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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모 Dec 14. 2019

사랑에 대하여 7. 그럼에도 사랑

 

플리트 비체에서 만난 가족. 2017. Copyright ⓒ 모모. all rights reserved.


사랑할수록, 더 많이 사랑할수록. 더 많은 걸 사랑할수록 인생은 깊어지고, 더 가벼워지고 더 행복해지나보다.


 언젠가부터 나와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기 위해 나와 상관없는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시간을 떼우기에 제일 편한건 다른 사람의 얘기를 하는 것. 대화가 끊어지는 순간을 견디지 못해 아무말이나 주절거리기 시작하는 입에는 남의 이야기가 쉽게 걸렸다. 널부러지고 때론 늘어지고 뒤틀어지기도 했다. 남 얘기란게 별거 있나, 누군가의 특별한 경험이거나 험담 때로는 비아냥이었던 것 같다. 의미 없는 이야기가 늘어진 후 뒤돌아설때면 낯뜨거운 부끄러움이 휘몰아치곤 했다. 미안한 마음이었을지도 모른다.


 누구에게나 시간이 흐른다. 그의 24시간을 온전히 내가 느끼지 않는 한 타인의 삶을 알 수 없고 이해할 수도 없다. 내가 보기엔 말이야, 너무나 오만한 태도다. 다 안다는 듯한 말투, 추측은 사실이나 다름없다는 거만한 표정. 얼마나 무지하고 치졸하던가. 남을 깎아내리는 순간의 웬지 모를 쾌감과 범죄를 나눈다는 강한 공감대를 주변의 낯선이들과 나누며 우리 사이의 거리를 좁혀보려했다. 죄책감까지 덕지덕지 묻은 관계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내가 떳떳하질 못하는데.


 "잘했네."는 남편 선배분의 가훈이라고 했다. 처음에는 의아했지만 이내 무릎을 탁 쳤다. 받아들여주는 것, 그것은 사랑이었다. 누가 무엇을 해도, 뭐라고 해도 "잘했네~" 라며 포용하고 존중해주는 삶은 얼마나 고매한지. 사람과 사람이 섞여 살아가는 세상에 누군가를 평가할 일도, 다른 사람의 얘기를 할 일을 완전히 피할수는 없겠지만 그럴때마다 그의 사정이 있었겠지, 잘했네를 되뇌려한다. 괜히 불편한 찜찜한 마음과 벗어나 떳떳하게 살아가야지. 기왕이면 더 많은 것을 사랑으로 품어야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으로 품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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