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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sepina Jul 10. 2019

패키지를 자유 여행처럼(크로아티아+슬로베니아)

말 많은 프롤로그

인사말(?) 빼고 첫 글이  결국 여행기 시작이라니. 운명은 피할 수 없는 건가......라는 거창한 생각마저 든다.

여행 블로그를 해보라는 얘기를 수 차례, 아주 오래전부터 들어왔건만 그동안 매번 고사(?) 했던 건 여러 가지 이유(핑계)가 있지만 그중 하나는 바로 중간지점(!)에서 시작하기엔 너무 불공평해서 내가 참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너무 예전 글이라 찾을 순 없는데 나와 성격이 매우 유사한(그럴 거라는 내 추측 및 판단) 김동률 홈페이지에서 그런 글을 본 적 있다. 마그넷을 이제와 모을 수 없는 이유였던가. 그러려면 첫 여행지에서부터 시작했어야 하는데 이미 많은 여행지를 지나왔고 지금부터 시작하자니 너무 억울하고 불공평하다는 거다. 저게 무슨 논리야?라고 할 법도 하지만 난 혼자 대공감 했더랬지. 내가 이제와 여행 블로그를 시작 못했던 이유도 별반 다르지 않은 이상한 고집 때문이었다. 이제까지 내가 간 여행지가 얼마나 많은데. 그 앞 내용은 다 날리고? 지금부터? 내 성격상 해야 한다면 여기저기 산발적으로 남겨둔 기록을 다 들춰내 십수 년 전 첫 여행부터 시작해야 직성이 풀릴텐데.. 근데 그걸 어떻게 해? 그러면 난 또 스트레스받을 텐데? 근데 시작하면 해야 할 건데? 와 같은 걱정 뫼비우스(첫 글 '시작에 대한 두려움'과 일맥상통)
그런데 내 기억에 김동률도 결국엔 지금부터라도 시작하자는 긍정적 결론을 냈던 거 같다.
그래. 그렇다면 나는 블로그를 만들어 주겠다고까지 했던 지인이 있었던 2014년도부터라도 시작을 했어야 했다.(심지어 그 해에 해외를 6번 나갔어..) 그랬다면 최소 2014년부터의 여행 기록과 기억이 반듯하게 정리되어 있었겠지.
  그런데 어쩌랴. 그때 난 아무것도 하지 않았고 지금은 2019년인걸.
  그러면 어쩌랴. 2019년부터라도 남겨보지 뭐.
2029년에(그때 나 살아 있는 거지..?) "2019년에라도 시작했어야 했어!"라고 후회하지 않으려면.
그리고 본격 기록은 2019년부터라도 지난 여행의 기억은 남아 있으니 그 기억을 건드리는 일이 생기면 기억을 추억으로 바꾸는 작업을 새로 다시 해보는 거지.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다를 테니까. 지나간 여행지를 지금의 내가 바라보며 써보는 것도 색다를 것 같다.(재밌을 거 같기도 해? 약간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ㅋㅋ)


작년 초부터 가려고 했지만 쉽사리 연이 닿지 않았던 발칸반도.

곡절 많았던 그곳이 곡절 많게 브런치의 시작이 되어준다. 이야기 쓰게 해 주려고 그런 건가 아전인수식의 해석도 해본다. 어쨌든 다녀오면 당분간 매일 한 꼭 지정도의 쓸거리는 생기겠지. 아직은 어려운 '매일 쓰기'의 작업을 그렇게 서서히, 자연스레 해보려 한다.

 일 년에 여러 번 가는 여행이고 그렇게 가고도 매번 설레고 즐겁지만 지금 내가 이 여행에서 기대하는 바는 조금 다르다.

갔다 온다고 내가 달라지는 것도, 상황이 변하는 것도 아니지만 이번 여행에서만큼은 반드시 얻고 와야 하는 게 있다.


'무엇이 되어야지'가 아닌 '어떻게 살아야지'의 그 "어떻게"

이번이 정말 마지막 기회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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