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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린 Feb 16. 2021

책도 사람처럼 인연이 있다

                                                                                                                                                                       

© fangweilin, 출처 Unsplash

책도 사람처럼 인연이 있다. 언제, 어떤 상황에서 만났느냐에 따라 어떤 책은 인생 책이 되고, 어떤 책은 스쳐 지나가는 인연이 돼 버린다. 

얼마 전 좋은 책을 한 권 만났다. 돌아보면 그와 비슷한 책을 많이 읽었다. 그런데 지금에서야 이러한 내용이 나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는 것은 내가 처한 상황과 나의 필요에 딱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책이 사람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도 사람처럼 대화를 나눠야 한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의미없이 가볍게 말을 주고 받기도 하고, 때론 상대의 말에 귀 기울이고 마음을 쏟기도 한다. 책도 마찬가지다. 글을 읽고 고개만 끄덕이는 것은 꼰대 부장님의 이야기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저자의 글을 통해 내 생각을 끄집어 내고 소통할 때 친한 친구와 신나게 수다를 떤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자세히 보아야 한다. 나태주 시인의 ‘풀꽃’이라는 시가 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나는 책도 그렇다고 생각한다. 오래, 자세히 그리고 다시 볼 때 책은 또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소중히 대해야 한다. 책을 소중히 대한다는 말은 깨끗하게 읽어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책에 푹 빠져 눈물도 흘리고, 화도 내고, 의아해 하기도 하고, 비판도 하는 것. 그렇게 성심껏 대하는 것이 그것의 몫을 다하게 해주는 것이다.


좋은 사람을 만나면 그러하듯 좋은 책도 소개해주고 싶다. 나만 알고 싶은 노래, 나만 알고 싶은 가수가 있다. 그런데 좋은 책은 지인들에게 소개해 주고 싶어진다. 함께 책을 읽고 대화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내가 진정 사랑하는 책을 만나면 그 책으로 함께 대화하고 생각을 나누고 공감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훌륭한 사람과 책은 세상의 빛을 볼 수 있게 도와야 한다.


마지막으로 평생 보아도 지겹지 않다. 좋은 친구와 함께 하면 세월과 함께 추억도 늘어난다. 책도 그렇다. 지나온 시간들이 쌓여 점점 더 좋아지는 것이 책이다.


내가 어떤 사람과 악연이라면 그 사람과 내가 만난 상황이 나빴기 때문일 확률이 높다. 때에 따라 사람이 다르게 다가오는 것처럼, 책도 나와의 때가 있나 보다. ‘인연’이란 사람들 사이에 맺어지는 관계, 어떤 사물과 관계되는 연줄, 일의 내력 또는 이유라는 사전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개인적으로 사물에는 ‘인연’이라는 단어를 잘 사용하지 않다 보니 생각이 책에서 사람으로 옮겨갔다. 좋은 인연이 되어준 책에 감사하며, 사람도 책도 좋은 인연으로 많이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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