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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sepina Aug 18. 2019

꽉 잡아요. 넘어가지 않게

우울의 직전

 글쓰기를 눌러놓고 멍하니 바라본다.

일기가 됐든 뭐가 됐든 어떤 형식으로든 쓰는 연습을 다시 들이려 했고 그때 추천받은 것이 브런치였다.

메모장의 기능으로 쓰려고 했던 것인데 의식하지 않으려 해도, 극히 적은  방문자 수이지만,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된다는 것이 아직은 부담스러운가 보다.

 선생님은 브런치를 소개해주시면서 타인에게 노출되는 것을 두려워 말라고, 그것은 극복해야 하는 과정이라고 말씀하셨는데 내 일기장처럼 또는 내 지인만 보는 글에서처럼 자유롭지 않은 점이 있다는 건 분명하다.

 그런 점에서 진짜 거의 내 메모장과 다름없는 방문자수의 브런치는 다행인 건데 이상하게 또 아무도 안 들여다보면 내심 서운하다.(도대체 어쩌란 거냐) 이상한 심리다.(이럴까 봐 SNS도 하나도 하지 않았던 거지만)


 와신상담 하기를 석 달... 아니나 다를까 어쩔 수 없이 현실이 보이면서 우울 직전의 단계까지 와 있다.

교육원 전문반 수업을 들으면서 느꼈던 그 비감함이 되살아난다.

 아무것도 없는 나를 확인하는 일. 

 텅 빈 내 바닥을 보는 일.

역시 난 아니야.... 능력과 재능의 부재를 절감하면서 '그냥 평범하게 살고 싶어'란 합리화로 자위했던 일.

 하지만 이후 10년 동안 나는 한 번도 평범하게 살지 못했고 그랬기에 결국 더한 바닥 밑에 바닥을 겪으며 평범의 범주에서 내쫓기고 말았다.


 울기보다는 다시 시작해보는(사실 그렇게라도 생각하지 않으면 미칠지도 모른다는 공포) 방향으로 나를 이끌었고 그래서 얼마간은 생각보다 꽤 괜찮았다. 사실은 정말 괜찮았다기보다 허황된 공상으로 내 시야를 가렸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어느 순간 결국은 현실을 보게 될 것이라는 것도. 그리고 역시나 사랑하는 뜨거운 여름이 어느덧 끝을 향해 간다고 느끼는 순간 여지없이 그것은 파고들었다.

 그래서 그동안 너는 뭘 했니?라는 질문으로 나를 괴롭히면서. 

 내가 하는 걱정의 많은 부분은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이고, 또는 내 노력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이 대부분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나는 스스로 고통스러울 준비를 하는 것만 같다. 이 위태위태한 순간에서 그 경계를 넘어가지 않기 위해 나를 다잡는 방법은 아직 완전히 찾지 못했다. 그저 넘어가면 당분간은 벗어나지 못할 거란 것만 분명히 알고 있다. 

 낮은 자존감.. 칭찬이 가장 단순하고 쉬운 방법이란 걸 막연히 알고 있지만 일단 나는 나 자신에게 칭찬하는 일이 좀처럼 없다.

 타인에게 엄격하고 자신에겐 더더욱 엄격하게 구는 게 나라는 인간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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