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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락치기 다정

by 례온

오랜만에 편지를 썼다.


면접 시즌이 끝나고 이젠 결과만을 기다리는 기간, 가장 무료하면서도 불안한 때다.


뭐라고 해야겠다는 생각에 고민하다가 편지지를 꺼냈다.


아끼는 스티커로 여기저기 꾸미고, 좋아하는 책을 뒤져 좋은 문구를 찾아보고, 받는 사람마다 그 사람과 어울리는 편지지를 골랐다.


그렇게 5장의 편지를 썼다.


갑자기 왜 그렇게 편지를 썼냐,고 묻냐는 엄마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체력도 시간도 남아돌 때 몰아서 다정해지려고.


나는 꾸준하게 매일매일 다정을 나누기엔 그릇이 작은 사람이라, 이렇게라도 벼락치기로 다정을 나눠야 한다.


그래도 주변 사람들이 이런 나의 벼락치기를 너그럽게 봐주는 사람들이라 다행이다.


이제 이 편지를 어떻게 부칠까를 고민 중이다.


아날로그스럽게 우편으로 보낼까.


아니면 편지를 핑계로 얼굴을 보자고 말해볼까.


받는 사람은 존재조차 알지도 못하는 편지인데, 벌써부터 마음이 설렌다.


괜시리 친구들의 반응을 상상해보며 씨익 웃었다.


그런 내가 행복해보인다는 엄마의 말에, 벼락치기로나마 다정해지기로 다짐하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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