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면 목표 달성 200%. 셋째 날.
셋째 날.
우리에겐 하이라이트(?) 이자 나에겐 꽤 긴장되는 일정이 있는 하루이다. 반나절 이상을 엄마와 둘이 택시 타고 돌아다니고 그 크다는 두바이 몰을 헤집고 다녀야 하기 때문. 사진을 가장 많이 찍는 날이기 때문에 특별 엄선(?)한 원피스를 입었더니 아침부터 일행 아주머니들이 한 마디씩 얹어 주신다. 엄마와 패키지를 자주 다니다 보면 주로 듣는 말들 중 하나. 근데 사실 저는 옷은 전혀 사지 않고 사진도 여행 올 때만 찍는 그런 사람 이랍니다. 그래서 여행지 사진 옷은 늘 돌려 막기.
(소곤소곤) 안 올라가서 비교는 못 하지만 안 올라가길 잘한 것 같아요.
원래는 다음날 일정에 있었던 두바이 프레임 전망대. 연말이라 전망대도 줄이 너무 길다며 가이드가 센스 있게 오늘 아침 이른 시간으로 변경했다. 엄마와 나는 선택하지 않았던 투어였다. 전망대 옵션이 무려 3개나 있는데 가장 '안 가도 그만인' 전망대였기 때문에. 그래서 돌아다니며 외관 사진을 열심히 찍었다. 오히려 전망대 다녀오면 외관 사진을 찍을 시간이 없을 것 같았다.
2018년에 공식 개장한 새로운 랜드마크인데 액자 모양으로 된 50층 높이다. 한쪽에서는 부르즈 칼리파를, 한쪽에서는 두바이 구시가지를 조망할 수 있다고 한다.
우리는 슬금슬금 걸어서 길 건너 육교까지 건너와서 사진을 찍었다. 육교를 건너오니 현지인들이 이용할법한 마트가 이른 시간에도 오픈되어 있어 들어갔다가 엄마의 티셔츠와 실내화를 샀다. 야무지게 화장실도 이용했다. 두바이 물가치고 저렴해서(6천 원) 샀는데 가끔 엄마와 해외에서 쇼핑할 때면 엄마의 쇼핑 취향이란 게 뭘까 궁극적으로 궁금해지는 순간이 꽤 있다.
살 건 없지만 남들 가는 곳은 다 가봐야지
수상택시라는 아브라를 타고 이동을 한다. 전통문화 체험할 수 있는 두바이크릭으로 정부에서 운영하고 있는데 1~2 디르함(400-800원)으로 이 나라 물가에서 아주 저렴하다. 탑승시간은 5분 남짓인데 관광객들은 모두 이걸 타고 시장으로 이동하는 똑같은 경로인 듯했다.
그렇게 해서 도착하게 되는 곳은 금시장이라고 불리는 골드수크+향신료 시장으로 불리는 스파이 수크이다.
금시장은 두바이에서 가장 오래된 전통 시장인데 1930년대 조성되었다가 1970년대 이후에는 고유가에 따른 경제 성장과 함께 확장되어 지금의 금시장으로 형성되었다. 우리나라와 달리 22K 금이 가장 많은데 살 생각은 없었기 때문에 구경만 했다. 생각보다 꽤 많은 사람들이 상점 안을 채우고 있었다. 세계에서 가장 커서 기네스북에 올라 있다는 64kg 금반지 사진 한 장만 남겨봤다.
바로 옆에는 향신료 시장이 있는데 여기도 160년 이상 된 역사를 지닌 전통 시장이다. 향신료는 더더욱 관심이 없어서 보지 않았지만 샤프란이나 향수를 사는 사람들은 좀 있는 듯했다.
오래 둘러보진 않았지만 시장을 가니 이제까지 다녔던 여행지와는 확 다른, 아... 이 느낌이 중동이구나...라는 생각이 들긴 했다.
영어 못하고 길 못 찾아도 여태껏 잘 돌아다녔으니까요.
점심을 먹고 공식적인 일정은 끝났다. 이제 호텔에 다시 들렀다가 사막 투어를 하는 사람들은 다시 집합해서 사막으로 가고 엄마와 나는 자유 시간을 갖는다.
두바이 몰에 가서 관광+쇼핑+분수쇼를 보는 것이 오늘 오후 일정인데 여러 가지로 긴장했던 이유는 택시 잡기와 타기. 축구장 50개 규모의 두바이몰을 헤치고 다니기. 분수쇼 명당 저녁 식당이 잘 예약되어 있는지 등등 살필 거리가 많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택시 탈 일이 아예 없어 카카오 택시 앱조차 없는데 동남아에서 쓰는 볼트, 그랩 외에 여기는 또 카림이나 우버를 쓴단다. 아휴. 또 두 개 앱을 다 깔고 카드까지 다 등록해 왔다.(내 폰엔 도대체 해외 택시 앱이 몇 개가 있는가...) 두바이 몰에서 택시 타는 방법은 알아왔지만 난이도가 꽤 높아(일반 택시와 앱 택시 타는 곳 다름, 일반택시는 긴 줄, 앱 택시는 여러 번 거절당하기) 가이드에게 확인받고자 몇 가지 물으려 했더니 나를 자리에 앉히고는 두바이몰 말고 바로 옆 호텔에서 잡는 방법을 알려주며 메모까지 해주었다.(아주아주 큰 도움이 된 팁이었다.)
"따님은 영어를 하실 수 있을 테니까..."
"(다급하게) 아... 아니요! 못하는데요"
"그래도 하우머치는 할 수 있을 거잖아요."
"네? 아.. 네.."
하우머치 만으로는 대화가 불가능한데 생각해 보니 하우머치 수준만으로 여태껏 여행하며 돌아다녔긴 했네요. 그 수준을 가지고 앱으로 택시를 불러 드디어 두바이 몰에 도착했다.
가이드가 알려준 곳으로 도착지점을 했더니 그곳에서 부르즈 칼리파와 두바이몰이 보였고 낮의 분수쇼도 시작되고 있었다.
가이드에게 예약된 식당 이름을 알려주었더니 6번 게이트로 들어가면 된다고 했는데 사람이 많아서 그런지 게이트도 눈에 잘 안 들어오고 어찌어찌 내가 가져온 정보들로 더듬더듬 물어 식당에 찾아가서 예약이 잘 되어 있는지 확인하고 싶다고 했더니 잘 예약되어 있다고 했다. 오. 고마워. 이따 올게. 하고 안심하고 이제 두바이몰을 돌기로 한다.(하우머치 수준으로 계속 이어가는 영어)
너무 커 길 찾기가 어려운 두바이 몰이라 별도 앱을 깔고 길을 찾아가라고 해서 두바이몰 앱도 깔아와서 내비게이션을 켰는데 아차차. 나는 방향치이지. 얘가 안내하는 길을 못 찾겠다. 그래서 그냥 그때부터는 앱에서 목적지를 찍고 근처에 있는 직원에게 보여주며 물어보는 방법을 택했다. 훨씬 빨랐다. 가이드말대로 어디에든 직원이 항상 서 있었다.
유명하다던 휴먼 워터폴과 아쿠아리움을 찾아간다.
인공폭포인 워터폴은 석유 붐이 일어나기 전 물속에서 진주를 채취하던 사람들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는데 그 인공폭포가 24미터.
세계에서 가장 크다던 아쿠아리움은 유료 입장권 구매 없이 몰 내부 벽면 일부에 개방해 놓은 것만 봐도 충분히 크다. 뭐가 이렇게 다 큰가 모르겠다.
지하에 마트를 찾아간다. 자유시간이 없을 거라고 생각해서 우리만의 시간에 쇼핑까지 하려고 했는데 다음날 까르푸 마트 쇼핑 시간을 준다고 했다. 두바이 몰에 있는 웨이트로즈라는 마트는 백화점 마트 같은 곳이라 비싼데 오늘 사지 말고 내일 살까 하다가 혹시 몰라서 있는 물건들은 그냥 필수 개수는 다 사버렸다. 다행이었다. 다음날 까르푸에 없는 물건도 있었으니.
저녁 예약 시간까지 시간이 남아 화장실 앞 의자에서(내가 생각할 때 두바이몰 최대 단점은 휴식할 수 있는 의자가 없는 것이었다. 앉아 있지 말고 쇼핑하라는 뜻인지) 쇼핑 영수증 정산과 혹시 몰라 2안, 3안으로 예약해 두었던 식당을 다 취소했다.(J는 대안에 대대 안까지 있어야 마음이 편안합니다.)
어쩔 수 없어요. 여행지에서는 돈 쓴 만큼 행복해집디다.
저녁 첫 타임 6시 분수쇼는 지상에서 잘 보이지 않아 보는 둥 마는 둥 하고 6시 반 예약해 둔 써드 애비뉴 식당으로 다시 찾아왔다.
이번 여행에서 날 가장 힘들게 했던 부분이었다.
두바이 분수쇼는 지상 어디든 서서 볼 수 있지만 명당이라 불리는 곳은 미리 자리 잡아야 하고 사람에 치인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전체 풍경을 조망할 수 없다.
돈도 없으면서 해외에서는 늘 돈으로 시간을 사고, 경험을 사는 나는 이번에도 블로거들의 도움에 힘입어 분수쇼 명당이라는 식당을 예약하려고 했다. 한 달 전부터 예약을 시도했는데 쉽지 않았다. 극 연말이라 유명 식당은 예약을 아예 막아놓고 와서 대기하라고 했고, 어떤 곳은 분수쇼는 보이지만 레이저쇼는 안 보이는 자리, 어떤 곳은 기둥에 가리는 자리를 받으면 낭패... 등등등 후보지가 10군데가 넘어갔지만 계속 예약을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난 하나에 꽂히면 아주 집요한 사람인데 그러다 발견한 곳이 이 식당이었다. 한층 더 위에 위치한 식당이 유명한 것에 비해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았다고 했다. 공홈에서 예약을 시도했지만 역시나 연말이라 그런지 내가 원하는 시간대에 예약이 막혀 있었다. 혹시 몰라 문의를 넣었다.
'28일 6시 반 예약 막혀있네. 예약 마감 된 거야? 안 받는 거야? 나 2명인데 그때 창가 자리 앉고 싶은데.'라고만 했는데
갑자기 예약이 됐다고 메일이 왔다. 오잉?
'예약된 거 맞아?'라고 되물었는데 답이 없다. 이런 츤데레를 봤나. 그래서 불안해 2,3안 식당까지 예약을 해둔 것이었고 도착하자마자 식당부터 찾아가 예약을 확인했던 것이었던 것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해서 안내받은 자리. 미쳤다. 아주.
90분간 머무를 수 있어서 4타임의 분수쇼를 아주 황홀하게, 편안하게, 즐겁고 행복하게 관람할 수 있었다.
다음날 공식 일정으로 다시 와서 지상에서 분수쇼를 봤는데 사람들에 가려 아예 보이지가 않더라. 안타까웠다. 저분들은 저렇게 본 분수쇼를 두바이 분수쇼 전체로 기억하고 가실 것 같아서. 그리고 분수쇼와 레이저 쇼는 뒤로 갈수록 화려해진다고 했다. (놀리는 거 아님) 돈 써야 할 때는 돈을 써야 한다. 우리는 다음날은 사람에 가려져서 아예 보기를 포기했다. 이렇게 될 것 같아서 사막 투어를 포기하고 분수쇼를 택했던 거였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사막투어 가신 많은 분들은 별로였다고 하셨다. 우리한테 안 가길 잘했다고 한 분들도 있었다. 사막투어가 엄마와 나의 취향이 아니어서 안 간 것도 있지만 분수쇼를 제대로 보고 싶은 이유도 있었기 때문인데 아주아주 탁월한 선택이었다. 주변 사람들에게
"혹시 두바이 분수쇼 볼 거면 무조건 돈 내고 식당에서 봐! 알았어?!"라고 협박하고 있다.(가겠다고 한 사람도 없는데 먼저 말함. 수요 없는 강제 조언공급)
두바이몰에 있는 이런 분수쇼 식당은 맛은 없고 가격만 비싸다고 하는데(보통 이런 류의 뷰 값 식당은 내 경험상 대체로 이러했다.) 2인 20만 원 이상은 잡아야 한다고 했지만 이 식당은 생각보다 저렴하기까지 했다. 16만 원 정도 밖(?)에 안 나왔으니까. 하하하!! (서울에서는 뷔페도 잘 안 가는 자린고비의 발언)
가이드가 알려준 곳으로 가서 다시 택시를 잡고 무탈히 숙소로 돌아와 잘 돌아왔다는 말과 함께 사진을 가이드에게 전송하며 하루를 마무리했다.(가이드에겐 매일 보는 아무런 감흥도 없는 사진일 테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