과정 자체가 재미였고 기쁨이었고, 그래서 좋은 작품을 쓰고 싶다기보단 그를 기쁘게 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보름 정도를 기획하고, 다시 보름 정도를 내리 써내려가 이번 소설을 완성했다.
사실 <급매 106동 101호>라는 제목도 그가 제안한 것이다.
▲ 전자책이면 어때요?
그저 SNS로 읽은 책 감상 정도 올리거나 브런치에서 글을 가끔 올리는 정도인데 이상하게도 내 책이 나오지 않을까 기다린 이들이 플랫폼마다 몇몇 있었다.
그들은 내가 뭔가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이따금 조심스럽게 물어왔다. 그리고 "출판은 생각 없어요."라는 말을 믿지 않았다. 그중 한 명 S에게 어느날 약속했다.
"책을 낼 생각이 없지만 만에 하나라도 책이 나오게 된다면 제안만 와도 엄마 다음으로 S님께 알려드릴게요!"
약속을 지켰다. 아니 못 지켰다. 밀리의 출간 제의에 곧장 그녀를 떠올렸다. 엄마보다 먼저 알렸다.
"그럴 줄 알았다"며 내 일처럼 기뻐하는 그녀에게 나는 민망한 듯 미안한 듯 말했다.
"근데 전자책이에요. 오리지널스 아니고 밀리로드."
그녀는 내게 "전자책도 전자책 나름이죠. 밀리랑 계약하고 밀리 플랫폼으로 유통되는 거잖아요. 밀리와 계약은 경력에도 도움이 될 거예요."
우리집 손석구와도 상의했다.
"나는 좋다고 봐. 무명 작가니까 대형 플랫폼 프리미엄으로 이름 먼저 알려. 이름을 알린 다음에 종이책이 나오는게 니 성격에는 훨씬 부담이 덜할 수도 있어."
대신
"종이책 출간이 가능한지, 2차 저작권 같은 문제도 풀려있는지 계약하기 전에 확인해"
확인 결과, 밀리와의 이번 계약은 '전자책'에 한한 것이었고 기타 모든 부분은 열려 있었다.
※ 계약은 시기별로, 작가별로 다를 수 있다. 꼭 확인하길 바란다.
생각해 보면 계획한 것은 아니었지만, 밀리와 전자책을 내는 건 내가 출판에 대해 회의적으로 생각한 모든 걱정과 부담(안 팔리면 어쩌지? 안 읽으면 출판사에게 빚)을 불식시키는 일이었다.
그리고 손석구의 예상대로 대형 플랫폼 프리미엄이 있었다.
서평단 등이 없는 그저 전자책 출간인데도 네이버 블로그 등에 책리뷰가 부지불식간에 올라오고, 돌싱카페 등에서 책 이야기가 오르기 시작했다.
▲ 인세, 정산에 관해
이번 책이 진행되는 동안 두 가지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다.
- 전자책은 플랫폼만 좋은 일 시킨다.
- 전자책이 대박이 나면 어마어마하다던데
직접 정산까지 받아보니 둘 다 아니다.
종이책의 경우 판매부수당 10% 전후의 인세가 나오지만, 밀리 전자책은 대여의 개념으로 정산된다. 구독제 상품이기 때문이다.
몇 권이 대여가 되면 책의 정가의 몇 %가 내게 돌아오는 방식이다.
당연히 한 권 팔리면 그래도 1500원 전후가 떨어지는 종이책과 비교하면 정말 미미한 금액이다.
근데, 그래서 쉽게 책을 펼치는 사람이 많다. 저렴하게 표현하면 박리다매.
한 권을 보든, 두 권을 보든 한 달에 정액으로 결제한 금액만 내기 때문에 독자들이 흥미만 가지면 쉽게 책을 읽기로 결정한다.
완독률도 측정되기 때문에 단순히 열고 닫았는지 호기심에 열었지만 끝까지 읽을만 했는지 알 수 있는데, 독자의 반응이 궁금한 창작자의 입장에서 전자책은 수치로 반응이 명확히 보인다는 점도 좋았다.
또 출판사를 통해 전자책을 출간했을 경우 평균적으로 정가의 10~15%를 정산받는다면 밀리로드와의 직계약은 정가의 40% 정도를 정산 받는 구조이기 때문에 무명의 작가가 첫 책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하기에는 여러 모로 유리한 조건이라고 생각한다.
▲ 작가도 아이돌과 마찬가지
아이유도 그랬다. 발견해주고 인정해주는 이를 만나 빛날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모든 건 발견되어야 한다.
브런치, 밀리의서재 모두 글을 올려도 되나요? 라는 순수한 고민과 궁금증을 적지 않게 만난다. 나 역시 다른 플랫폼에 처음 올릴 때 같은 고민을 했다. 그러던 차에 (누군지 왜 기억이 안나지??) 유명 창작자가 유튜브? 숏폼?에서 말하는 것을 우연히 들었다.
"네, 모두 올리세요. 대가가 없이 발행된 글은 모두 창작자 본인의 소유입니다. 최대한 많은 곳에 노출을 시키세요. 그래야 나와 맞는 인연자를 만납니다."
- 출처와 정확한 내용은 기억나지 않고, 대략의 취지만 기억나는대로 옮겼다.
창작자는 의리라고 생각하지만 플랫폼 주체는 이게 사업이다.
의리는 계약관계가 성립된 다음부터다. 누구도 나를 책임져 주지 않는데 나홀로 내 자리를 지키는 것, 창작자에게 의미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또 잘된 다름에 협업으로 서로를 이끌어주면 그게 더 좋은 거라고 본다.
기회는 만들어 가는 것이다.
내게 어떤 기회가 누구를 통해 들어올지는 아무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