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ianfranco Ferré
1989 - 1996
지난 시간에는 디올 브랜드를 가장 오랜 시간 이끌었던 마크 보한에 대해 살펴보았다.
마크 보한 다음으로 디올 하우스를 이끌게 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지앙프랑코 페레'인데, 그는 이탈리아 출신 디자이너이자 LVMH 그룹에 의해 고용된 첫 디렉터이다. 이브 생 로랑과 마크 보한이 모두 크리스찬 디올이 살아있을 때 디올에 의해 채용되었던 디자이너라는 사실과 비교하면, 이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마크 보한은 '여성들이 일상에서도 입을 수 있는 디올'을 만들기 위해 고급 맞춤복인 오뜨꾸띄르 보다는 기성복인 프레타포르떼(Prêt à porter)에 집중했었다. 하지만, LVMH 그룹은 디올 브랜드가 '오뜨꾸띄르'의 입지를 더 확고히 하길 기대했다. 그래서 마크 보한 대신 지앙프랑코페레를 디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자리로 불러오게 되고, 화려한 드레스를 잘 만들어 내기로 유명한 그가 디올에 '다시' 오뜨꾸띄르의 바람을 불러일으키길 기대하는데..
과연 크리스찬 디올의 브랜드 가치가 지앙프랑코 페레를 통해 계속해서 이어질 수 있을까?
Nicknamed the “fashion architect”
for the strength of his structures
and the exaggeration of volumes he conferred upon his creations,
Italian designer Gianfranco Ferré was the fourth designer to head up Dior between 1989 and 1996.
- Numéro -
지앙프랑코 페레는 '패션 건축가(fashion architect)'라 불리는데 그는 실제로 밀라노에서 건축 학위를 취득한 건축가 출신이었다. 그만큼 그의 패션에는 건축 구조적 요소가 두드러진다. '건축 구조적 디자인', '오뜨꾸띄르의 화려함'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로 지앙프랑코 페레의 디올 디자인을 감상해 보시길.
지안프랑코 페레(Gianfranco Ferré)는 LVMH 그룹의 기대를 성공적으로 충족시켰는데,
LVMH가 그에게 어떤 것들을 기대했고, 어떻게 만족시켰는지 그의 컬렉션 작품들을 통해 살펴보고자 한다.
LVMH는 Ferré가 Dior 브랜드에 신선한 에너지, 창의성, 관련성을 불어넣어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을 것을 기대했다. 그들은 디올의 오뜨 꾸뛰르 컬렉션에 활력을 불어넣고 선도적인 럭셔리 패션 하우스로서의 입지를 강화하고자 했다.
LVMH는 Ferré가 Dior의 풍부한 유산과 전통을 존중하면서 패션의 경계를 혁신하고 확장하기를 기대했다. 그들은 그가 Dior의 특징인 시대를 초월한 우아함과 세련미를 유지하면서 브랜드에 현대적인 감성을 불어넣기를 원했다.
1947년 'New look'이라는 이름으로 전 세계에 센세이셔널한 열풍을 불러일으켰던 디올의 'Bar suit'를 지앙프랑코 페레의 관점으로 재해석해 표현했다. 크리스찬 디올 역시 디자인에 건축 구조적 요소를 살려 조각 같은 실루엣을 표현해 왔으나, 지앙프랑코 페레의 디자인에는 훨씬 더 과감한 구조적 요소가 눈에 띈다.
Original sketch from the Muzealne Mody Collection, / Christian Dior Spring/Summer 1990 couture collection
Original sketch from the Muzealne Mody Collection / Christian Dior Autumn/Winter 1990 couture collection
확실히 이브 생 로랑이나 마크 보한의 디올보다 드레이핑이 복잡하고 과감하다.
다른 럭셔리 패션 브랜드와 마찬가지로 LVMH는 Dior이 Ferré의 리더십 하에 수익을 늘리고 명성을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그들은 그의 디자인이 세간의 이목을 끄는 고객을 유치하고 패션 마니아들 사이에서 흥미를 불러일으켜 궁극적으로 판매를 촉진하고 업계에서 디올의 입지를 강화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전반적으로 LVMH가 기대했던 바를 성공적으로 이루어냈고, 디올이 다시금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의 위상을 가지도록 도왔다. 고급스러운 원단, 혁신적 기술, 아방가르드한 실루엣을 실험하며 디올이 가진 가치와 재료를 충분히 활용했다.
그의 컬렉션은 장인정신과 디테일 덕분에 비평가와 고객 모두의 찬사를 받았기에 디올 브랜드의 역사에 굉장히 의미 있는 디자이너라 평할 수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다소 아쉬웠던 점은 그의 작품들에서 디올보다는 '베르사체'의 느낌이 나는 부분이 많았다는 것이다.
이탈리아 출신 디자이너라 그런 걸까? 베르사체 브랜드와 큰 연관성은 없었지만, 이 컬렉션에서는 유독 베르사체의 느낌이 강하다. 프랑스 브랜드와 이탈리아 브랜드의 결이 묘하게 다른데, 그의 컬렉션에서는 신기하게도 이탈리아인의 기운이 느껴진달까..
지앙프랑코 페레가 디올을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로 확실히 인지시키는 데 성공한 디자이너라는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너무 길지 않은 기간(1989년~1996년) 이끌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더 오래 머물렀다면 크리스찬 디올보다는 지앙프랑코 페레의 색이 더 짙어졌을 것 같다. 브랜드를 영속시키기 위해서는 다소 지루할지라도 그 가치를 꾸준히 끌고 나가는 사람도 필요하고, 이렇게 한 번씩 강한 변화를 가져오는 사람도 필요한 것 같다. 시대에 발맞추어 변해야 하는 것과 변하지 않고 지켜야 하는 것. 그 아슬아슬한 균형을 얼마나 현명하게 잘 맞춰가느냐가 브랜드 영속성을 지키는 길이다. 결국 언제 어디에 힘을 쓸 것인지, 무엇을 지키고 변화시킬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의사결정자이므로 현재 디올 브랜드의 구조에서는 LVMH 그룹의 아르노 회장이 어떤 결정을 하느냐에 의해 좌우될 것이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컬렉션을 살펴보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이렇게 상위 의사결정자가 브랜드에 무엇을 원하는지 보는 것도 브랜드를 디깅 하는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앙프랑코 페레 다음으로 디올을 이끈 디렉터는 '존 갈리아노'인데, 사실.. 디깅 하기도 전에 두렵다..
존 갈리아노의 개성이 너무 강해 그때의 디올은 꽤나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그래도 볼거리가 많으니, 다음 디깅도 기대해 주시길!
Edited by cherrie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