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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유 Aug 01. 2023

Consolation In One's Heart.

아아! 무더위에 지친 육신에 위안을 주는 그것

나는 커피 복(福)이 많다.


내가 사는 동네는 형성된 지 오래라 작은 골목골목이 즐비하고, 그 골목골목의 절반 이상은 카페다. 


그 많은 카페들은 대부분이 직접 로스팅을 하거나, 베이킹을 하는 곳들이다. 커피 볶는 냄새가 나거나, 빵 굽는 냄새가 나거나 또는 둘 다 거나.


자주 가는 ‘코이오(coioh)'의 경우 빵이 맛있다.


키토식을 하고 싶은데, 매일 탄수화물 파티다. 여기 말차파운드와 초코파운드를 먹느라 늘 다이어트 결심만 일주일에 삼세번 한다.


하얀 벽과 하얀 간판, 짙은 갈색의 목재가 어우러진 깔끔하고 감각적인 이 공간에 적절한 양의 초록이들이 곳곳에 있다.


'심플&모던 플랜트 인테리어'의 결정체라고 부르고 싶다.


무성하지 않은, 이곳의 적절한 초록이들은 그 자체로 쉼이다.


특히 앞으로 밀어 위로 여는 창을 (뭐라고 부르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이 창을 무척 좋아한다.

내가 애정하는 이 자리는 특별히 바 형태로 되어 있어 높은 의자에 앉아야 한다. 


오로지 앞의 나무만 바라보며, 음악소리, 빗소리만 들리는 이 자리에 앉기 위해 나는 거의 매일 이 카페에 간다.


발은 바닥이 아닌, 의자 다리 위에 올려놓고 간당간당, 건들건들. 발이 땅에 닿지 않으면 마음도 현실에서 붕 뜬다.


어쩐지 꿈을 꾸는 것 같기도 하다. 특히 비가 오면 비현실적으로 행복하다. 


혹시 소확행이란 카페에서 파생된 말일까?


빗소리를 들으며 글을 쓰는 호사는 ‘허세’라고 불러도 어깨 한번 으쓱 하고 ‘그런가?’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 행복하다.



사실 코이오(coioh)라는 이름은 아직 입에 익지 않는다. 얼마 전까지 리스터프(restuff)였다. 


친한 친구가 이름을 바꿨으면, 불러줘야 맛이건만 아직 입에 익지 않고 그보다 왠지 서운한 마음이 든다.


원망은 가본 적 없는 김포의 어느 카페, 아니 김포 리스터프로 향한다.


코이오(coioh)는 아주아주 예쁘고 가냘프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우 털털한(반칙이다. 이건) 아가씨 사장님이 운영하고 있다. 



오픈은 작년 초? 언제더라? 무튼. 작년 초에 했는데 매력적인 카페가 많아 커피 수준이 꽤 높은 이 동네에서도 입소문을 타서 꽤 잘 된다. 


동네 카페들은 점심시간에는 대부분 잘 된다.


정말 인정을 받았으냐 아니냐는 주말과 아침 장사로 나뉜다. 


특히, 주말에는 직장인들이 빠진 탓에 ‘진짜배기’에만 사람이 바글바글 모인다. 여긴 물론 ‘진짜배기’다.


그렇게 장사가 잘 되는 집이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이름을 바꿨다. 장사하는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잘 되는 집 ‘이름’을 바꾸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더욱이 크고 작은 모든 간판, 자잘한 종이 프린트물까지 싹 바꾸는 경제적인 부담을 감당해야 한다.

“왜요? 왜 바꿨어요???”

“음, 저도 예전 이름이 좋은데 김포에서 전화가 왔어요.”


난데없는 김포?


“김포에서요?”

“네, ‘리스터프’라는 상표권을 등록했으니 간판 내리래요.”


허얼. 이게 무슨 소리야? 장사도 안 해봤고, 상표권이니 특허는 모르지만 이건 아니지.


리스터프(restuff). 다시 채우다. 영어사전에 버젓이 있는 단어다. 창조한 게 아니고.


그럼, 나도 ‘러브(love)' 상표권 등록해서 아무도 못 쓰게 해야 되나? 돈 좀 벌어볼까?단골이라 그런지 편을 들고 싶다. 괜히 골이 난다.


양쪽 입장 들어봐야겠지만, 오픈도 여기가 먼저라는데. 그리고 김포는 여기서도 차로 2~3시간은 걸린다. 상권이 전혀 겹치지 않는다.


그런데 꼭 이래야 하나?? 사장님도 억울해서 알아봤더니 승소확률은 반이라고 한다.


거기에 들어가는 시간과 에너지가 아까워 그냥 간판을 바꾸기로 했단다. 대인배일세. 대인배여. 예쁘고 착하고, 솜씨도 좋은데 대인배여.


그래서 정한 이름. 코이오(coioh).


Consolation In One's Heart.
'마음의 위안'이란 뜻이라고 한다.


비어있는 공간이 주는 편안함. 초록이 주는 휴식. 음악이 주는 위로. 거기에 영혼의 양식인 커피와 베이커리까지. 완벽한 이름이다.


상표권이라는 전쟁에서 한 발 뒤로 물러서서 양보하는 대인배에게, 더 큰 축복이 가득하길 바라는 마음, 내 입에만 낯설고 모두의 입에, 귀에 착착 붙길 바라는 마음은 단골의 의리다.




좌우지간, 나는 이 카페가 좋다. 상표권이 있는 리스터프(restuff)면 어떻고, 바뀐 코이오(coioh)면 어때?


카페의 정체성은 커피와 분위기, 그리고 힐링인 것을. 그만하면 됐다. 이제 모두 편안할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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