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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sepina Dec 15. 2019

새벽을 두드리는 소리

드르륵드르륵 브런치 알람

"사람들이 월드컵 때마다 저한테 축구 좋아하는 거 아니냐고 하는 거예요. 어? 아닌데? 근데... 제가 그랬더라구요. 왜 그랬나 생각해봤더니 주말에 밖에서 놀다 새벽에 집에 돌아와서 티비를 켜면 월드컵을 하는데 그게 반가운 거죠. 원래 그 시간엔 다들 자잖아요. 나는 그 시간에 연락할 데도 없고 연락 오는 사람도 없는데 월드컵 경기를 하고 있으면 아... 지금 이 경기를 보는 사람들이 많겠지? 나 말고도 깨어있는 사람들이 많겠지? 그럼 뭔가 안심되고 덜 외로운 느낌이 들었던 것 같아요."-

-2018년 6월 교육원 연수반 선생님과 나누었던 대화中-

 드르륵드르륵 진동이 길게 두 번 울린다. 보지 않아도 이젠 안다. 이 알람은 브런치 알람이라는 것을.

 누군가 내 글에 흔적을 남겼거나 내가 구독하는 작가의 글이 발행되었다는 뜻이다. 

 새벽 2시가 넘은 시간. 그렇다. 누군가가 깨어있다. 주말 새벽이니 특별히 늦은 시간이라고는 할 수 없다.


 겨울이 온걸 귀신같이 먼저 알아채는 건 내 몸이다. 일조량 부족에 따른 우울함이 증폭되면서(꼭 일조량 때문이라고는 할 수없지만 과학적인 근거를 먼저 대본다.) 여지없이 수면의 질이 낮아졌다. 얕은 수면과 다시 쫓기기 시작한 꿈. 수면시간은 같은데 기상은 한층 더 곤혹스러워졌다.(전형적 올빼미형) 취침시간을 좀 더 당기고 싶은데 의지와 반대로 잠드는 시간은 점점 뒤로 미뤄진다. 불을 끄고 잠들기 위해 누웠을 때 머리맡에 놓아둔 휴대폰에서 알림이 울릴 때가 있다. 나도 늦게 자는데 이 분도 늦게 주무시네. 혹시 불면증 있으신가? 굳이 한발 더 간 생각을 할 때도 있다.


드르륵드르륵 그 두 번의 진동은 내 글에 대한 알람이었다. 누군가 라이킷을 하고 정성스러운 댓글도 남겨주셨다. 이 시간에 내 글을 봐주시는 분이라니! 이 시간에 날 찾는(?) 사람이라니!! 나도 그분의 글을 찾아 읽고 댓글에 다시 댓글을 쓴다.

 "뭐해? 너? 일기 써?"

 옆에 있던 친구가 묻는다.

 그렇다. 나는 그 시간에 밖에 있었다. 그것도 음주가무만이 공간을 채우는 시끄러운 술집. 

음주, 가무 둘 다 나에겐 맞지 않는 키워드지만 한 번씩 그런 분위기에 휩쓸려 기분 전환하는 것이 일탈 같아 즐겁기도 했다. 나도 보통 사람인척 할 수 있어서.(그 누구보다 즐거워 보인다고 하더라. 그렇지. 얼굴이 받쳐줬으면 난 연기를 했어야 했나 봐. 아니다.. 이목이 집중되는 걸 못 견디니까 성격 때문에도 못했겠다.. 자아분열 중) 

 하지만 다 때가 있는 거라고 내가 아닌 척하는 그 잠깐의 휘황찬란한 번화가의 시간도 즐거움을 주지 못한 지 오래되었다. 집에만 있으면 화석이 될까 싶어 의무방어전으로 외출하는 것일 뿐.

 다 아는 사실이지만 북적이는 사람 많은 곳에 간다고, 또는 연락처의 번호가 몇백 개나 된다고 인간으로 태어난 숙명적 외로움이 해결되진 않는다. 조금 낫다고 자신을 속이거나 위로하는 방법 중에 하나일 뿐이다.

 그 시끄러운 곳에서 나는 그분의 글을 읽고 그분은 내 글을 읽고 실시간으로 댓글을 확인하며 서로 구독을 눌렀다. 

 '아... 그래도 완전한 혼자는 아니구나'

 지난밤 날 구제한 것은 노래도, 술도, 공들인 풀 메이크업도 아닌 희미하지만 내 삶이 세상과 어떻게든 연결되어 있다는 확인이었다.


 지난주에 쓴 '모두 다 해피엔딩. 나만 빼고' 글을 쓸 때 발행을 해도 되나 많이 망설였다. 이렇게 음울과 부정으로 가득 채운  배설 글을 다른 사람들이 보게 해도 되는 걸까. 괜히 우울의 기운만 전파(!)하는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니까 우울하지! 사람들이 막 혼내키면(?!) 어쩌지.  걱정이 많았다.(걱정도 팔자가 인생 모토인 삶)

 놀라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응원과 격려의 말을 건네주었다. 그것도 아주 길고 정성스러운 댓글들로.

 상황에 매몰되지 않겠노라 애썼지만 내 일이다 보니 객관성을 잃고 재앙화 사고에 빠져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거기 아니야. 한 발자국 물러서서 제대로 다시 봐. 많은 사람들이 나를 구덩이에서 꺼내 주려 따뜻한 마음을 전달하고 있었다. 내가 뭐라고.(강식당2 강호동 눈물 버전으로 읽기)

 쉽지는 않겠지만 나도 조금은 더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다. 드르륵드르륵 알람 속에 아직은 완전히 혼자가 아니라고 안심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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