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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sepina Feb 25. 2022

네 위로는 내 것이기도 해.

싱어게인2의 눈물 포인트는 여기였네.

 역시나 싱어게인2도 열심히 챙겨 보고 있다.(그저 내 최애들이 계속 심사위원으로 나와서...)

 지난 회차 TOP6 선발전 마지막 패자부활전에서는 매 라운드마다 좋은 실력을 보였으면서도 매번 최악의 대진운으로 늘 추가합격으로 부활했던 김소연 가수가 또 마지막 1장의 티켓을 거머쥐며 TOP6에 올라가는 모습이 방송되었다.

 출중한 실력자들이 바로 앞에서 엄청난 극찬을 받은 뒤에 하는 자신의 무대에서 어떤 흔들림이나 동요 없이 준비한 것을 덤덤하게 해내는 그녀 앞에는 늘 '멘탈 갑'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나는 그런 그녀를 볼 때마다 과장해서 표현하자면 '올 클린' 연기 뒷 차례에 '더더더 퍼펙트 올 클린'을 해내는 김연아를 생각하곤 했다.(김연아 추종자로서 이것은 내가 할 수 있는 최대의 칭찬이자 격한 부러움이다.)


그녀의 무대 후, 김이나 심사위원은 그녀에게 이렇게 말한다.

 "멘탈 얘기가 많이 나오는데 저는 항상 혼자서 의심을 하곤 했습니다. 제가 기억하는 소연님  표정이 딱 두 개예요. 완전히 무표정인 거 하나 하고 약간 냉소적인 미소 하나.

 겉으로 내가 느끼는 감정을 다른 사람에게 표현하는 것이 평소에 굉장히 서툰 사람이 아닐까. 근데 노래를 하면 되게 다른 사람이 되는 거예요.

 밤에 혼자서 내가 아까 하지 못했던 말, 아까 짓지 않은 표정. 그걸 헤아리며 혼자 힘들었던 밤이 많아서 그런 것들이 음악으로 나오는 게 아닐까.  

 안에 수천 겹의 꽃잎을 물고 있는 봉오리 있잖아요. 만개를 안 해서 우리 눈에 쉽게 안 드러날 뿐 분명히 안에 수천 겹, 수 만 겹의 무언가가 있다."

 시즌1 당시 당당하되 욕심 없어 보였던 우승자 이승윤의 속내에 묵혀있던 설움을 꿰뚫어 보고 '칭찬을 받아들이라'라고 했던 말이 그의 눈물 버튼이 되었던 것처럼, 시종일관 기복 없이 보였던 그녀도 이 말에 결국 눈물을 터뜨리고 만다.  그리고 눈물의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말씀하셨던 부분에 대해서 저도 잘 알거든요. 다른 사람을 대할 때 힘들어하는 것을 알고 있지만,  제 그런 모습에 대해서 다른 사람에게 말하기가 쉽지 않잖아요.. 근데 그걸 누군가가 알아주길 바랐던 것 같아요. 알아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나도 따라 울었다. (1. 원래 잘 운다. 2. 예능 보고 잘 운다. 3. 심신이 지쳐있었다.)

 복받쳐 어쩔 수 없이 순간적으로 터져버리는 그녀의 마음을 전부는 아니어도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들어달라고, 이해해 달라고 아무리 소리쳐도 타인에게 온전히 이해받고 위로받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 말하지 않아도 내 마음을 헤아려 다독여주면 무장해제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인간이라면 말이다.

 위로받는 그녀도 부러웠지만 아무도 할 수 없는 방법으로 아픈 곳을 만져주던 김이나 심사위원의 그 세심한 관찰력과 인간에 대한 통찰력에 깊은 울림이 전해졌다.

 아마도 그 힘은 최근에 그녀의 책을 읽다가 도저히 그냥 넘기지 못해  메모해 두었던 이런 지점들에서 기인했을 것이다.

가사는 ‘좋은 사람의 좋은 이야기’만 하지 않는다. 내놓기 힘든 속내, 스쳐가는 마음, 창피한 순간 등등을 이야기할 수도 있다. 아니, 오히려 그래야 더 많은 공감을 산다.
 다양한 테마와 캐릭터를 위해서라도, 자꾸 눌러만 놓는 자신의 내면을 솔직하게 들여다보자. ‘이불 차고 하이킥’하는 순간을 빨리 지나쳐 버리려고만 하지 말고, 지금 내가 얼마나 구질구질한지, 이 구질구질한 감정의 원인은 정확히 뭔지, 지금 심경이 어떤지 등등을 세밀하게 살펴보자. 그 누구보다 우선 나 자신의 감정을 객관적으로 응시할 줄 알아야 대중의 공감대를 이끌어 낼 수 있다.

-김이나의 작사 법中-



한때는 나도  위로를 전하는 사람이 되고자 꿈을 꾸었지만 지금의 나는 스스로를 위로하는 데도 여전히 미숙해 누군가의 다정함과 따뜻함에 늘 굶주려 있을 뿐이다. 그런데 저 말은 나와 맞는 상황도, 나에게 하는 말이 아닌데도 이상하게 힘이 되었다.

 그래, 위로라는 건 그런 거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지금 당장 나에게 필요한 말만  듣는 것이 아니라 내가 누군가를 위로하는 것도, 위로를 받고 힘을 내는 어떤 이를 보는 것도, 결국 나를 위로하는 다양한 방식이라고.

 모난 내 마음 뒤편에 숨어있던 온기를 확인하고 안심하는 것만으로도 위로받을 수 있다고.

 시간을 묻듯 툭 하고 건너온 말 한마디에 마음의 평온을 찾을 때가 있는 것처럼 나를 구원하고 위로할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로 찾아올 수 있다는 걸.

 정답이 늘 해답은 아닌 것처럼.

https://tv.jtbc.joins.com/clip/pr10011345/pm10063856/vo10570661/view

<글 쓰려고 몇 번을 다시 봤는데 볼 때마다 울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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