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f Simons
2012-2015
존 갈리아노가 부적절한 언행으로 디올에서 해임당한 이후, 벨기에 출신 디자이너인 '라프 시몬스'가 디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되었다. 라프 시몬스는 내가 디올에 처음 빠졌던 2014-2015년 무렵 디올을 이끌었던 디자이너로, 개인적으로 라프 시몬스의 디올을 참 좋아한다. 그래서 길고 긴 여정을 거쳐 드디어 라프 시몬스의 디올 시대를 디깅하게 되어 기쁘다.
라프 시몬스는 '미니멀 디자인의 대가'로 알려져 있을 정도로 그의 디자인은 미니멀하고 현대적이다. 이전 디자이너들의 디깅에서 보았듯이 LVMH 그룹이 디올을 인수한 후 그룹은 디올이 오뜨꾸띄르 브랜드로서의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확고히 할 수 있도록, 디자이너들에게 화려한 컬렉션을 요구했다. 그래서 지앙프랑코 페레, 존 갈리아노의 컬렉션은 다소 과할 정도로 화려했다. 그런 LVMH 그룹이 라프 시몬스를 섭외하다니. 오늘은 라프 시몬스의 디올을 살펴볼 텐데, 그의 컬렉션은 '미니멀'하진 않지만, 확실히 이전과 다르다. 절제된 화려함이 두드러진다. 이번 디깅은 존 갈리아노의 디올과 비교해서 보면 더 흥미롭게 느껴질 것이다.
라프 시몬스는 벨기에 출신 디자이너로, 흥미롭게도 그의 첫 시작은 가구 디자인이었다. 라프 시몬스의 디자인은 현대적이고 정교한 디테일을 가진 것으로 유명한데, 그 디자인적 특성과 혁신적인 아이디어 도출 방법은 모두 그의 산업디자인적 배경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가구 디자인으로 커리어를 시작한 그는 1991년, 우연한 기회로 파리 패션 위크에서 본 마틴 마르지엘라의 패션쇼를 접하게 되는데, 그것이 자극제가 되어 패션 독학을 시작했고 패션 디자이너로 전향하게 된다.
라프시몬스와 질샌더
디올의 디자이너가 되기 전에 그는 질 샌더 (JIL SANDER) 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적자의 늪에 빠져있던 질샌더를 정상 궤도에 올려놓았다. 그는 '질샌더보다 질샌더를 더 잘 아는 디자이너'로 평가받을 정도로 좋은 컬렉션을 보여주었다. 질샌더의 디자이너를 어쩌다 디올이 영입했을까? 왜 라프 시몬스가 디올에 적합할 거라 생각했을까? 그를 어떻게 알아봤을까?라는 생각을 하곤 했는데, 그의 질샌더 컬렉션을 보니 바로 납득이 된다. 정갈하고 미니멀하지만, 로맨틱하고 절제된 디테일이 살아있다. 이 컬렉션만 봐도 디올 브랜드에 현대적 감각을 부여하면서도 여성성을 살릴 수 있는 디자이너로 보였겠구나-싶어서 고개가 끄덕여진다.
Dior and I
라프 시몬스가 디올 디자이너가 되어가는 과정은 'Dior and I'라는 다큐멘터리 영화에 잘 녹아있다.'Dior and I'는 2014년에 개봉한 영화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라프 시몬스가 2012년 브랜드에 합류한 후 첫 번째 컬렉션을 준비하는 과정을 다룬다. 오뜨꾸띄르 컬렉션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살펴볼 수 있는 데다가 짧은 시간 동안 임팩트 있는 컬렉션을 만들기 위해 겪는 압박감도 그대로 전해져서 아주 흥미로웠다.
몇 년 전에 이 영화를 보면서 좋았던 점을 꼽아보자면-
디올의 역사와 전통적인 유산을 어떻게 현대적으로 재해석해나가는지 엿볼 수 있었던 것
컬렉션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노력에 의해 디테일하게 준비되는지 감탄하며 볼 수 있었던 것
컬렉션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압박감이 얼마나 큰지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던 것
결과적으로 메가 히트급 성공이었던 라프시몬스의 첫 컬렉션을 보는 황홀함
지금 떠올려 보면, 이 다큐멘터리가 시작이었다.
내가 디올을 사랑하게 된 것, 아무도 시키지 않은 디올 디깅글을 꾸준히 쓰게 된 것 모두.
디올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어도, 아이디어를 도출해 내서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내는 과정 그 자체만으로도 볼거리가 많은 영화라 추천한다. 나도 다시 한번 봐야겠다.
New Look의 재해석
라프시몬스의 디올에서 가장 상징적인 작품을 꼽아보자면,
NEW LOOK을 재해석한 라프시몬스만의 Bar suit가 아닐까
허리선을 살린 Bar jacket을 깔끔한 셋업으로 구성했다.
하의가 바지인 게 너무 마음에 든다. 21세기 여성에게는 바지가 필요해!
디올이 내세우는 '여성성'에 대한 현대적인 관점을 부여한 그의 작품이 좋다.
아름다우면서도 편할 수 있고, 편하면서도 여성스러울 수 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드레스 2종
이 아름다운 드레스도 발목정도 길이로 움직임이 편하게 만든 게 좋다.
심지어 주머니도 있다....!
이 드레스들은 내가 너무 좋아해서 사심 담아 사진 몇 장을 더 첨부한다!
감상해 보자-
라프 시몬스의 디올 너무 좋다...
라프 시몬스의 디올이 좋았던 점은 그의 오뜨꾸띄르 컬렉션은 정교한 디자인 디테일이 살아있으면서도 과하게 화려하지 않았다. 개인의 취향 때문일 수도 있지만, 프랑스 명품 브랜드, 그리고 디올의 우아함은 이처럼 어느 정도 '절제된' 화려함에 있다고 생각한다. 라프 시몬스의 디올은 화려하지만 사치스럽거나 과하지 않다. 절제되었으나 평범하지 않다. 내가 사랑하는 디올의 에센스를 담고 있는 라프 시몬스의 컬렉션을 소개할 수 있어 즐거웠다.
라프 시몬스가 너무도 훌륭하게 크리스찬 디올의 정신을 되살려 냈기에 그가 만들어갈 디올을 기대했었다. 그런데 2015년 10월 그는 돌연 디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자리를 사임한다. '본인의 삶과 본인의 레이블에 더 집중하고 싶다'라고 밝혔는데, 이후 전해지는 바에 의하면 1년에 6개의 쇼를 준비해야 하는 하이엔드 브랜드 책임자로서의 스트레스가 꽤 심했던 것 같다. 1년에 6개의 컬렉션이 말이 쉽지, 매번 새로운 컨셉을 보여줘야 하고 늘 심판대 위에 서 있는 기분이었을 것이다.
It is a decision based entirely and equally on my desire
to focus on other interests in my life,
including my own brand,
and the passions that drive me outside my work"
그의 디올 컬렉션을 더 보지 못하는 건 아쉽지만, (갈리아노가 망쳤던..) 디올을 다시 제자리에 돌려놓은 것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이다.
Why Raf Simons is leaving Christian Dior
다음은 드디어 현재 디올의 디자이너인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의 디올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Edited by cherrie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