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태자의 첫사랑이라는 드라마가 있었다.
1. 이 글은 구독자 koo 작가님 글에서 드라마 '황태자의 첫사랑'이라는 단어를 발견하고 가볍게, "저도 그거 열심히 봤어요. 저 그 작가분들하고 친했어요. 저 그 뒷얘기도 많이 알아요. 나중에 기회 되면 얘기해드릴게요. 호호호" 아는 척 허세를 부린 것에서 시작된, koo 작가님께 바치는(?) 헌정 글에 가깝습니다.
2. koo 작가님은 저에게 직접 메일을 보내셨습니다. 드라마 관련 이야기를 알려달라는 요청이나 글을 써달라는 의뢰(?)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왠지 그 순간부터 의무감이 생겼습니다. 60초만 기다리래 놓고 기다렸더니 다음 주 예고 날리는 낚시꾼이 된 기분이었습니다. 부담 갖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부담까지는 아니었는데 조금의 기대는 충족시켜드리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결국 부담을 가졌다는 말 같은데...)
3. 좀 더 정확한 사실 확인(?)을 위해 컴퓨터 파일을 뒤졌습니다. '나는 싸이월드가 완전 닫히기 전에 많은 기록을 옮겨다 두었지' 자신만만 한글파일을 다 뒤졌는데 없네요. 아무것도 없습니다. 너무 많은 자료라 다 옮기지 못했던 남은 자료 중에 그 기록들이 다 있었나 봅니다.
3월에 싸이월드 다시 부활한다고 했는데 어떻게 된 거니?
4. 문득, 작가님들과 팬들이 소통했던 카페가 생각나서 가봅니다. 너무 오래된 카페라 인증까지 해서 겨우 들어갔네요.
세상에, 경악합니다. 아무리 어릴 때라도 그렇지 지금의 저와 다른 제가 있습니다. 너 누구니? 불과 지난 글에 '온라인에서도 나서는 걸 싫어하는...'이라는 문구를 쓴 적이 있는데 과거의 저는 거기서 엄청 나대고 있습니다. 글이 너무 많아서 지울 엄두도 안 나고 읽어볼 엄두는 더 안 납니다.
작가님 전용 게시판이 있고 거기엔 꽤 많은 글들이 있습니다. 심지어, 대본 전회를 다 올려주셨을 뿐 아니라, 팬들을 위해 방송에 나가지 않은 이후의 이야기도 대본으로 두 편 만들어 주셨네요. 고마우신 분들입니다.
그럼... 시작해보겠습니다. (오늘도 서론만 반나절)
어떤 드라마인가
[기획의도]
전체 제작 분량의 2/3 이상이 일본 삿포로와 북해도 일대, 인도네시아 발리, 남태평양의 타히티, 보라보라 등 해외의 아름다운 풍경과 바닷가를 중심으로 촬영되는 2004 MBC의 야심 찬 여름 특별기획 작품입니다.
더욱이 주 5일제의 도입과 더불어 여유 있고 건강한 삶, 웰빙(well-being)에 대한 관심이 점차로 증대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한국인들에게 아직은 생소한 해외 휴양지를 배경으로 리조트 회사에서 근무하는 세 젊은이의 일과 사랑, 삶의 진정한 행복과 여유를 쫓는 과정을 통해 여가와 레저문화의 참된 의미를 돌아보려 합니다.
또한 그간 시트콤으로 유명한 김의찬, 정진영 작가의 극본 하에 여름 시즌에 걸맞은 경쾌하고 즐거운 코믹 드라마의 요소들을 가미하여 시청자들에게 웃음과 즐거움을 선사할 것입니다.
-mbc 홈페이지-
작가가 누구죠?
지금 쓰고 있는 드라마가 원래는 처음 우리가 드라마로 데뷔하려던 거였어요. 그런데 갑자기 리조트가 협찬이 되는 바람에 황태자로 바꿔간 거죠. 그래서 원래 이 드라마 주인공을 차태현 씨를 생각했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드라마 쓰는 동안 내내 황태자가 또 생각이 납니다.
-2006년 1월 23일, 황태자 패밀리 카페 김의찬 작가 글 中-
사실 김의찬 작가와 저는 요즘 시나리오 때문에 정신이 없지만 그 와중에도 계속 드라마 기획안을 회의 중이랍니다. 솔직히 그냥 알아주는 시트콤이나 할까도 생각했지만 그러기엔 우리의 오기와 자존심이 드라마란 녀석의 끈을 놓지 못하게 하네요.
-2004년 12월 1일, 황태자 패밀리 카페 정진영 작가 글 中-
이름은 어렵지. 아무렴
아무렇게나 글 쓰지 마요.
그리고 기타 등등....
실패라니요, 추억입니다.
지난 금요일에 쫑파티를 했습니다. 여전히 밝은 모습의 배우들 덕분에 기분은 괜찮았구요.
스텝들 너무 다들 친하고 분위기 좋았답니다.
우리 카메라 감독님. 대본만큼 잘 못 잡아 줬다고 사과하시는데 눈물이 핑 돌만큼 감사했구요
태현씨 아줌마들이 자기 너무 좋아한다면서 웃어줘서 너무 좋았답니다.
그리고 제 핸드폰에 있는 우리 유빈이 보면서 유리씨에게 진짜 유빈이래. 하고 이쁘다고 말해줘서 더 이뻤고요.
모두 사호로로 발리로 타히티로 힘들게 촬영해서 정이 많이 드신 것 같았어요.
요즘은 드라마나 영화나 한국 시장만 보진 않습니다. 이미 여러 나라에 팔렸구요.
일본에서 이번 겨울에 다시 방송할 거라고 하네요.
해외에서 라도 좋은 반응을 얻길 기대해봅니다. 우리 배우들을 위해서..
-2004년 9월 1일 황태자 패밀리 카페 정진영 작가 글 中-
작가로서 제일 좋았던 장면은 아무래도 타히티 건희의 물고기 프로포즈 씬입니다.
모든 것을 다 가진 황태자가 커다란 다이아반지가 아닌 커다란 물고기를 들고 먹을 것과 잘 곳만 있으면 이제 사랑하는 여자만 있으면 된다고 고백하는...
그 장면을 쓰면서 저흰 많이 울었습니다.
건희의 프러포즈에는 어떠한 미사여구도 근사한 멘트도 없습니다. 그냥 그의 진심만 있습니다.
타히티에서 그런 건희를 뒤로하고 승현의 손을 잡고 온 유빈이 예서를 만나 하는 말이 있었습니다.
예서에게 울며 예서야. 난 최건희씨 철없는 어른이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그 사람은 철없는 어른이 아니라 소년이었어.
이장면도 너무 좋아했는데 아깝게 삭제되었답니다.
어찌하였던 저흰 그 프러포즈를 가장 사랑합니다.
그 어떤 영화의 근사한 이벤트나 근사한 멘트의 프러포즈보다도 진심이 녹아있는 프러포즈였기에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저희가 썼지만 정말 그 장면을 사랑합니다.
여러분들이 세월이 많이 지나 황태자를 잊으시더라도 그 장면만은 기억해주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아직 결혼을 못하신 분들은 꼭 그런 프러포즈받아보시길....
-2004년 9월 1일 황태자 패밀리 카페 정진영 작가 글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