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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sepina Mar 24. 2021

누구나 가슴에 남모르는 드라마 하나쯤은 있잖아요?

황태자의 첫사랑이라는 드라마가 있었다.


1. 이 글은 구독자 koo 작가님 글에서 드라마 '황태자의 첫사랑'이라는 단어를 발견하고 가볍게, "저도 그거 열심히 봤어요. 저 그 작가분들하고 친했어요. 저 그 뒷얘기도 많이 알아요. 나중에 기회 되면 얘기해드릴게요. 호호호" 아는 척 허세를 부린 것에서 시작된, koo 작가님께 바치는(?) 헌정 글에 가깝습니다.
2. koo 작가님은 저에게 직접 메일을 보내셨습니다. 드라마 관련 이야기를 알려달라는 요청이나 글을 써달라는 의뢰(?)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왠지 그 순간부터 의무감이 생겼습니다. 60초만 기다리래 놓고 기다렸더니 다음 주 예고 날리는 낚시꾼이 된 기분이었습니다. 부담 갖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부담까지는 아니었는데 조금의 기대는 충족시켜드리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결국 부담을 가졌다는 말 같은데...)
3. 좀 더 정확한 사실 확인(?)을 위해 컴퓨터 파일을 뒤졌습니다. '나는 싸이월드가 완전 닫히기 전에 많은 기록을 옮겨다 두었지' 자신만만 한글파일을 다 뒤졌는데 없네요. 아무것도 없습니다. 너무 많은 자료라 다 옮기지 못했던 남은 자료 중에 그 기록들이 다 있었나 봅니다.
 3월에 싸이월드 다시 부활한다고 했는데 어떻게 된 거니?
4. 문득, 작가님들과 팬들이 소통했던 카페가 생각나서 가봅니다. 너무 오래된 카페라 인증까지 해서 겨우 들어갔네요.
 세상에, 경악합니다. 아무리 어릴 때라도 그렇지 지금의 저와 다른 제가 있습니다. 너 누구니? 불과 지난 글에 '온라인에서도 나서는 걸 싫어하는...'이라는 문구를 쓴 적이 있는데 과거의 저는 거기서 엄청 나대고 있습니다. 글이 너무 많아서 지울 엄두도 안 나고 읽어볼 엄두는 더 안 납니다.
 작가님 전용 게시판이 있고 거기엔 꽤 많은 글들이 있습니다. 심지어, 대본 전회를 다 올려주셨을 뿐 아니라, 팬들을 위해 방송에 나가지 않은 이후의 이야기도 대본으로 두 편 만들어 주셨네요. 고마우신 분들입니다.
 그럼... 시작해보겠습니다. (오늘도 서론만 반나절)



어떤 드라마인가
[기획의도]

전체 제작 분량의 2/3 이상이 일본 삿포로와 북해도 일대, 인도네시아 발리,  남태평양의 타히티, 보라보라 등 해외의 아름다운 풍경과 바닷가를 중심으로 촬영되는 2004 MBC의 야심 찬 여름 특별기획 작품입니다.  
 더욱이 주 5일제의 도입과 더불어 여유 있고 건강한 삶, 웰빙(well-being)에 대한 관심이 점차로 증대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한국인들에게 아직은 생소한 해외 휴양지를 배경으로 리조트 회사에서 근무하는 세 젊은이의 일과 사랑, 삶의 진정한 행복과 여유를 쫓는 과정을 통해  여가와 레저문화의 참된 의미를 돌아보려 합니다.  
 또한 그간 시트콤으로 유명한 김의찬, 정진영 작가의 극본 하에 여름 시즌에 걸맞은 경쾌하고 즐거운 코믹 드라마의 요소들을 가미하여  시청자들에게 웃음과 즐거움을 선사할 것입니다.

-mbc 홈페이지-

주 5일제라는 말이 기획의도에 나오다니, 정말 오래된 드라마 같다. 2005년이면 그렇게 옛날인가? 하고 헤아려보니 옛날이 맞다.(잠시 울고)

 차태현과 성유리를 주인공으로 하고 서브로 김남진, 진재영이 나오는 남 2여 2 등장인물들이 나와 지지고 볶고 좋아했다 싸우다 질투하고 철부지 재벌 2세가 진정한 사랑을 깨닫게 되어 남주와 여주가 결국 사랑의 결말로 이르는 특별할 것 없는 많이 본 구조의 로코물이다. 하늘 아래 새로운 이야기는 없고 특히 로코물은 소재의 참신함보다는 끌어가는 힘과 디테일에 있으니깐?

 첫회, 아주 높은 시청률로 시작했지만 이후 이 드라마는 여러 악재를 맞는데 kbs 후발주자로 시작한 '풀 하우스'에 일격을 당하며 침몰(?)의 길을 걷는다. 하지만 '풀 하우스'라고 뭐 내용이 별다르지 않았다. (원작이 많이 훼손ㅠ) 살다가 싸우고 또다시 들어오고 또 싸우다가 결국 사랑에 이르는 뻔한 내용이었다. 작가의 전작 '옥탑방 고양이'와 등장인물만 다르고 구조와 스토리 전개가 거의 흡사했는데 그럼에도 성공했던 이유는 미천한 내가 판단했을 때 연출과 배우의 연기력, 그리고 홍보력 차이었다고 본다.(여기서 반전은 나는 이 둘 드라마도 다 봤다. 그것도 아주 열심히)

 당시 본방을 황태자의 첫사랑(이하 황사)을 보고 다시 보기로 풀하우스를 보면 비와 송혜교에게 특별한 호감을 갖고 있지 않았는데도 내용과 상관없이 그들의 연기를 보고 있으면 편해졌다. 무슨 말인고 하니 황사의 주요 인물들의 연기는 차태현을 제외하고는 모두 아찔했다. (개인적으로 차태현은 '내 배우'3인 중 한 명) 날라리 재벌 2세로 늘 가볍고 거만하게 능글거리면서도 언뜻언뜻 순수한 소년 감성을 내보이며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를 표현했는데 개인적으로 이런 연기는 차태현이 독보적이라 생각한다. 그러니 혼자 고군분투하는 그가 나는 얼마나 안쓰러웠는지...(개인적 감정 많이 들어간 것 맞음)

 안될안이라고 단순히 대진운 때문은 아니었고 스토리 흐름이 다소 산으로 간 영향도 있다. 분명히 처음엔 나도 콩닥콩닥 가벼운 로맨스 이야기라 재미있게 보기 시작했는데 나중엔 출생의 비밀, 가족의 화합(?)이 주축이 되면서 이야기가 많이 무거워져 버렸다.(이 이유는 나중에 설명하겠다.) 기자들을 화나게 만들어 나쁜 기사만 쏟아지게 만든 영향도 컸으며(뒤에서 설명하겠다.... 뒤까지... 읽어 주실 거죠?) 2004 아테네 올림픽까지 겹치며 결국 20부작이 18부작으로 조기 종영되는 비운을 맞이한다. 이미 20회 촬영을 완료한 상태에서 편집이 들어가면서 뒤에 2회는 완성도가 떨어지고 말았는데 씬과 씬 연결이 매끄럽지 못하여 '갑자기 니가 왜 거기서 나와'를 연발하게 하는 장면이 연이어 등장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몹시 사랑했던 드라마 중 하나이다. 파일로 다 소장하고 있는 내 소중한 추억이다. 아는 사람은 적고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인, 그래서 내게 더욱 가치 있는(이상한 성격이야....) 드라마이다.

당시 성유리가 너무 이뻐서 장면장면마다 깜짝깜짝 놀라면 봤던 기억..근데.. 미모 지분만 너무 컸음..

작가가 누구죠?

 작가는 김의찬, 정진영 부부작가이다. '순풍산부인과'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  등등 시트콤을 성공시키며 이후 처음으로 도전한 드라마였다. 사실 원래 이분들의 첫 드라마는 이 작품이 아니라 다른 작품이었는데 리조트 협찬이 먼저 되면서 이것이 첫 드라마가 되었다 한다.               

지금 쓰고 있는 드라마가 원래는 처음 우리가 드라마로 데뷔하려던 거였어요. 그런데 갑자기 리조트가 협찬이 되는 바람에 황태자로 바꿔간 거죠. 그래서 원래 이 드라마 주인공을 차태현 씨를 생각했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드라마 쓰는 동안 내내 황태자가 또 생각이 납니다.

-2006년 1월 23일, 황태자 패밀리 카페 김의찬 작가 글 中-

 가수는 노래 따라가고, 배역도 자기 인연이 있다더니 드라마가 만들어지는 과정도 운명이 있나 보다.(괜히 아는 척해본다.)

 작가님들의 첫 드라마였기에 위에 말한 것과 같이 스토리의 중심축이 흔들린 영향도 있지 않을까 싶다.(친했던 작가님들이지만 객관적인 평가를 해본다.) 당시 연출하던 분도 꽤 유명했던 분인데 의견이 맞지 않았던 이유도 한몫했던 것 같다. 처음 만났을 때 내가 왜 스토리 결이 변한 거냐고 물어봤더니(나, 어린 게 왜 당돌했음?) 이런 말씀을 하셨던 기억이 있다.

 "감독님이 자꾸만 가족 간의 사랑, 형제의 우애...(차태현과 김남진은  배다른 형제였다.) 이런 걸로 가야 한다고 하셔서..."

시트콤에서 선보였던 그 톡톡 튀는 감각을 살렸다면 적어도 처음의 그 본연의 색은 유지할 수 있었을 텐데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혜교... 우리가 키웠는데....(순풍 산부인과 말하는 것) 배신 때렸엉(풀하우스)" 하시며 새침하게 입을 삐죽이던 정진영 작가님 모습이 아직 선연하다. 그래도 이미 성공한 분야를 두고 새로운 분야에 끊임없는 도전을 하는 모습은 배울 점인 건 분명하다.

사실 김의찬 작가와 저는 요즘 시나리오 때문에 정신이 없지만 그 와중에도 계속 드라마 기획안을 회의 중이랍니다. 솔직히 그냥 알아주는 시트콤이나 할까도 생각했지만  그러기엔 우리의 오기와 자존심이 드라마란 녀석의 끈을 놓지 못하게 하네요.

-2004년 12월 1일, 황태자 패밀리 카페 정진영 작가 글 中-

이름은 어렵지. 아무렴

 작가님들의 재미있는 특징(?)을 하나 꼽자면 등장인물에게 주는 이름이다. 이미 예상한 사람도 있을 것 같다. 그렇다. 순풍산부인과의 의찬이는 김의찬 작가 본인 이름이다. 황사에서 성유리의 이름은 '김유빈'이었다. 김유빈은 누굴까? 두 분의 딸 이름이다. 유모차에 누워서 낯선 나를 경계하던 유빈이 얼굴이 기억난다. (지금 고3인가.... 훌쩍) 친구, 지인, 사돈의 팔촌 이름까지 땡겨 쓰신다고 했다.

 또 한 명, 정준하가 차태현의 부하(이게 적확한 표현일 듯)로 나와서 매일같이 혼나고 또 혼이 나는데 이름이 정.굉.필이다. 어느 회였나, 재벌 2세 권력으로 성유리가 보고 싶어서 해외 나가 있던 리조트 직원을 다 한국으로 들어오게 하라고 정준하에게 명하는데 정작 성유리가 없자 차태현은 불같이 화를 내며 정준하에게 이렇게 말한다.

 "오라는 사람은 없고, 어디서 이런 순 쭉정이들만..니가 그러고도 정.말로 굉.장히 필.요한 사람이야?"

정.말로 굉.장히 필.요한 사람 정굉필. 그 이름은 어떻게 지으셨나 물어봤을 때 정진영 작가님은 이렇게 답하셨다.

 "강남역을 지나가는데 어느 병원 이름인 거야. 이름이 되게 특이하다, 써먹어야겠다 싶어서 적어놨었지. 혹시 그 의사 우리 드라마 봤으면 보다 깜짝 놀랐을걸?"

 그 의사분이 드라마를 봤는지 안 봤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로부터 몇 년 후, 버스 타고 강남역을 지나가다가 그 간판을 보고 내가 깜짝 놀랐다. 진짜였다. 정확한 이름은 '전굉필'. 이미 직진하고 있는 버스에서 고개를 뒤로 돌려 확인하고 혼자 웃었더랬다.

 정세랑 작가는 악역의 이름을 스팸 메일함을 보고 써먹는다고 하던데 이름 짓는 건 다들 쉬운 게 아닌가 보다. 잠깐 공부할 때의 예전의 나도 그랬고.

  이름의 이미지라는 건 편견이 될 수도 있지만 캐릭터에 부합하는 작명을 한다는 것도 작가의 직무 중 하나인 거라 주변 사람의 이름 하나에도 그렇게 귀를 기울여야 하는 거구나 했었다.(근데 나도 가끔 이 버릇이 남아 있는데 메모장에 특이한 이름들이 기록되어 있는 걸 발견할 때가 있다. 이름 수집가 될 건가 보다..)


아무렇게나 글 쓰지 마요.

쟁쟁한 제작진, 배우들로 구성된 데다가 해외 촬영지가 많다 보니 초반에 언론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그런데 시청률이 떨어지며 어느 순간 혹평 이라기보다는 악플에 가까운 기사들이 대거 쏟아지기 시작했는데 단순히 드라마의 허약함을 지적한다고 보기 어려운 수준의 기사였다.

 "섬이다 보니까 태풍이 온 거야. 그래서 못 들어온 사람도 많고 해서 기자발표회가 갑자기 취소됐어. 그래서 기자들이 화가 났지. 그때부터 안 좋은 기사들이 엄청 나오더라고. 그것도 일부러 풀하우스 제작발표회 날에 딱 맞춰서. 나중에 들으니까 그때 그 기자들이 담합해서 그런 기사 내보내자고 했었나 봐."

 기록이 없어서 정확한 설명은 아니지만 대충 이런 내용이었다. 한마디로 기자들한테 밉보였다는 얘기였다. 우리 중 누군가는 그래서 화가 나서 그중 명의 기자에게 항의 메일을 쓴 적 있다고 했다. 드라마를 한 번이라도 보고 기사를 냈느냐고.. 기자에게 답이 왔다고 했다. 미안하다. 사실은 본 적 없다..라고..

 지금은 바이럴 , 노이즈 마케팅이라는 명목 하에 악의적 기사, 가짜 뉴스들이 얼마나 많이 판을 치는지 익히 알고 있고 걸러서 보는 것이 어느 정도 익숙해졌지만 어린 나이에 들었던 이 이야기는 그 당시 내게 충격을 주었다.

 말과 글이 갖는 힘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들이 어떻게 그럴 수가 있을까 했는데 생각해보니 누구보다 잘 알기에 쉽게 활용(?)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내 생각을 조종당하지 않기 위해 정신 바짝 차려야겠구나 생각하게 만들었던 일.


그리고 기타 등등....


1. OST

왜 아는지 모르겠는데 나 이 노래 안다,  이 노래 많이 들어봤다 하는 노래 중에 나윤권의 '나였으면'이라는 노래가 여기에 포함되는데 이 노래가 이 드라마 삽입곡이라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리고 동일한 나윤권 앨범의 '내가 될 그날까지'도 이 드라마 삽입곡인데 드라마를 알고 보면 노래들이 드라마 내용에 이렇게 찰떡일 수가 없다. 나는 노래를 무한 반복하다가 결국 나윤권의 앨범을 구매했다 한다.(좋은 앨범인데 많이 안 알려져서 안타깝..) 때마침 작가님들 만나는 날에 교보에서 이 CD를 사서 작가님들 싸인을 받아두었던 기억과 기록이 있다.

김의찬 작가님이 처음에 나한테 존댓말을 썼었다는 걸 알게 됨.

성시경의 '그날 이후로'는 아예 이 드라마의 OST 였는데 당시 내 미니홈피의 배경음악을 오랜 시간 차지하고 있었다. 드라마가 끝난 '그날 이후로'도 지금까지 내 플레이 리스트에 자주, 오래 있곤 하는데 성시경 본인 앨범의 노래가 아니라 그런지 콘서트에서는 불러주는 걸 한 번도 못 들어서 개인적으로 매우 아쉽다.

2. 타히티

해외를 한 번도 가보지 못했던 시절이었기에 드라마에서 보여주는 휴양지의 풍광은 내게 그저 신기루 같이 느껴졌다. 기획의도에 있는 것처럼 야심 찬 여름 특별기획 작이었기에 해외 촬영지에서 미장센에 얼마나 신경을 썼으랴. 그때는 나의 본성(?)을 몰랐을 때이지만 아마 그 풍경, 장면 하나하나가 내 마음을 흔드는데 큰 역할을 했을 것이다.

이런데 어떻게 안 반해? <출처 : 타히티 공식 관광청, 나무 위키>

 조기 종영되면서 안 그래도 씬이 많이 잘려 나가서 마음 아픈데 시청자 의견 중에 작가들이 급하게 결말을 바꿨을 거라는 댓글에(김남진과 이어질 줄 알았는데 급히 차태현으로 수정했다는 주장) 정진영 작가님은 너무 속상해하셨다. 왜냐하면 이미 결말은 타히티에서 찍어 왔기 때문이다. (엔딩씬이 타히티) 아무렴. 해외 촬영인데 엔딩 바꿨다고 다시 찍으러 갔을까. 지금은 일본에서 직항이 있는 걸로 알지만 당시엔 여러 번 경유를 거쳐서 가야 하는 험난한 곳이었다. (잘 아는 이유는 타히티가 내가 택한 세 번째 신혼여행지라서 : 혼자서 신혼여행지 구상을 세 번 바꿈.....)

타히티 엔딩씬. 차태현 위주의 편파적 캡처

사실 타히티보다 발리에서 촬영이 대부분이었는데 이상하게 그때도 발리보다는 짧게 나온 타히티에 더 마음이 갔다. 멀리 갈수록, 가기 어려울수록, 사람이 적을수록,  자연이 아름답다는 진리를 본능적으로 감지했나 보다.


실패라니요, 추억입니다.
지난 금요일에 쫑파티를 했습니다. 여전히 밝은 모습의 배우들 덕분에 기분은 괜찮았구요.
스텝들 너무 다들 친하고 분위기 좋았답니다.
우리 카메라 감독님. 대본만큼 잘 못 잡아 줬다고 사과하시는데 눈물이 핑 돌만큼 감사했구요
 태현씨 아줌마들이 자기 너무 좋아한다면서 웃어줘서 너무 좋았답니다.
그리고 제 핸드폰에 있는 우리 유빈이 보면서 유리씨에게 진짜 유빈이래. 하고 이쁘다고 말해줘서 더 이뻤고요.
모두 사호로로 발리로 타히티로 힘들게 촬영해서 정이 많이 드신 것 같았어요.
 요즘은 드라마나 영화나 한국 시장만 보진 않습니다. 이미 여러 나라에 팔렸구요.
일본에서 이번 겨울에 다시 방송할 거라고 하네요.
해외에서 라도 좋은 반응을 얻길 기대해봅니다. 우리 배우들을 위해서..

-2004년 9월 1일 황태자 패밀리 카페 정진영 작가 글 中-

고생은 고생대로 했지만 여러 악조건에서 맞이한 마지막은 그리 좋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기억을 이렇게 서술해놓은 작가님들의 글을 보면서 과연 드라마의 성공과 실패를 시청률이라는 잣대 하나로 쉽게 평가해도 되는 것인가 묻게 된다. 요즘은 다양한 루트와 매체를 통해 드라마를 소비하고, 저때처럼 다음날 숫자로 환원되는 시청률 하나가 모든 걸 대표하진 않지만 여전히 더더 자극적인 소재를 요구하는 행태가 존재하는 걸 보면 시청률이 뭐길래?! 씁쓸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일본에서는 우리나라보다 반응이 좋았던 것으로 어렴풋이 기억한다.)

작가로서 제일 좋았던 장면은 아무래도 타히티 건희의 물고기 프로포즈 씬입니다.
모든 것을 다 가진 황태자가 커다란 다이아반지가 아닌 커다란 물고기를 들고 먹을 것과 잘 곳만 있으면 이제 사랑하는 여자만 있으면 된다고 고백하는...
그 장면을 쓰면서 저흰 많이 울었습니다.
건희의 프러포즈에는 어떠한 미사여구도 근사한 멘트도 없습니다. 그냥 그의 진심만 있습니다.

타히티에서 그런 건희를 뒤로하고 승현의 손을 잡고 온 유빈이 예서를 만나 하는 말이 있었습니다.
예서에게 울며 예서야. 난 최건희씨 철없는 어른이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그 사람은 철없는 어른이 아니라 소년이었어.
이장면도 너무 좋아했는데 아깝게 삭제되었답니다.
어찌하였던 저흰 그 프러포즈를 가장 사랑합니다.
그 어떤 영화의 근사한 이벤트나 근사한 멘트의 프러포즈보다도 진심이 녹아있는 프러포즈였기에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저희가 썼지만 정말 그 장면을 사랑합니다.
여러분들이 세월이 많이 지나 황태자를 잊으시더라도 그 장면만은 기억해주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아직 결혼을 못하신 분들은 꼭 그런 프러포즈받아보시길....

-2004년 9월 1일 황태자 패밀리 카페 정진영 작가 글中-

 말과 마찬가지로 글도 내 의도와 다르게 상대가 해석할 때가 있다. 나쁘게 해석하면 분란이 생기지만 내가 전혀 생각지 못한 좋은 방향으로 확장해서 꿈보다 해몽으로 풀이해주시는 분들의 댓글을 보면 막 감개무량하고 기쁘고 즐겁다. 잘은 모르겠지만 아마 그게 작가의 특권이자 기쁨이지 않을까 싶다.

  정진영 작가님이 재미는 있지만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는 일이라고 하시기에 그러면 스트레스 49: 재미 51이냐고 물었더니 아니라고 하셨다.

 "아니. 딱 50대 50. 아마 스트레스가 51이 되는 날이 오면, 못 하게 되겠지. 근데 재밌긴 해. 계속 새로운 걸 만들어내야 하잖아? 보통의 직업은 같은 일을 계속하게 되면 경력이 쌓이고, 수월해지고 익숙해지잖아. 근데 우리는 아니거든. 다시 또 새로운 거, 했던 거랑 다른 거, 기존에 했던 건 싹 잊고 새로 해야 해. 그러니 할수록 더 힘들어지지. 근데.. 아직은 재밌다?"

 그 재미가 아마 저런 포인트였던 것 같다.

나는 잊어도 누군가는 내 이야기를 기억해주는 것.

이야기는 잊어도 드라마의 어떤 장면이 누군가의 마음속에 깊이 남게 되는 것.

 수없이 봤던 드라마임에도 나는 저 장면은 본방 이후로 단 한 번도 보지 못하고 계속 스킵하고 넘겼다. 마음이 아파서 도저히 볼 수가 없다. 그 슬픔 역시 쓴 사람의 진심과 마음이 오롯이 담겨 있었기 때문에 진하게 전달될 수 있었을 것이다.(물론 전달자인 배우 역할도!)

거절 당할 것을 감수하고 용기 낸 프러포즈..결국 나중에 눈물씬...어흑..난 안 볼란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낮은 시청률과 여론의 악플에 고전했던 드라마였더라도 실패작이라는 말 자체는 성립될 수 없다고 본다. 분명히 누군가는 기뻐했고, 행복해했고, 가슴 한 켠에 그 기억을 남겨 두었을 테니까. 그리하여 나처럼 이렇게 16년 전 기억을 소환해 다시금 기록하는 사람도 존재하는 거고. (그리고 사람들이 많이 안 봐서 잘 몰라서 그러는데 꽤 재밌었다. 내 주변에는 보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내 주변 사람들 빼고는 다 풀하우스 봤나 보다..)

 작가는 그 힘을 자양분으로 쓰고 또 쓰는 사람들이니까(아마도.. 그럴걸..?) 그래서 당시 작가님들은 당신들의 첫 드라마를 사랑했던 팬들에게 더욱 애정을 쏟아주셨던 것 같다. 새삼 뭉클하고 감사하고 그때가 그리워진다.


*덧붙이기

1. koo 작가님께 기억을 살리기 위해 드라마를 다시 한번 보겠다고 했는데, 그 말을 하자마자 개인적으로 너무 바빠졌습니다. 네네. 시간이 없다는 말은 진부한 핑계란 걸 압니다. 알지만.. 진짜 바빴음ㅠㅠ 드라마 다시 보기는 고사하고 이 글 쓰는데 3주 걸렸습니다. 하루에 20분, 30분씩 쪼개서 쓴 조각 글입니다.

 쓰고 싶을 때 아무 때나 쓰는 곳이지만 한 분이라도 기다리는 분이 있는 상황에서는 최대한 빨리 올려드리고 싶었는데(마감의 중요성!) 글이 많이 늦어져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호옥시 글을 기다렸던 다른 분이 계시다면 그분께도 게으름에 대한 반성문을 올립니다.(다른 분.. 있.. 있어야 할 텐데.....)

2. 현재 두 분 작가님과는 연락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교육원 다닐 때까지만 해도(10년 전) 김의찬 작가님은 제게 여러 가지 가르침과 충고를 해주셨는데("남의 말 듣지 마! 내 말도 걸러들어!"  "누가 니 글에 대해서 뭐라고 하면 당신이 뭘 알아?라고 받아치고 싸울 수 있어야 해"라는 어마 무시한 조언...) 아마 작가님이 번호를 바꾸시면서 저에게 안 알려주신 걸로 추정..ㅠㅠ... 혹시 아는 분 있다면 연결 좀 해주세요... 쓰다 보니 두 분이 많이 그리워지네요. 그래야  또 이 글에 대한 완전한 저작권 동의도 얻을 수 있.....?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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