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노트]조용하고 티안나는 존재감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처럼 일하기

by 엘사 B

작년 여름,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에 다녀왔다.

‘문화전당’이라고 하니 거대한 건물이 눈에 들어올 줄 알았는데, 정작 도착해보니… 눈에 잘 띄지 않았다.

알고 보니 건물의 대부분이 지하에 있었다.


무등산을 가리지 않기 위해,

518 민주화운동의 상징인 옛 도청을 덮지 않기 위해,

건축물 자체가 조용히, 깊게 숨은 구조였다.

무엇보다도 모든 콘텐츠가 주인공이 되도록

내부는 매우 유연한 시스템로 설계된 점은 제일 인상적이었다.


> “겸손하게, 그러나 분명하게 존재하는 건축.”

그게 바로 ACC였다.


요즘 나의 회사생활이 그렇다.

중심에서 휘몰아치듯 회의나 프로젝트를 주도하진 않지만

새로 온 팀장분들이 혼란스럽지 않도록 내가 아는 수준의 가이드로 정리를 돕고, 선택적으로 소외된 팀원들을 격려하고, 빠르게만 진행되는 업무를 한 눈에 보이게 구조화 정리하고 있다. 바로 성과로 이어지지 않으니 물론 티는 잘 나지 않는다.


제품 기획과 개발은 내가 가장 자신 있는 분야지만, 지금은 ‘조직 안에서 일하는 법’이라는 전혀 다른 결의 공부를 하고 있는 중이다. 회사 성장에 보폭을 맞춰야 하다보니 내 성미대로 일을 진행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러나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를 고민하게 되었고, 본능적으로 관계나 구조를 바라보게 되었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이, 눈에 보이지 않아도 분명히 영향력 있는 일이라는 걸 나 스스로 조금씩 알아가는 중이다.


SNS가 활성화된 지금,

세상은 자꾸만 “너를 드러내라”고 말한다. 어떻게 하면 주목받을 수 있을지, 나도 늘 고민했다. 좋아요 수, 구독자 수, 댓글 반응을 보며

‘더 보여야 하나?’

‘더 크게 말해야 하나?’라는 생각을 자주 했다.


그런데 ACC를 보고,

“꼭 그러지 않아도 되겠구나.”

싶었다.


조용히 있으면서도 기준이 되고, 숨은 구조 속에서도 분명히 중심을 잡는 것. 그것도 내 방식이 될 수 있다는 걸 이제는 조금씩 믿어보기로 했다.


이제는 겉으로 보이는 '핫한 트렌드'도 좋지만

깊이 작동하는 ‘은은한 존재감’를 닮고 싶었는데

어느새 하고 있는 중 이다.


나, 지금 ACC처럼 일하고 있는 중이다.

조용하고 티안나게, 그러나 존재감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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