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답게 일하기 1
나는 HMR designer이다
회사에서는 직함은 매니저이고 직무파트는 상품개발이다.
회사가 정해준대로 사용하고는 있만 아무래도 내가 하고 있는 일을 설명하기에는 무언가 부족하다..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한 단어로 정의해보기로 했다.
"HMR designer"
용어 정의는 다음과 같다.
HMR은 home meal replacement의 약자로 가정간편식이란 뜻이다.
Designer는
의상, 제품, 건축 따위 실용적인 목적을 가진 조형 제품을 디자인하는 사람을 말한다.
여기서 디자인은 인간생활의 발전에 필요한 제품 및 도구를 보다 다량으로, 보다 완전하게 생산하기 위한 제품 디자인(product design)을 뜻한다.
즉, 가정간편식을 만드는 사람이다.
지난 8년간 제조업 현장에서 신제품을 만드는 일을 해왔고, 지금은 그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RMR(Restaurant Meal Replacement) 제품을 기획과 제작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이 단어를 조합하게 된 계기는 단골 미용실에 가서 퍼머를 하던 어느 날 이었다.
내가 자주 가는 미용실의 헤어디자이너는 나의 얼굴형 피부색 머릿결 머리숱 등의 다양한 조건을 바탕으로 나와 어울리는 머리스타일을 구현해준다. 염색을 하고자 해도 내 머리카락 색을 이해하여 염색약의 명도와 채도를 조절하여 내가 고른 색깔을 구현해준다. 때로는 내가 시간 내기가 어려워 염색과 파마를 동시에 해달라고 해도 머리카락이 상하기 때문이라며 정당한 이유로 내 요청을 거절하기도 한다.
이렇다고 하면 사실 나도 같은 일을 하고 있는 거라며 요거다 싶었다.
대상이 헤어냐 가정간편식이냐 이 차이가 나는 것뿐이다.
요즘 힙한 레스토랑의 셰프님과 같이 프로젝트를 하기로 결정이 되면 매장에 방문하여 개발하기로한 메뉴를 먹어본다.
이때 직업상 특권은 그 분들을 직접 만나뵙고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음미할 수있다.
지금까지 만나본 분들은 메뉴나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마다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특징이 있다.
눈이 초롱초롱 해진다든지, 사소한 것에도 심하게 진지 하다든지, 나름의 논리로 맛이나 식감을 설계하여 메뉴를 개발한다든지, 깨끗하게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그의 공간에서 그의 음식을 맛보고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아, 이런 제품이라면 정말 잘 만들어서 잘 팔고 싶다!"라는 생각이 든다.
(가끔 SNS에서 그 매장의 부정 후기를 접하게 되면 이런 진심을 알아주지 않는 것 같아 내가 다 안타깝기도 하다.)
어떤 날엔 요리사를 꿈꾸던 어린 시절에 선망하던 셰프님과 프로젝트를 할 기회도 얻기도 하였다.
어찌나 설레던지, 비록 요리사로서는 아니지만 그들과 함께 일하게 되니 '나 참 많이 컸다!' 며 스스로 대견해하기도 했다.
그리고 나는 며느리도 안 가르쳐 줄 법한 레시피를 공식적으로 요청할 수 있다. 그러면 나는 제조공장에서 사용하는 배합비 서식으로 정리를 한다. 이때 공장에서 구현 가능한 포인트, 구현하기 어려운 포인트들 선별한다. 셰프님과 공장 중간쯤에서 이런 것들을 조율한다. 이것은 강조할 수 있으니 공장 제품을 구현하고 대신 이 부분은 힘을 빼고 이 정도의 품질 수준으로 가야 한다 등등으로 협상을 한다.
메뉴를 구현 가능하도록 구성을 짜고, 어떤 공장에서 이 제품을 잘 만들 수 있을지 서칭하고, 공장에 가서 제조 설비와 품질관리 현황도 확인하고, 샘플을 오가면서 품질을 최대한 구현한다. 품질 확인은 대부분 셰프님과 함께 확인한다.
브랜드와 얼굴만 빌리는 것이 아니라 직접 먹어보고 조리법도 같이 고민하면서 상품을 개발한다.
여기서 나의 강점이라 함은 공감으로 셰프님과 대화하고
예민한 관찰력으로 메뉴의 강점을 분석하고 그들의 브랜드를 제품에 담아내기 위한 포인트들을 캐치한다.
그간 8년의 경력으로 쌓은 제조업 개발 노하우로 공장을 컨텍하고 컨트롤하고
다양한 리스크를 경험해 본 것을 바탕으로 제품을 개발하는 일련의 과정에서의 리스크를 관리한다.
가장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비교적 위생 품질 관리가 잘되는 공장을 알아보는 안목으로
소신 있게 일하고 있다는 것이다.
브랜드를 사용자로서 그 제품을 가장 최선의 품질의 가정간편식으로 개발하고
판매자로서는 이것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조금이라도 안심하고 믿고 먹을 수 있는 가정간편식을 만들어내는
나는 HMR designer이다.
#HMR_DESIGNER #가정간편식 #가정간편식사용설명서 #가정간편식디자이너 #RM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