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튼콜 이후의 건축학도

나의 두 번째 집, 대학로에서 쓰는 글

by 가가

요즘 나는 학교에서 건축을 배우고, 대학로에서 공간을 느낀다. 수업 시간에 설계 도면을 보다가도, 머릿속엔 공연장이 불현듯 떠오르고는 한다. 그게 언제부터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확실하다.

나는 대학로에서 배우고 있다.


올 6월에 올린 글을 '나는 당분간 그렇게 살아갈 것이다. 빛이 있는 곳에, 내가 사랑하는 음악과 조명과 춤이 있는 곳에.'라며 마무리했는데, 뻔한 전개일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그때보다 공연을 더 자주 보고 있다. 요즘의 나는 공연을 통해 공간을 읽고, 공간 속에서 공연을 다시 배우는 중이다.

5월 중순 이후로, 거의 매주 한두 번씩 대학로에 출석도장을 찍었다. 이유는 단 하나, 뮤지컬을 보기 위해서였다. 건축이 점점 짐처럼 느껴지던 시기에, 공연은 입학 초반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나에게 커다란 숨구멍이 되어주었다. 답사를 다니고, 이론들을 배우면서도 내 눈과 귀가 가장 또렷해지는 순간은 언제나 ‘공연장’이라는 단어가 등장했을 때였다. 마음은 저울질을 시작했고, 건축이 가벼워지고 공연이 무거워지는 날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한동안 '나는 지금 회피 중인 걸까?'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안다. 공연이라는 세계가 사라지지 않는 한, 나는 이 취미를 사랑할 수밖에 없다는 걸.


건축을 잘하고 싶지만 아직 서툰 학생으로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공이라는 이유 하나로 극장을 갈 때마다 보고 느끼는 것들이 있었다. 이 좁은 땅에 극장은 어떻게 설계되었으며, 공연 전후 사람들이 공간을 최대한 잘 활용하려면 어떻게 지어야 할까. 대학로에 사물함 공간은 왜 이렇게 많을까. 뮤지컬 덕후(이하 ‘뮤덕’)들이 바라는 공간은 뭐가 더 있을까. 건축학도이자 뮤덕으로서, 이 공간들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이해하고 기록해두고 싶었다.


<커튼콜 이후의 건축학도>는 내가 한 관객으로서 느낀 감정과, 건축학도로서 흘려보낼 수 없던 의문 사이에서 천천히 써 내려가는 기록이 될 예정이다. 뮤지컬을 좋아하는 사람도, 도시를 좋아하는 사람도, 익숙한 대학로를 새로운 방식으로 다시 보게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