든든한 밥상 앞으로!
요즘 부쩍 이런 생각이 든다. 회사의 여러 리더들을 바라보며
‘평범한 범인(凡人)으로는 저 자리에 오를 수 없는 걸까.’
인간적인 한계를 마주할수록, 마음 한구석이 조용히 무너졌다가, 다시 스스로 쓸어 담는 날들이 반복된다.
누군가는 감정에 솔직하고, 누군가는 극도로 냉정하다.
누군가는 툭툭 날선 말을 던지고, 또 누군가는 늘 한 발 물러서 있다.
나는 그 사이 어딘가에서 균형을 잡으려 애쓴다.
지나치게 유연하지 않게, 쉽게 무너지지도 않게. 애쓰고, 또 애쓴다.
누구 하나 명확한 해답을 주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손 놓을 수는 없다.
내가 선택한 자리, 내가 사랑하려 애쓴 일이니까.
이곳에서 나의 방식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더 집중하고, 더 노력하고, 내 몫 이상의 것을 해보려 했다.
진격의 거인이었던 네가
잘생긴 소시지를 고르고 있다고 하니, 웃음이 나면서도 마음 한쪽이 시큰했다.
처음의 열정은 흐릿해졌고, 그 자리를 책임과 현실이 대신 채웠다.
진심은 가끔 미뤄졌고, 관계는 생각만큼 매끄럽지 않았으며, 성과는 종종 외면당했다.
그런 날엔 내가 뭘 잘못한 걸까, 아니면 그냥 좀… 피곤한 걸까, 혼자 질문하고 혼자 대답하다가 마음이 조금씩 말라갔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처음부터 쉽진 않았다. 첫눈에 반해 선택했던 회사였고, 그만큼 애정을 쏟았으니 어쩌면 이 감정은 너무 당연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 해도
나는 여전히 이 일을 좋아하려 애쓴다.
‘나는 옳았다’고 말하고 싶은 마음도 버릴 수 없다.
그러니까, 조금 지쳐도 다시 하루를 살아본다.
속이 헛헛한지 마음이 허한지 모르겠는 날.
그럴 땐, 잘 먹자.
그것만은 놓치지 말자고 다짐하며 회사 근처 한식당으로 향했다.
푸짐하게 부쳐낸 쑥전,
노릇하게 구운 반건조 고등어,
도톰하게 지은 솥밥,
뜨끈한 미역국과
그리고 커피 한 잔,
잘 맞는 사람과의 유쾌한 온정의 대화.
그 순간,
조용히,
나는 조금 회복되고 있었다.
입안 가득 퍼지는 쑥의 봄향기, 바삭한 고등어 껍질의 짭조름한 위로, 밥알 하나하나에 쌓인 온기.
아— 이건 분명, 내가 나를 먹이고 있는 시간이었다.
그래.
오늘도 나는
나를 챙기고,
너를 챙기고,
우리의 하루를 놓치지 않으려 한 톨, 한 숟갈에 마음을 얹었다.
그렇게
나와 너,
우리의 하루가
한 톨도 사라지지 않도록
다시 한 번 잘 먹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