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올의 디자이너들 (5) - 존 갈리아노

John Galliano

by 최리


John Galliano

1996-2011



지난 시간에는 크리스찬 디올의 첫 이탈리아인 디렉터 '지앙프랑코 페레'에 대해 알아보았다. 이브 생 로랑과 마크 보한을 거치며 일상에서 편하게 입는 브랜드 성격이 강해진 디올에 지앙프랑코 페레는 다시금 '오뜨꾸띄르' 정신을 불어넣었다. 디올 브랜드가 LVMH 그룹에 속하게 되면서, 그룹이 디자이너에게 원하던 바를 꽤 훌륭하게 해냈던 그는 1996년 디올을 떠나게 된다. 그가 디올을 떠난 이유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그의 디자인 방향과 회사의 비전 간의 불일치가 가장 큰 이유였다고 한다. 디올은 브랜드의 전통적 가치를 지키면서 창의성을 발휘하길 원했으나, 디자이너는 창의성을 발휘할 충분한 자유가 없다고 느꼈다. 브랜드와 디자이너 간에 약간의 불협화음이 발생할 무렵, LVMH 그룹은 '존 갈리아노'라는 디자이너를 눈여겨보게 된다.



영국 출신 디자이너 존 갈리아노는 1996년 지방시의 디자이너로서 선보인 컬렉션이 상당한 호평을 받게 되고, 그때 그룹의 눈에 들어 디올 브랜드를 이끌게 되었다.



디올 디자이너가 되기 전에 지방시에서 선보인 컬렉션은 링크를 통해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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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MH 그룹은 디올의 예술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오뜨꾸띄르 컬렉션을 더 강화하고자 했고, 시장의 시선을 사로잡을 보다 강력한 에너지를 필요로 했던 것 같다. 그때 존 갈리아노의 컬렉션을 보게 된다. 위 링크를 통해 그의 지방시 컬렉션을 보면, 익숙한 디자인 실루엣에 독특한 변주가 많이 보인다. 개성이 강한 만큼 위험부담도 있겠지만, LVMH 그룹은 갈리아노의 천재성에 베팅하기로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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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hn Galliano's Dior can be defined as
a realm of extravagant fantasy and breathtaking spectacle,
where fashion transcends time and space
to become a transformative art form.




존 갈리아노의 디올은 호불호가 명확히 갈린다. 디올에서 보낸 15년간 존 갈리아노는 끊임없이 혹평에 시달렸다. 나는 개인적으로 존 갈리아노의 디올은 최악이라고 생각하지만.. 15년간 디올에 머물렀다면 이유가 있었겠지-라고 생각하며 디깅을 해보았다.




디올을 재해석(?)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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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올 뉴룩(Newlook)을 갈리아노 식으로 해석한 작품들

과장된 형태를 보이지만 이 정도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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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한 감이 없지 않지만, 그래도 크리스찬 디올 생전에 디올의 모티브로 많이 사용했던 꽃을 다양한 방식으로 베리에이션 하며 표현해 낸 드레스들이 나쁘지는 않았다. 아마도 직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였던 지앙프랑코 페레 역시 오뜨꾸띄르에서는 과감한 표현을 했던 터라 그런 드레스에 익숙해졌나 보다. 그래도 크리스찬 디올이 살아있다면, 존 갈리아노의 디자인을 과연 좋아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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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과한 느낌이 있지만, 그래도 꽤 예쁘다고 생각했던 드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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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뜨꾸띄르는 아니지만, 존 갈리아노의 디올 드레스 중 'Newspaper dress'는 Sex and the City의 Sarah Jessica Parker가 입은 것으로 굉장히 유명하다. 몸매가 다 한 감이 없지 않지만, 드레스 자체는 너무 창의적이고 독특하다. 다만.. 이게 왜 '디올' 드레스여야 하는지 이해가 안 될 뿐. 그냥 '존 갈리아노'라는 이름으로 낸 드레스라면 호평만 받았을 텐데 아쉽다. 뉴스페이퍼에 갈리아노 사진 있는 거 킹받...^^



지금까지 본 드레스들도 살짝 과하고 잉? 스러운 부분이 있는데, 존 갈리아노가 15년 동안 디올을 이끌었던 만큼 보기 힘들 만큼 난해한 컬렉션도 상당히 많다. 아래에선 점점 산으로 가는 디자인을 몇 개 첨부해 보려 한다.


(존 갈리아노 브랜드가 아니고 '디올'이라는 브랜드명으로 낸 컬렉션이라는 사실을 잊지 마세요..^^^^)



그만.. 디올을 망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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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오가 웬 말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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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에 파묻혀 모델은 잘 보이지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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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약 이 컬렉션이 '존 갈리아노'라는 이름으로 낸 오뜨꾸띄르였다면, '아- 존 갈리아노라는 브랜드는 이런 가치를 추구하는구나. 굉장히 도전적이다. 새롭다'라고 평가할 수도 있었겠다. 하지만, 이것은 '크리스찬 디올'이라는 브랜드의 컬렉션이다. 브랜드 창립자에 대한 존중이 있었다면 이 옷들이 디올이 생각하고 추구했던 '여성스러움과 아름다움, 우아함'의 가치에 적절하지 않다는 걸 알았을 것이다. 디올은 '여성들이 입었을 때 행복해지는' 옷을 입길 원했다. 그저 풍성한 원단, 복잡한 디자인을 통한 기술력을 뽐내길 원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글로벌 시장으로의 확장, 중국 시장을 노리다



위에 첨부한 드레스들에 두드러지는 동양 모티브가 발견할 수 있는데, 디깅을 하다 보니 존 갈리아노가 유독 중국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중국에 대해서 잘 모르니까, 그 신비함 때문에 더 매료되었다는.. 전형적인 오리엔탈리즘이다. 오리엔탈리즘은 서양 중심으로 동양의 문화를 해석하다 보니 종종 동양의 문화를 과장하거나 왜곡하는 경향이 있다.


관련 기사 링크



그래도 존 갈리아노가 중국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는 성공했던 모양이다. 존 갈리아노가 디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있는 동안, 디올 브랜드는 중국 시장에서 큰 사랑을 받았다. 마침, 2000년대 후반에서 2010년대 초반 중국은 급속한 경제성장과 더불어 럭셔리 패션 브랜드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중요한 시장으로 급부상했는데, 존 갈리아노는 이러한 중국 시장을 의식하고 중국 소비자 맞춤형 디올을 보여주고자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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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풍이라기보다는 일본풍이 좀 더 강한 것 같은데, 존 갈리아노의 눈에는 동양풍이 다 비슷해 보였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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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드레스도 동양적 모티프를 넣어 만든 갈리아노의 디올 드레스인데 1997년, Nicole Kidman이 입어서 더 유명해졌다. 아직도 이때 니콜 키드먼은 오스카 레드 카펫 베스트 드레서로 손에 꼽힐 정도로 오랫동안 회자되는 드레스다.






패션'SHOW'를 만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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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갈리아노의 디올은 '아름답고 창의적이다', '놀랍고 화려하다', '특이하고 특별하다'같은 극찬을 받기도 했지만, '과장스럽다', '혼란스럽다', '너무 복잡하다', '착용하기 어렵다'같은 혹평과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존 갈리아노의 '전형적이지 않은' 점이 패션계에 신선한 충격을 준 것만은 사실이다. 대체로 패션쇼는 '옷을 보여주는' 자리이다. 하지만 그는 패션쇼를 단순히 옷을 보여주는 장소가 아닌 예술적인 경험으로 바꾸었다. 마치 연극처럼, 정말 'show'처럼. 스토리에 몰입하여 모델이 배우처럼 행동하기도 하고. 존 갈리아노는 모델들이 스스로를 '옷걸이'가 아닌 '캐릭터'로 생각하길 기대했다고 하는데, 요즘처럼 패션쇼를 인스타그램 라이브로 볼 수 있는 시대였다면 참 볼만한 콘텐츠였을 것이다.





존 갈리아노의 몰락



패션계의 악동 같았던 존 갈리아노는 2011년 물의를 일으켜 불명예스럽게 디올에서 해임된다. 술에 취해 'I love Hitler'라는 말을 내뱉은 것이 문제가 되었다. 이후 이 발언에 대해 반성하며 사과하긴 했지만, 사실상 이 사건으로 인해 패션 중심부에서 추방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브랜드 vs 비즈니스



디올 브랜드가 LVMH 그룹에 흡수된 이후, 지앙프랑코 페레와 존 갈리아노의 디자인을 보면 크리스찬 디올 생전의 브랜드 가치보다는 '비즈니스적 가치', 즉 '돈 되는 것'이 더 중요해진 느낌을 받는다. 브랜드가 영속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돈이 필요하다. 돈이 있어야, 돈이 되어야 브랜드를 지속할 수 있다. 그럼에도 돈이 되는 것이 브랜드 정체성을 만드는 것은 아니다. 자칫 비즈니스만 중요하게 여기다간 브랜드 정체성이 모호해지고, 결국 사라지고 만다. 대중이 모르는 것 같아도 다 알고 느낀다. 정말 오래가는 브랜드, 사랑받는 브랜드가 되려면 브랜드가 주고자 하는 가치가 명확해야 한다. 사람들은 껍데기가 아닌 가치를 원한다.



만약 존 갈리아노가 물의를 일으키지 않았다면, 아직도 우리는 존 갈리아노의 디올을 겪고 있을까? 그랬다면, 디올이 디올다울 수 있을까? 디올다움을 어떻게 정의할까? 디올이 여전히 명품일까?



존 갈리아노가 디올을 15년이나 이끌었음에도 불구하고, 존 갈리아노의 디올은 '디올답지 않다'라고 느껴진다. 존 갈리아노의 디올이 '디올다웠다'라고 느끼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디올다움'을 만든 것은 누구일까? 디올이라고 하기에는 디올이 브랜드를 이끌었던 건 존 갈리아노보다도 짧다. 그럼 가장 길게 디올을 이끌었던 마크 보한 덕분인 걸까? 무엇이 디올을 디올답게 만든 것일까?



창립자가 브랜드를 100년 넘게 이끌 수는 없다. 결국 브랜드를 만든 사람, 그다음 사람, 그리고 그다음 사람..으로 전해지는 가치를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 아무리 비즈니스가 중요하고, 돈을 벌어야 하는 상황이라도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 모두가 공감할 수 있도록 만드는 가치가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흔들리고 사라지기 쉽다. 그래서 오래가는 브랜드를 만들기가 그렇게 어려운 것이다.



오늘 여러 가지 질문들이 떠오르지만, 확실한 답을 찾진 못했다. 하지만 앞으로도 브랜드냐 비즈니스냐라는 질문 앞에 계속해서 답을 찾아가 볼 생각이다. LVMH 그룹 산하에 돈을 벌어야 하는 명품 브랜드 디올은 어떻게 브랜드 가치를 이어가고 있을까? 이제 디자이너는 단 두 명이 남았다. 다음 시간에는 내가 디올을 사랑하게 만든 '라프 시몬스'에 대해 살펴보겠다.



존 갈리아노로 힘들어진 마음, 라프 시몬스로 치유할 생각에 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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