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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은 형벌이다

by 례온

기억은 형벌이다. 술에 취한 당신은 모든 걸 잊고 맨정신인 나는 모든 걸 기억하니, 나는 모든 걸 기억하는 연좌제의 피해자다. 또한, 그 모든 기억 사이에서 존엄성을 지키지는 못한 인간성이 부족한, 결국 결점투성이 인간. 아니, 어쩌면 인간의 원죄 따위를 모두 모아둔 존재같은 것. 자기연민이래도 어쩔 수 없다. 자기연민마저도 인간의 흠이니까 내가 그걸 갖고 있는 건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나는 왜 태어나서 왜 이렇게 아등바등 살아가야 하는 거지. 이런 질문을 반복하니까 정신병이 걸리나보다. 이제 이 뇌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 같다. 고통스러운 기억들만 늘어나고 제대로 된 결정은 내리지도 못하니까. 진짜 쓰잘데없어. 다 쪼그라들거나 팽팽하게 퍼져버리거나 둘 중 한 상태가 되어버려서 그냥 죄다 녹아버렸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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