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사는 방법
어떻게 살 것인가. 오랫동안 이 문제를 두고 고민했다. 한때는 아주 유명한 사람이 되어 세상을 누비고 싶었고, 또 한때는 아무도 없는 아주 조용한 곳에서 혼자 살고 싶었다. 원하는 삶의 모습이 변할 때에도 변하지 않는 한 가지는 잘 살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잘 산다는 건 무엇일까 하는 질문이 생긴다.
잘 사는 건 뭘까?
오랫동안 잘 살고 싶어 헤맸던 것 같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돈을 많이 버는 삶이 잘 사는 삶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되기 위해 쉬지 않고 달렸고 하고 싶은 일을 하다 실패했을 때 좌절했다. 내 인생은 실패작이라 여겼고, 더 이상 잘 살 수 없는 사람이 됐다고 여겼다. 잘 살고 싶다는 마음 때문에 도리어 내 삶은 피폐해졌고 나는 우울함의 늪으로 더 깊이 빠져들었다. 어린 나이에 겪은 동생의 죽음이 내 우울증의 원인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오히려 스스로 만들어낸 완벽한 인생이라는 허상이, 크게 성공해야만 한다는 강박이 나를 우울증으로 내몰았던 것이다.
항우울제를 먹으면서 처음으로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았다. 사실 약물치료를 다시 시작했을 때에는 산다는 것에 미련이 없었다. 죽는 것이 구원이라 여겼고 나는 살 만한 가치가 없는 사람이라 생각했다. 그 어느 때보다도 생명의 무게가 버거웠다. 하는 일마다 실패했고 선택하는 것마다 나를 절망으로 밀어넣었다. 몇 번의 실패를 겪고 나서는 완벽하지 못한 내 인생을 탓하며 어떤 것도 시도하지 못하게 되었고 무기력해지는 악순환의 굴레에 빠져버렸다.
그냥 사는 것
그런 상태로 한참을 지내다 깨달은 것이 하나 있다. 내가 모든 일에 대비할 수 있고 내가 가장 힘들다고 생각하는 것도 비대한 자의식의 결과라는 것이다. 그냥 흐르는 대로 굽이치며 살면 되는 것이었는데 그러질 못했다는 것을 알았다. 그냥 살면 되는 거였다. 어떤 일을 마주할 때 최선의 선택을 내리고 그냥 살면 됐는데 선택이 두려워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숨어버리던 과거가 떠올랐다. 너무 잘 살고 싶어 절망적이었던 내가 안쓰러웠고 한편으로는 웃겼다. 내가 뭐라고. 내가 뭐가 그렇게 대단하다고. 나는 신이 아니고, 그저 살아지는 대로 살면 되는 것이었다는 걸 이제야 깨달았다.
이제는 잘 살려고 하는 게 아니라 그냥 살려고 마음을 가다듬는다. 여전히 어렵지만 흘러가는 물의 흐름에 따라 구부러지는 법을 조금씩 배워가고 있다. 삶에는 정답이 없다. 내가 선택하는 것이 그 순간의 정답이다. 그렇게 살면 되는 것이다. 선택하고, 후회하고, 다시 선택하는 것, 그게 인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