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어찌 겨우 출발한 출국 첫째 날. 프롤로그
두바이&아부다비는 최근 눈에 들어온 여행지였다. 이제까지 간 유럽, 아시아와는 조금 다른 느낌의, 신생 핫 플레이스. (사실 왜 '두바이를 갔냐'는 동료 직원의 물음에, "웬만한 데는 다 가서요.."라고 답하긴 했다.)
하지만 가기 전 정보는 TV에서 보여주는 단편적인 지식에 불과했고 그저 막연히 '이슬람 국가'라는 이미지에 대한 두려움도 있던지라 엄마와 함께 가니 마음 편하게 패키지로 결정했었다.
가기 전이 쉬우면 그건 내 여행이 아니지.
50도가 넘는 한여름, 높은 습도, 먼지바람을 피하려면 한국으로 봄, 가을 날씨로 적기인 11-4월이어야 했다.
그리고 나는 여러 가지 상황을 아주 면밀히 고려해 11월 말로 여행 일정을 정한다. 하지만 그 휴가 기안은 반려당했고 결과적으로 아주아주 너무너무 무지막지하게 바쁜 12월 연말이 아니면 못 가는 상황이 되었다.(할말하않) 바쁘기만 하랴. 12월 연말은 극 성수기이다. 원래 가려던 11월 보다 많은 돈을 내야 했다. 일만 바쁘랴. 12월은 덕질로러서도 성수기이다. 최애들의 공연이 집중 몰려 있는 시기이다. (12월에 나는 공연을 6번 참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강행했다. 내가 원하는 때에 휴가를 낼 수 없었다. 지금이 아니면 갈 수 없었다. 분하고 억울했지만 그랬기에 더더욱 가야만 했다. 12월 말에 환율은 고공행진을 했고 유류할증료와 환율 인상분으로 추가요금에 또 추가요금을 냈다.
바쁠 거라 예상했지만 훨씬 더 바빴다. 계속 야근을 해야 했고, 집에 와서도 일을 해야 했다. 그 와중에 잠깐의 정전으로 집의 컴퓨터가 망가졌고, 집에서 일을 할 수 없는 악재가 이어져 또 그 와중에 수리를 해야 했고, 마지막 출근하는 날에도 새 일은 쏟아졌다.
공연은 최애가 하는데 매주 주말마다 공연장으로 달려가느라 쉴 틈이 없었고, 일본에서 오는 팬의 생일이 겹쳐 생일 파티도 준비해야 했다. 공연 일정 때문에 여행 일정을 번복하며 예약과 취소를 반복해야 했다.
출국 전날까지 공연장에 갔다가 밤 10시가 넘어 귀가했고, 다음날 아침 출근 시간보다 더 빠른 기상으로 공항에 도착해야 했다.
이 살인적인 스케줄에 감기 안 걸리고 아프지 않은 게 신기했고(결국 돌아와서 아팠다. 그래도 다행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험난한 일정을 다 해내는 내가 기특하기까지 했다.
그래, 뭐. 출국 전에 무난했던 기억이 별로 없다. 하나를 얻기 위해 많은 걸 감내해야만 했던 내 인생이 늘 그러했던 것처럼.
이제까지 여행지와는 달라. 아무튼 달라.
10시간이 넘는 비행 끝 두바이 공항에 도착했다. 틈틈이(저 와중에 틈틈이 여행 준비까지 했으니) 알아본 아랍에미레이트는 막연히 내가 가지고 있는 국가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곳이었다.
이슬람 국가 중 가장 개방적인 나라. 우리나라와 견줄 만큼 치안이 좋은 곳. 특정 모스크 외에는 복장 규제도 전혀 없으며 외국인에게 몹시 친절한 사람들.
여행 준비를 하면서 어? 이런 곳이면 자유여행도 충분히 하겠는데? 생각했는데 진짜였다. 엄마도,
"여기 자유로 다녀도 되겠다"라고 했으니까.
호텔이고 쇼핑몰이고 대대대대형 트리와 장식이 어디 가나 중앙에 떡 하니 자리 잡고 있어
"여기 이슬람 국가 맞아?" 매번 되물었고,
치안이 좋아 가방을 저~쪽에 아무렇게나 내려놓고 사진을 찍었으며
화장실을 찾아 두리번거리고 있으면 동시에 두 사람씩 달려들어,
"화장실 찾아? 저기야! 저기!" 알려주는 친절함에 몸 둘 바를 몰랐으니까.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주 치명적인 단점이 하나 있는데 물가가 너무너무 비싸다는 것.
두께감이 있는, 맛있는 두바이 초콜릿은 많이 못 산다. 진짜 친한 사람들 것만 몇 개 사 올 수 있다.
초콜릿 하나가 내 하루 점심값 3배였다는 것은 여기에만 비밀(?)로 밝혀둔다.
아무튼, 그래서 도착했다. 이제 시작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