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계획이랄 것까지는 없지만 열심히 살겠다.
천유답지 않은 긴 시리즈(?) 글을 마무리하며, 아무도 묻지 않은 향후 계획에 대해 편하게 밝히고자 한다.
우선, 첫 책을 내며 서평단 없이도 (그래서 너무도 솔직한) 줄줄이 이어지는 책리뷰와 한줄 혹평들을 보며 복잡한 생각을 했다.
- 읽긴 거의 다 읽으셨구나 (완독률 80%+)
- 지적은 거의 후반부구나
- 아, 역시 러브라인은 약하구나.
그러면서 묘한 쾌감과 배신감을 느낀다.
원래 김칫국을 좋아하다보니 애초에 쓸 때 혹시 종이책이나 2차 저작 제의가 들어오면 또 풀어줄 새로운 소스가 있어야 하니라고 묻어둔 떡밥이 몇 개 있었는데 그게 댓글에 거의 다 나왔다.
가령, 가만 안두겠어!라고 사라진 고혜린. 설마 그 떡밥 회수할 생각도 없이 스토리 말미에 던졌을리가. 러브라인도 (아무도 이건 예상을 못하는 거 같으니 일단 묻어두겠다.)
영상이 펼쳐지는 느낌은 처음 구상 당시 펜트하우스 + 파묘 + 동백꽃 필무렵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다. 기회가 된다면 이걸 더 풀어보고 싶다.
근데 어디갔냐고, 갑자기 왜 이러냐고 그러면서도, 아무도 2편은 안나와요? 라고 묻지를 않네??? 서운하다. 뭐. 아님 이대로 스토리를 끝내도 좋다. 이렇게 마무리 되어도 좋다.
이중적, 중의적 의미를 원래 좋아한다.
2편이나 후속작보다, 지금으로서 가장 큰 계획은 일단 '글쓰기' 자체를 잘하고 싶은 마음, 잘쓰고 싶은 마음. 제대로 끌어올리겠다는 마음이다. 그 마음이 가장 큰 계획이고, 이건 이미 작년 말 출간 얘기가 나오며 시작된 것이고, 구체적으로 진행 중이다.
계약서를 쓰며 '작가'라는 수식어 하나를 소설로 달게 됐으니 조금 더 그럴듯한 좋은 간판을 하나 달고 싶었다. 가장 빠르고 대표적인 것을 떠올려보니 역시 등단이었다. 해서 한 작품 동아일보에 냈는데 떨어졌다.
결과를 받아들이는 마음은 아무것도 모르고, 공모전의 일환으로 양으로 승부할 때와는 달랐다.
우리집 손석구의 표현으로 "글을 대하는 자세가 좋아졌기 때문"인지 이번에는 충격보다는 당연하다고 받아들였다.
장편도 한 큐에 쭉 써내리는 편인데 짧은 단편 하나를 보고 또 보며, 구조를 바꾸고 표현을 바꾸고, 각 등장인물에 고루 매달리고, 똑 떨어져보니 이제 글을 쓰는게 조금 두렵다는 생각도 들고, 그래서 이건 내가 꼭 해내야 겠다는 마음도 든다.
모든 공모전을 접었다. 그저 읽고 쓰기에 집중한다는 마음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런 마음으로 등단을 준비하고 있다.
반드시 해내겠다. 그래서 할 수 있다고 믿어준 많은 이들과 내 마음에 믿음으로 보답하고 싶다.
이제야 비로소 '쓰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고 울컥한 마음이 올라온다.
책은, 소설은 내 얘기가 아니라고 더 이상 고개를 가로 젓지 않는다.
나는 밀리로드에서 전자책을 내고 비로소 꿈을 꾸기 시작했다. 할 수만 있다면 평생, 진지하게 쓰고 싶다고.
돈이 되는 글 말고, 돈이 되지 않는 글로도 세상에 빛과 소금이 될 수 있도록 기량을, 생각을 갈고 닦으려 한다. 에세이가 되었든, 소설이 되었든 다음 책을 내겠다는 생각이나 계획은 그 다음이다.
정말, 간절하게 잘 쓰고 싶다.
그 길에 당신이, 꼭 함께해주고 지켜봐주길 바라며 이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