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
참, 뭐 대단하다고 시작을 계속 미뤘다.
늘 그렇듯. 살아온 대로.
'처음'과 '시작'은 내게 평생 어려운 과업이다.
뭘 대단한 걸 하는 게 아닌데도.
'못하면 안 된다'는 걱정.
'포기하면 안 된다'의 압박.
'시작하면 멈추면 안 된다'는 강박.
누가 뭐라고 한 적도 없고, 할 수도 없는 일인데도 늘 그랬다.
"너는 성실하잖아"
"너는 한번 하면 열심히 끝까지 하잖아."를 칭찬으로 생각하고 살아왔는데 그게 아니더라.
요즘은 그런 말을 들으면 돌려깐다(?).(나를)
"응. 그렇지. 근데 시작을 안 하잖아?"(냉철한 자기 분석)
시작은 잘해도 계속 중간에 포기한다는 친구를 보며 말했다.
"대신 그래서 넌 포기 지점만큼은 한 게 있는 거잖아. 나는 늘 0이야."
또 한 번의 인생의 굴곡점을 맞이하며(왜 나한테만 이런 지점이 이렇게 자주 오는 겐가..)
일단은 어떤 형식으로든 매일 한 꼭지를 쓰겠다고 마음먹은 차에
마침 김효선 선생님이 알려주신 곳이 여기.
근데 두렵다. 뭔가.
나는 극 개인주의자에다가 울렁증도 있잖아?
어차피 매일 쓰려고 했던 일기장의 공간을 찾은 것뿐이라고 며칠 동안 나를 달래며 시작을 해본다.
뭐 어때.
부담 없이 예전 미니홈피라고 생각하지 뭐.(옛날 사람 강제인증)
독자로만 남아서 끄적거려도 되는 거지 뭐.(이렇게 나에게 최면을 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