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뭐라도
집필자 장애 : 글을 쓰는 사람들이 글 내용이나 소재에 대한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아서 애를 먹는 상황으로, 글길 막힘이라고도 함.
집필자 장애 혹은 글길 막힘으로 번역되는 이 용어는 원래 직업적으로 글을 쓰는 사람들이 새로운 작품을 쓸 능력을 상실한 상태를 일컫는다. 강도에 따라서 다양한 범주로 나타나는데, 잠시 글을 쓰기 힘든 경우도 있지만 몇 년 동안 집필활동을 하지 못할 정도로 심각한 경우도 있고, 그로 인해 아예 작가로서의 삶을 포기해 버리는 경우도 있다. 이 상황으로 고통을 받는 작가들은 자신의 작품에 대해 좋지 않게 보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로는 그 반대인 경우가 더 많다. 대부분의 작가가 집필자 장애를 경험하며, 그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다. 글을 쓰는 것에 대한 공포, 불안, 삶의 변화, 한 작품의 완결, 새로운 작품의 시작 등 다양하다. 원인이 무엇이든 글을 쓰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좌절을 느끼는 것이 공통적인 현상이다.
집필자 장애가 치료의 장에서 일어나게 되는 것은 내담자가 글을 쓰기 거부할 때 종종 볼 수 있다. 이는 작가들처럼 직업적인 문제와는 달리, 내면의 자아 검열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일상에서도 시험이나 과제물만 앞에 두면 집필자 장애가 일어나는 사람들도 있다. 집필자 장애의 가장 큰 원인은 자기 방어적인 검열과 비판적 평가에 대한 두려움이다.
‘글쓰기 가이드(Fiction Writing Guide)’에서 지니 위 하트(Ginny Wiehardt)는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다음의 열 가지를 제시하였다.
첫째, 글쓰기 계획 세우기. 글을 쓸 시간을 정해 두고 집필자 장애가 있더라도 무시한 채 일단 쓰는 것이다.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아도 단어들을 나열하기만 하는 방법으로라도 일단 쓰는 행위를 한다.
둘째, 너무 무리하지 말기. 글을 쓰는 데만 지나치게 열중하지 말라는 것이다. 글을 쓸 수 없어서 집필자 장애가 생기는 것이 아니라, 글을 잘 쓸 수 없을 거라는 절망 때문에 집필자 장애가 생기는 것이다. 따라서 비판적인 시각은 일단 접어 둔 채 그냥 쓴다. 그에 대한 평가를 하고 다듬는 것은 글을 쓴 이후 편집을 할 때 하면 된다.
셋째, 글을 쓰는 것을 작품을 만들어 내는 특별한 일로 생각하지 않기. 글 쓰는 것을 일상으로 생각하라는 것이다. 보통 노동과 마찬가지로 글을 쓰는 것도 하나의 일이다. 글을 쓸 때 사용하는 은유는 노동자나 기술자의 연장통 같은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앉아서 글을 쓰기가 더 쉬워진다.
넷째, 하나의 글을 끝내면 휴식시간 가지기. 집필자 장애는 아이디어가 다시 만들어지기 위해서 시간이 필요하다는 신호다. 창조적인 작업을 하는 데 게으름은 아주 중요한 요소다. 새 글을 다시 시작하기 전에 생활 속에서 스스로에게 시간을 좀 주고 독서나 다른 형태의 예술을 접하도록 해서 새로운 경험과 새로운 아이디어를 모을 수 있게 한다.
다섯째, 시간을 정해 두고 지키기. 자기 혼자서 글을 쓰기만 하는 것은 무척 힘든 일이다. 같이 글을 쓸 사람을 구해서 서로 시간을 정한 다음, 약속을 지켜 나가도록 한다. 물론 서로 비난은 금물이다. 누군가가 자신의 일에 대해서 알고, 그 글이 나오도록 기다리고 있으면 그 기대 때문에라도 글을 쓰는 작업에 박차를 가하게 된다. 집단으로 함께해도 좋다.
여섯째, 집필자 장애 뒤에 숨겨진 심리적 문제 찾기. 글이나 집필에 대한 자신의 불안에 대해서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친구나 동료와 이야기를 나누고, 집필자 장애를 다룬 도서를 읽어 보면서 자신의 집필자 장애에 대한 뿌리 깊은 원인을 탐색한다. 다른 작가들의 삶을 살펴보는 것도 자신의 장애 이유에 대한 통찰에 도움이 된다. 집필자 장애가 계속될 때는 상담을 받아 보는 것도 좋다.
일곱째, 한 번에 하나씩 하기보다는 두 가지 이상의 일을 걸쳐 두고 하기. 이 글을 쓰다가 좀 힘들어지면 다른 글을 써 보는 식으로 작업을 할 때 집필자 장애가 덜한 경우가 있다. 한 가지에 매달려서 생기는 지루함이나 두려움이 서로 다른 글을 쓰면서 해소될 수 있는 것이다.
여덟째, 쓰기 훈련하기. 쓰기 훈련을 많이 하면 아무래도 긴장이 풀어지고 여러 방식으로 글을 쓸 수 있게 된다.
아홉째, 글쓰기 공간 다시 살펴보기. 물리적 환경이 글쓰기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있다. 책상 배치나 자리, 글을 쓰다 차를 마시는 공간 등이 자신에게 편안하게 배치되어 있는지, 변화를 줄 필요는 없는지 다시 살펴본다.
열째, 처음 글을 쓰게 된 곳에서 자신이 왜 글을 쓰게 되었는지 기억하기. 자신이 쓰는 글과 글을 쓰는 이유를 돌아본다. 초심으로 돌아가 글을 쓰게 된 마음을 다시 기억해 내면 처음 글을 쓸 때의 동기나 기쁨 같은 것이 장애를 극복할 수 있게 해 준다.
쓰기 작업과 관련된 치료에서는 지금까지 열거한 작가들에게 적용되는 방식과 유사한 검열 제거 및 두려움 완화를 통한 사전작업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네이버 지식백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