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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sepina Apr 14. 2022

가끔 다른 세계를 살곤 해. 현실이 괴로울 땐

몹시 주관적인 한중일 드라마 비교

남들 다 하는 SNS 안 하고 남들 다 보는 OTT 서비스도 이용하지 않는 아날로그 인간이 나였다.  당연히 시대 흐름에 조금은 뒤떨어졌고 종종 넷플릭스 공유할래?라는 제안을 받긴 했어도 굳이? 그러고 말았다. 이상한 강박증이 있는 나는 분명히 돈 내고 그런 서비스를 이용한다면 '한 달에 몇 회 이상 영화보기' 정도의 규칙을 정해놓고 쓸데없이 스트레스에 시달릴 것이고 또 그 정도로 영상물을 보는데 혈안인 사람은 아니었다.(나는 이미 TV 덕후라서 TV 프로그램으로도 충분했다.)

 그랬는데....

 아빠가 집에서 영화를 보고 싶다고 했다. -> 형부가 왓챠에 가입해서 온 가족 아이디를 만들었다. -> 매달 결제를 언니가 하고 있다. -> 그리고 나는.. 현재 왓챠를 거의 매일 이용하고 있다. (언니가 이제 빈도수로 결제액을 나누자는 제안을 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에 떨며...)


  시작은 그저 주말에 영화 한 편 정도 보기가 목표였다. 보고 싶었는데 놓친 영화나 다시 보고 싶은 영화를 찾아보는 것 정도면 충분히 아이디 생성의 책임(?)을 다 한다고 생각했다.

 스릴러, 재난물을 좋아하는 취향에 따라 비슷한 장르의 영화 리스트가 차곡차곡 쌓이고 있었다.

 그러던 우울한 어느 날, 몇 년 전에 재미있게 봤던 만화 원작의 일본 드라마를 우연히 발견하고 시즌 1,2를 다시 정주행 한 뒤 생활 패턴이 새로운 변곡점을 맞이한다.

 '왓고리즘'이라는 몹쓸 메뉴(!)가 나의 취향을 분석해 비슷한 영화와 드라마를 여러 개 나열하며 선택을 종용하는데 그 유혹은 쉽게 뿌리 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참으로 한결같은 취향인 것이 예나 지금이나 영화는 추리, 스릴러, 범죄, 재난, 공포물을 좋아하면서 드라마는 클리셰 범벅, 오색찬란, 유치한 뻔한 멜로물만 좋아한다.

 이 극단적 성향에 대해 나는 드라마와 영화의 호흡 차이, 나의 감정이입의 속도 때문이라 분석했는데 미스터리, 범죄물 같은 장르물은 단시간 내에 집약적인 전개를 통해 집중하는 것이 좋고 멜로물의 경우는 인물들의 감정에 이입하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장르물이 드라마인 경우, 집중력이 흩어지며 좀 피로감을 느끼게 되고 반대로 로맨스가 영화인 경우, 나는 아직 쟤들이 왜 좋아하는지 모르겠는데 어느새 이별하고 있어서 감정선을 따라가는 게 늘 쉽지 않았다.(이는 시간이 필요한 나의 연애 성향과도 관계가 있다.)

 아무튼 그러다 보니 내가 본 영상물 리스트에는 포스터부터 무시무시한 공포 스릴러 영화와 남녀 주인공 둘만 뽝! 나와있는, 누가 봐도 로맨스인 드라마가 어울리지 않게 자리를 함께 차지하고 있다.


 하고 싶은 이야기는 한중일 드라마 분석인데 (이제 본론 시작) 객관성은 1도 없는 아주 주관적인 평가라 할 수 있겠다. 왜냐하면 앞서 말했다시피 1) 보는 드라마가 지극히 편향적이며 2) 한국 드라마는 제대로 안 본 지 10년쯤 되었고(10년 동안 5개 정도 본 것 같음. 요즘 트렌드 잘 모름) 3) 일본 드라마(이하 일드), 중국 드라마(이하 중드) 역시 평가를 할 정도로 많은 편수를 본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몇 개월 동안 일드, 중드를 몰아 보면서(왓챠 이전의 삶에선 일드와 대만 드라마 1개씩 본 게 전부였다.) 소소하게 느낀 재미있는 지점들을 개인적으로 기록하고 싶어 졌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외를 쏘다녔지만 믿기지 않게도(?) 나는 일본, 중국은 한 번도 가지 않았다. 가지 않은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라기 보다 굳이 가고 싶은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죽기 전에 한 번쯤은 가보지 않을까 싶기도 하지만 아직은 가고 싶은 이유가 새롭게 생기진 않았다. 이 말인즉슨, 그 나라에 내가 특별히 관심이 없었다는 뜻이고 관심이 없었기에 문화에 대해서도 아는 바가 별로 없었다. 그저 주워들은, 그리고 미디어에서 보여준, 어쩌면 편견일지 모르는(그러나 여러 사람이 비슷하게 얘기하는 걸 보면 사실인 듯한) 이야기가 그 나라에 대한 내 이미지의 전부였다.

 현실을 잊고 싶어 다시 본 일드 하나가 왓고리즘을 타고 도장깨기마냥 내 주말을 잠식하면서 '어? 나 일본 드라마 스타일 좋아하는구나?' 깨달았을 때는 내 스타일의 드라마는 이미 더 볼 게 없어진 상태였다. 그리하여 그다음은 중드로 넘어가더니 어느새 월요일은 영화, 화~목요일은 봤던 거 또 보기, 금~토요일은 중드, 일요일은 일드, 나도 모르게 스케줄이 고정되어 있었다. (언니가 이 사실을 알면 니가 돈 내라고 할 것 같다. 나는 지속되는 가난함을 계속 어필해야만 한다.)


1. 갈등

 한국 드라마를 보지 못하는 여러 이유 중에 하나이자 일드, 중드를 쉽게 볼 수 있는 이유 중에 하나가 갈등의 깊이였다.

과거에 몇몇 일본 작가의 소설을 열심히 파 읽던 때가 있었는데 어느 순간 그만둔 이유 중에 하나도 이야기가 너무 잔잔하다는 거였다. '잘못한 사람은 아무도 없어'와 같은 메시지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마 그때의 나는 기승전결이 뚜렷하고 확실한 이야기를 좋아했고 또 그것을 소화할 힘도 있었을 것이다.

 한국 드라마는 갈등이다. 드라마=갈등 공식이다. 무조건 갈등은 커야 하고 주인공을 아주 저 밑바닥까지 내팽개쳤다가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주인공뿐이랴. 주변의 모든 인물이 갈등으로 얽히고설킨다. 출생의 비밀은 기본. 과거의 과거, 대과거의 남친 여친도 등장하고, 주인공 부모들끼리도 엮여 있다가(당사자들은 모름. 시청자만 앎) 이 모든 게 폭로되면(예고편에서 맨날 낚다가) 또 막 싸운다. 이 아비규환(?)의 과정을 지켜보는 게 언제부턴가 나는 너무 괴로워졌다.

 그에 비해 일드 중드는 갈등이 약해서 순한 맛이다. 뭐, 물론 그래서 씅에 안 찰 때도 있다. 지켜보던 서브남이 드디어 남주에게 "그렇다면 내가 좋아해도 되지?" 따위의 선전포고를 하면 그다음 회에선 최소 보란 듯이 남주 앞에서 여주 손목을 낚아채고 "내 마음대로 한다고 했지?(이글이글)" 정도의 장면이 나와야 하는데(클리셰 범벅 맛 좋아한다구요...) 남주 여주가 잘 되면 뒤에서 지켜보다 마음 아파한다. 그러다가 그다음 회엔 둘의 모습에 축하를 해준다? 그리고 결국엔 여주의 주변인과 잘됨?? 이게 뭐지? 싸워! 싸우라구! 고백을 했으면 액션을 취하란 말이야!!라고 첨엔 의아했는데 일드 중드의 로맨스가  대체로 이런 스타일이 많다고 한다.(첫 일드가 이렇지 않아서 몰랐다.) 이런 지점들이 본연의 깊은 감정을 내보이지 않는 국민성이나 타인에게 나쁜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는 사회 문화적인 분위기와도 관련이 있는 건가 궁금하긴 하다.

 반대로 그래서 외국인들이 한국 드라마에 열광하는 이유도 알 것 같았다. 그들이 보기엔 놀라운 마라 맛이겠지. 아가들이 이유식만 먹다가 간간한 사람 음식 맛보는 것 같지 않을까. 게다가 한 번 맛보면 그 자극적인 맛은 끊기가 어려울 것이다.(라고 한국인이니까 그저 추측)

 예전 합평 시간에 내가 들은 이야기들이 갈등이 약하다, 사건이 작다, 너무 착한 사람만 나오는 것을 지양해라. 같은 평가였는데 그렇다면 이제 좀 퍼즐이 맞춰진다. 나처럼 회피 성향이 강한 사람은 자신의 마음 깊숙한 곳에도 들어가지 못하기 때문에 갈등이 큰 단단한 이야기는 만들 수도, 볼 수도 없다는 것이다.(이건 추측이 아니고 유사한 사람들의 얘기를 종합)

 그런데 일드, 중드의 리뷰를 보면 생각보다 나와 비슷한 사람이 많아서 놀라웠다.

'고구마가 없어서 좋음'  '빌런이 없어서 편하게 볼 수 있음' '뻔하지만 꼬는 거 없이 순해서 계속 보게 됨'

  나만 이상한 건 아니구나... 싶어서 괜히 위로받았다.

 아! 그리고 한국 드라마의 스펙터클한 갈등을 못 견디는 사람들은 공감능력이 너무 좋기 때문이란다. 근거는 없지만 나는 그 말을 믿는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배신과 암투, 권모술수가 난무하는 사극을 절대 못 본다 하던데 그 말이 너무 공감되어서 나는 아주 크게 웃었다.


2. 분량

금~토까지 중드를 하나 보고 일요일에 일드를 보는 스케줄은 그냥 정해진 게 아니다.  

일단 중드는 길다. 짧은 것이 24 회고 40회까지 가는 것도 있다. 모든 회차를 정주행 할 수 없기 때문에 중간 점프를 하며 봐도 중드 하나를 끝내려면 시간과 체력이 필요하다. 회차가 길기 때문에 소소한 에피소들이 많이 나오고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도 꽤 비중 있게 다뤄진다. (가끔은 주변 인물 러브라인을 이렇게까지 상세히 다룬다고? 싶을 정도로)

 나는 인내심이 없는 편이라 중드는 28회가 넘어가는 건 못 본다. 그나마도 skip을 누르는 횟수가 일드보다 잦다.

 반면 일드는 대체로 10회다. 보기가 쉽다. 주변 인물들도 다루지만 주인공에게 이야기가 집중되는 편이다.  단점은 10회에 모든 이야기를 완결하려고 하다 보니 1~2회 차에 급작스러운 전개들이 있다.

 아니, 21세 남자가 30세 모태솔로 여자를 왜 1회부터 '그냥' 좋아하는 거야? 아무리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데엔 이유가 없다지만 보는 사람이 납득할 수 있는 밑밥은 깔아줘야지... 뭐.. 남주의 결핍이나 트라우마 지점을 여주가 무심결에 다독인다던지, '내 약점을 장점으로 봐주는 건 너뿐이야' 같은 흔들리는 포인트에 동공 지진 클로즈업해주는 수고 정도는 해줘야 하는 거 아니야?? 그리고 갑자기 왜 1회부터 왜 자는데?? 응??? 왜??! 나 아직, 쟤들이 왜 좋아하는지 모르겠다니까??!!

 이 속도감(?)을 못 따라가도 잘 참고 견디면 그래도 4,5회쯤 주인공들에게 이입할 수 있다. 이때까지 도저히 못 견디겠어서 중간에 포기한 드라마들도 몇몇 있긴 하다.

 새삼 우리나라 드라마가 왜 기본 16회인지 납득이 된다. (회당 분량은 우리나라가 제일 길지만) 여태껏 우리나라 드라마에 익숙해져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나는 로맨스는 16회가 딱 좋다. 끌리고, 반하고, 사랑하는 과정이 너무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적절한 속도와 뜨거움.


3. 언어

일본, 중국에 관심이 없었으니 당연히 언어도 아는 게 없다. 일어, 중국어에 대해서 아는 말이라곤 5천만 국민이 다 아는,  '안녕하세요' '고맙습니다' '미안합니다' '사랑해요' 딱 요 정도.(제2외국어마저도 불어 배운 자)

그런데 몇 달 동안 계속 일어 중국어를 듣고 깨달은 바가 하나 있다. 언어는 반복과 노출이라는 사실.

주말 내내 일드를 보고 출근한 월요일에는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일본어 억양이 계속 귓가에 맴도는가 하면 시간이 조금 흐른 뒤에는 비슷한 스타일의 드라마를 계속 봐서인지 자주 나오는 대사들(너랑 상관없는 일이야, 너 좋아하는 거 그만둘래, 내가 질투한다고? 같은 말들..)은 통으로 자동 외워져 버렸다.

 참으로 슬픈 대목이기도 한데 리얼 클래스 영어공부를 시작 한지 곧 1년이 되는데 매일 한 회차를 두 번씩 듣고 필기를 해왔지만 내 영어실력은 1% 정도 향상된 것 같다.(1%는 매일 듣는다는 위안으로 주는 점수)

 드라마로 한국어를 공부한다는 외국인들의 말도 이해가 되고 그게 왜 가장 빠른 방법이라고 하는 지도 알 것 같다. 내가 미드를 좋아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이루 말할 수 없이 크지만 미드에는 내 스타일의 드라마는 없는 듯하다. (이런 스타일의 미드가 있다면 제보 바랍니다.)

 언어에 대한 정보가 아예 백지상태인 데다가 억지로 공부를 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니 자연스럽게 궁금한 점들도 생겼다.

 1. 사랑해, 아이 러브 유, 워 아이니, 아이시떼루, 쥬뗌므.. 기본으로 알고 있는 전 세계 표현인데 왜 그 많은 일드에서는 단 한 번도 '아이시떼루'라고 하지 않고 '다이스키' '스키다요'(일어 몰라요.. 들리는 대로 씁니다.)라고 하는 거지?? '아이시떼루'라는 말은 문어체에서 쓰는 표현이고 구어체에서는 쓰지 않는 말인가? 너무 궁금해서 현기증 나는 바람에 인터넷까지 찾아봤는데 속 시원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거 누가 사회, 문화적인 맥락에서 설명 좀 해줬으면...(일본 남자한테 고백할 것도 아닌데 왜 집착하는지 모르겠다.)

2. 드라마 내에서는 '스미마셍' 보다 '고메나사이'를 훨씬 더 많이 쓰던데 '스미마셍'이 좀 더 격식 있는 표현인 건지? (상황적으로는 그래 보였는데..)

3. '와루이'가 '나빠'라고도 나오고 '미안한데..'이렇게도 자막이 나오는데 둘의 의미는 아무리 생각해도 다른데 왜 이렇게 번역이 되는 건지? 의역인 건가?? 정확한 뜻은 도대체 무엇??

4. '기모치'는 '마음'이라는 건가, '기분'이라는 건가, 둘의 뜻을 다 가지고 있는 건가?

 순번까지 붙여 놓은 이유는 이렇게 정리해 놓으면 누군가 알려줄 것 같아서 남겨 보았다. (특히 1번...)

중국어는 해결할 문제가 따로 없다. 원어민 수준의 친구가 있어서 만나서 한 번에 질문했다. 궁금한 건 수시로 질문한다.  배우 말고 일반인 남녀 외모도 그렇게 현격하게 차이 나는 거냐고도 물어보았지..

나는 왜 이런 게 궁금한 것인가..

4. 문화

 드라마를 통해 배우는 게 많다. 나처럼 아무것도 모르는 무지렁이도 자연스럽게 색다른 문화를 알게 된다.

 일드에서 '다녀왔어' '어서 와(잘 왔어)' 이 대사가 엄청 나와서 이것도 외워버렸는데(근데 반말밖에 몰라. 일본 남자하고 살 거 아니면 써먹을 일 없음.) 일본은 집에 돌아왔을 때 저 말을 꼭 주고받는 문화구나 싶었다. (인사를 주고받을 상황이 아닌데 일단 인사하고 본론으로 들어감.) 우리나라는 어떤가 생각해봤는데(드라마를 떠올려 봤는데) 확실히 그렇게 매번 사용되는 말은 아니었다.

 친해지기 전엔 성을 부르다가 친근한 관계가 되면 이름을 부르는 문화가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는데 성/이름 분리되어 부르는 게 없는 한국인인 나는 이 부분이 되게 생소했다.(미국에나 있는 건 줄 알았지) 결혼하면 여자가 남자 성을 따라가기 때문에 성이 우리나라보다 중요한 것일 거라며 저 위에 중국어 원어민 수준의 친구가 귀띔해주었다.(인터넷을 찾아보니 아주 복잡한 역사와 문화적 메커니즘이 있었다. 너무 길어서 다 못 읽..)

 중드는 아무리 젊은 애들이 나와도 엔딩이 결혼인 경우가 많아서 소위 말하는 결혼 적령기가 이른 편인가 했는데 그보다 궁금한 건 왜 항상 젊은애들 로맨스에 늘 양가 부모가 등장하냐는 것이었다.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부모의 갈등이 사건의 주축도 아닌데 말이다.

 이에 대한 답변도 친구가 내놓았다.

 지금은 변했을 수도 있지만(친구도 중국 살았던 게 옛날이라) 우리나라보다 일찍 결혼하는 편인 건 맞다.( 예상 적중)

 생각보다 결혼 전에 동거하는 커플이 많다.(이건 의외)

 인구가 많아서 그런지 결혼 상대를 찾는 것이 쉽지 않아서 부모들끼리 맞선 상대를 찾거나, 어렸을 때 만나서 나중에 결혼하거나, 부모가 정해준 맞선에 나가서 결혼하는 경우가 많다.(궁금증 해결)

그런 문화라면 젊은이들 연애사에 양가 부모가 꼬박꼬박 나타나서 출석(!)하는 게 이해가 된다. (하지만 중국에서 안 태어난 걸 감사하는 대목)

생경한 사회 분위기, 이해할 수 없는 문화가 있어도 그걸 알아가는 재미도 나름 쏠쏠하다.

불편해도 이해하려 하지 말고 받아들여야 한다. '수용'을 배우는 시간

 



5. 나레이션

개인적으로 재미있었던 차이점인데 내가 배울 때에 나레이션은 꼭 필요할 때에만 써야 하는, 잘 쓸 자신이 없으면 사용해선 안 되는, 남발하면 큰일 나는 영역이었다. 인물의 생각과 감정은 대사와 행동으로 보이도록 해야지 나레이션으로 줄줄줄 설명하며 쉽게 가지 말라고 다소 엄격하게 배웠던 것 같다.(지금도 기억이 나는 걸 보면)

 잘 쓰면 극적인 효과를 내지만 잘못 쓰면 독이 되는데 실제로 나레이션이 너무 많이 나오면 연출이 촌스럽게 느껴진다는 것을 남의 나라 드라마를 보면서 이제야 실전으로 깨달았다.

일드, 중드는 우리나라 드라마에 비해 확실히 나레이션이 많다. 근데 두 나라에도 미묘한 차이가 있는 것이

일드는 뭐랄까.. 지나치게 친절한 느낌의 나레이션이다. 걱정과 속 마음을 자꾸 나레이션으로 표현하는데 '알아! 안다구!! 그렇게까지 말 안 해줘도 지금 주인공이 어떤 마음인지 안다니까. 이제 그만!' 이런 마음으로 보게 된다.

 중드는 간혹 너무 긴 나레이션이 나와서(특히 옛날 드라마인 경우) 이게 드라마인가 연극인가 혼란스러울 때가 있다. '저건 무의식에 깔려 있는 감정이라 본인도 자각 못할 거 같은데 저걸 나레이션으로 길게 뽑는다구??' 싶은 장면들. 거짓말 보태서 나레이션 하는 동안 노래 1절은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부분은 우리나라 드라마가 압승이다. 가장 세련됨. 만만세!


6. 엔딩과 그 언저리.

 엔딩으로 달려가는 과정과 완결의 모습에도 차이가 있다. 취향의 차이겠지만 개인적으로 나는 열린 결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생각할 여지를 남겨주는 '판단은 시청자의 몫으로...'가 그만한 메시지를 주는 것이라면 모를까 로맨스는 'happy' 'sad' 둘 중에 확실한 결말로 맺음 되는 것이 좋다. 요즘 트렌드가 '열린 결말'이라 세련돼 보이려고 제대로 내용을 풀지 않은 채로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됐다는 거야' 같은 엔딩을 접하게 되면 작가가 직무유기를 한 것 같아 불쾌한 마음마저 든다. 왜냐하면 엔딩은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확실히 전달되는 지점이기도 하니까.

 일단 여태까지 내가 본 일드, 중드는 그런 게 없다. 아주 확실하게 닫힌 엔딩이다. 얼마나 꽉 닫혀 있냐면 중드는 결혼 엔딩이 엄청 많다. (몇 년 뒤.. 2세도 종종 등장) 다소 촌스럽게 보일지는 몰라도 나는 로맨스는 해피엔딩이 좋다. 현실을 도피하려고 보는 드라마가 비극적이면 난 또 못 빠져나와서 시름시름 앓는다. (과장 1 스쿱)

 우리나라 드라마의 경우 갈등의 진폭이 워낙 크다 보니 이를 해결하기 위해 15회, 심할 땐 마지막 회 중반까지도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는데 나는 예전에도 이 회차들을 못 볼 때가 많았다.(너무 괴로와....) 그리고 비로소 마지막 회쯤 되었을 때 오해가 풀리고, 용서하고, 진심을 알고 '사랑해' '응 나도'로 진행되면서 '그 후로 그들은 행복하게 잘 살았..'(완전 닫힌 엔딩이 아니면 여기까지...) 하면서 끝이 난다.(요즘 드라마는 안 봐서 이게 아닐 수도 있겠다만..)

 중드는 회차가 길다 보니 극의 2/3 지점에 이르면 이미 둘의 관계는 완성된다. 우리나라 드라마라면 거의 끝에 해결될 내용이 극 중반을 지나면서 둘의 갈등은 마무리되기 때문에 이후의 회차는 둘의 사랑질(일명 꽁냥꽁냥)로 채워지는데 이 부분이 신선했다. 어차피 대리 연애하려고 작정하고 보는 드라마, 좀 더 확실하게 보여주는 것도 괜찮았다. 아마 우리나라 드라마였다면 갈등이 해결되면 김이 빠져서 흥미를 잃을 수도 있는데 중드 자체가 큰 갈등보다는 에피소드들로 이어지는 형식이라 가능한 연결인 것 같다.

 일드는 흐름 자체는 우리나라와 비슷한데 이는 10회라는 한정된 분량에서 이야기를 길게 뽑는 것이 불가능해서라고 본다. 근데 또 그 와중에 닫힌 해피엔딩인 건 중드와 비슷하다.

 시즌2까지 수십 번을 보게 한 나의 첫 일드의 마지막 장면은 아이와 산책하는 부부의 모습인데 그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서 눈물이 찔끔 났고 '저 부부, 진짜 도쿄 어디에 살 것 같아요'라고 인터넷에서 본 블로거의 글이 내 마음과 같았다.(닫힌 엔딩이라고 여운이 없는 줄 아느냐!)


  사실은 일드 중에 재미있게 본 건 아니지만 인상 깊게 본 드라마가 있어서(이상한 표현 같지만 적확한 표현) 그 드라마에 대한 내용을 쓰려다가 애피타이저(?)로 드라마 얘길 깔았는데 이렇게 길어져 버렸다. 그러니까 사실 이 글은 다음 글에 대한 예고편이라는 소리다. (괜찮아요? 많이 놀래쬬? 미아내요. 서론이 너무 길었네요.)  그래도 딱히 의미도 감동도 없는 글을 이렇게 장황하게 쓰다니 나 이 얘기가 되게 하고 싶었나 보다. (기록 욕구 or 정리 강박)

 어쨌든 중간 점프를 눌러가며 보고 있긴 해도 왓챠를 야무지게 활용하며 드라마를 보게 된 것은 내게 고무적인 일이다. 궁극적으로는 이렇게 보다 보면 한국 드라마도 다시 볼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싶은데 아직은 봤던 드라마를 다시 보는데 그치고 있긴 하다.(근데 자막 없이 배우 표정에만 집중할 수 있으니 너~무 편한 것.)

  암튼 서론(?)을 끝냈으니 다음엔 일드 하나 들고 돌아옵니다.(낚는 예고편 아님. 확실히 닫힌 마무리 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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