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오해할 뻔했지 뭐야.

2011년 방콕 파타야

by yosepina

세상이 이렇게 변할 줄(?) 모르고 2019년 12월에 작성해두었던 여행기를 풉니다.(?)

계속 가지고 있는 게 뭔가 숙제 안 하는 기분이 들고..

세상이 더 변하면(?) 이마저도 발행을 못할 것 같은 두려움도 있고...(응?)

(흥! 이제 여행기 미리 안 써..... 여행기 쓰겠다고 브런치 신청했는데.... 크윽)

sticker sticker
(....)
기후적인 영향으로 단명 국가 이기도 하단다.
하지만 국민의 행복지수는 높은 편이고 사람들이 서두르지 않아서 시계를 보지도 않으며 도로에서 클랙션을 누르지도 않는다.
(....)
느긋느긋 여유 있는 건 좋은데 너무 느긋해서 한국사람들은 속 터져 죽는다.
출입국 심사하는데도 자기 할 일 다 하고, 휴대폰 다 들여다보고 정말 돌아버리는 줄 알았다.
(....)
곳곳에서 수시로 빈부격차가 정말 심하구나를 느꼈는데 특히 관광지를 갈 때마다... 모든 관광지가 다 사유재산이고, 사기업으로 운영하고 있었다. 출국 21일에 한국사람만 4천 명 들어오고 귀국 25일에 한국사람이 8천 명 들어왔다는데 한국 사람만 계산해도 하루 수입이 어마어마하다.
근데 그 모든 재산이 개인 소유가 된다고 하니 빈부격차가 심할 수밖에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세금도 별로 안 낸단다. 그 어마어마한 관광수입을 국가에서 관리하고 그 수입으로 다시 관광사업을 발전시키면 나라가 굉장히 빠른 속도로 성장할 것 같았는데 바로 그게 안된다는 점이 빈부격차가 가속화되고 성장 속도가 느려질 수밖에 없는 게 아닐까 싶었다.
동남아치고 그래도 잘 사는 편인 나라고 한때는 우리나라보다 잘 살았다고 하는데 그 부분을 개혁하지 못하면 절대 지금 보다 잘 살기는 어렵겠구나 싶었다..........
라고 말하니까 김희정이 남의 나라 걱정 그만하래...

-2011년 여름의 기록-



몰랐으니 당했네?

패키지 혐오자(극단적 발언 죄송)인 내가 따지고 보니 패키지여행을 꽤 많이 갔음을 알게 되었다. 2010년 싱가포르 자유여행에서 기세가 등등해졌던 나는 2011년 여행 때 그 상승세가 다소 꺾이게 되는데(!) 이유는 다시 패키지여행을 갔기 때문이고 패키지여행을 선택한 이유는 급해서였다.(지금 같으면 급해도 자유로 갔을 테지만)
퇴사를 하고 퇴직금과 실업급여로 흥청망청 살다가 이때 아니면 언제 가겠나 싶어 여행을 가기 위해 파트너를 물색했지만 시간이 가능한 자가 없었다. 그러다가 방학이라 시간이 나는 교사 친구를 겨우 꼬드겨 급하게 여행을 가기로 결정한다. 시간이 얼마 없었고 마음이 급해진 나는 날씨와 나라, 도시 등은 크게 고려하지 않은 채 여행사 홈페이지에 있는 상품중 몇 개를 골라 방콕 파타야 상품을 택한다.(다시 여행 하수로 돌아온 이 선택지를 보라)

부끄러운 얘기인데 태국이란 나라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었다. 동남아는 다 비슷비슷한 줄 알았고 필리핀과 비슷할 거란 막연한 생각과 시간의 촉박함에 패키지를 선택했다. 엄청난 오판이었다. 방콕은 치안과 교통이 아주 잘 되어 있는(나는 지하철도 당연히 없는 줄 알았다.) 자유여행의 성지인 곳이었다.(물론 이때는 몰랐다.)


이게 유명한 거라고??

방콕 파타야 일정인데 파타야가 주였던 일정이었던 것 같다. 첫날은 방콕에 오후에 도착해서 저녁때까지 자유 일정이었는데 패키지 특성상 숙소가 외곽에 있으니 뭘 할 수도 없었다. 지나가다 보았던 시장에 들러 과일과 맥주를 사 와 조촐한 야식을 먹은 게 그나마 소소한 행복이었을까.

이제는 우기철은 피해 가서 망고스틴이 늘 비쌀 때 밖에 못 먹지만 멋모르고 선택한 우기 시즌이라 망고스틴은 잔뜩 먹었던 게 그나마의 좋은 기억..?

다음날엔 버스를 타고 길고 긴 시간을 달려 파타야에 도착했는데.. 이후 다음날까지의 일정은 지금 보면 화가 날 뿐이다.

아니, 도대체 이런데 왜 데려 오는 거지?

호랑이쇼, 악어 쇼

무에타이, 환락가

호랑이쇼랑 악어 쇼는 무슨 재미로 보는 건지(돼지 쇼도 있었다.) 평소에도 복싱, 격투기 같은 운동은 잠깐 보는 것도 불쾌해서 싫어하는데 왜 돈을 내고 내가 무에타이를 보고 앉았는지, 야시장이라고 생각해 기대했던 파타야 환락가는 야시장이 아니고 진짜 그냥 환락가였다. 보기만 해도 퇴폐적인 환경에 기분이 나빠지는..

방콕 파타야 패키지 상품은 대부분 어른들이 많이 선택해서(여행 입문지로 알고 있다.) 가는 걸로 알고 있는데 이걸 어른들이 좋아한다고? 지금 생각해도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내가 고른 상품의 일정만 저랬던 것은 아니다. 모두 일정은 비슷했다. 옵션이 들어가고 안 들어가고 그 정도의 차이.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왜 저런 것들이 방콕 파타야를 대표하는 곳인지 모르겠다.

심지어 우리 일행은 죄다 젊은 사람들이었다. 20대 내 또래들. 가이드는 나이가 꽤 있는 아저씨였는데 지금 생각하면 짬(!)있는 가이드가 자기 편하려고 젊은 사람만 모아서 팀을 꾸린 것 같다. 당연히 여행의 질도 떨어졌다. 그땐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갔는데(모르기도 했고 지금만큼 안 못됐었던 거 같기도 하고) 성의도 없었고 심지어 저 쇼 일정에는 지각까지 했다.

패키지는 딱 두 개가 여행의 질을 좌우하는데 하나는 날씨고 하나는 가이드다. 둘 다 내가 선택할 수 없고 통제할 수 없는 변수이다. 그래도 경험상 유럽 라인이나 미주라인 가이드는 대체적으로 다 좋았다. 가이드 교육의 문제인지 먼 곳까지 오는 손님들은 돈 있는 사람일 거란 생각에 대우가 달라지는 가이드 인성 문제인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라면 미안하지만 가이드 문제가 늘 거론될 때 보면 동남아 패키지인 경우가 많다. 항공, 숙박 가격을 다 후려치고 선택 옵션에서 폭리를 취해야만 이윤을 남기는 패키지여행 구성상 어쩌면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소박했던, 행복했던

그렇다고 이 여행 전체가 안 좋은 기억이었던 것은 아니다. 늘 내 여행의 목적은 회피와 도피이듯 영업하듯 겨우 친구를 꼬드겨 내 비행기를 타고 날아왔다는 것만으로 목적을 달성한 것이니.

셋째 날이던가 파타야 바닷가에서 물놀이를 하고 오후 자유시간에 호텔 수영장에서 놀았던 것은 그래도 좋았다. 악어 호랑이 따위 안 보고 그냥 호텔에만 내버려 둬도 더 좋았을 기억...

그리고 가장 거했던 호텔 뷔페 저녁을 먹고 그토록 내가 바라던 야시장에 가서 간식도 사 먹고 조카들 선물도 샀다. 정찰제였는지 흥정이 가능했던 시장인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가격표가 별도로 붙어 있어서 흥정 없이 샀는데 왠지 흥정이 됐을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이제 와 조금 아쉽다..(흥정 싫어하지만 호구는 안 되는 타입)

요즘 태국 카페에는 물가가 너무 올랐다고 아우성인데 8년전 가격을 보니 오를때가 되지 않았나 싶긴 하네..(20바트=800원미만)

돌아가고 싶은 적은 없었지.

공항에서 남은 돈을 턴다고 맥도날드니 여기저기 뛰어다녔다. 남은 돈은 무조건 처리해야 한다는 생각이 당연할 때였는데 지금 생각하니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가까운 나라는 언제고 다시 갈 수 있는데. 지금 내게 태국 바트는 한국돈으로 20만 원 넘게 있다. 심지어 구권 신권 섞여 있다. 빨리 쓰고 싶다......

친구는 빨리 한국에 돌아가고 싶다고 했다. 재미가 없었나 보다. 뭐 어느 정도 이해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고 일기를 썼던 것 같다. 한국에서 날 기다리고 있는 즐거움은 하나도 없었으니까.(이때만 그런 것은 아니고 매번 여행 때마다 되풀이되지만)


악어와 코끼리로 기억을 남기지 마세요.

늘 받는 질문이고 늘 하는 말이지만 "어디가 가장 좋았어?"란 질문을 난 좋아하지 않는다.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이기 때문이다. 좋았던 이유는 나라마다 도시마다 너무 다른 이유로 좋고 여행은 장소 자체보다 외부적 조건(동행인, 날씨, 그곳에서 받은 특별한 경험)에 의해 추억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그랬더니 친구가 질문을 바꿨다.

"그럼... 좀 별로였던 데는 있어?" 조금 생각하다가 나는 이렇게 답했다.

"음... 굳이 꼽으라면 방콕 파타야? 근데 그건 거기가 별로였다기보다 패키지에다가 가이드가 별로여서 그랬던 것 같아."

그 말은 맞았다. 난 방콕이 싫었던 게 아니다. 싫다니. 2015년, 나는 방콕과 사랑에 빠져서 매년 방콕에 가는 오라오라병에 걸린다.(방콕에 자주 가는 사람은 무슨 말인지 이해할 것이다. 안 가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 간 사람은 없다는 방콕)

패키지여행은 그 나라 혹은 도시의 유명 지역을 핵심적으로 빠르고 편하게 보는 것이 장점이라 어찌 됐든 랜드마크에 가면 자유여행객과 패키지 여행객이 만날 수밖에 없는데 이렇게 패키지여행 구성이 별도로 다른 곳이 있을까 싶다. 아마 시간이 지났으니 지금은 다를 것이라 생각하는데 나보다 몇 년 더 먼저 똑같이 방콕 파타야 패키지로 다녀왔던 엄마는 내가 2016년 방콕 여행을 가자고 했을 때 썩 내켜하지 않았다.

"너도 갔고 나도 갔는데 방콕을 가자고?"

"패키지랑 다르다니깐."(작년에 간 이후로 또 가고 싶어서 안달 난 상태)

엄마는 자신이 다녀왔던 사진 몇 장을 보냈다. 웃겼다. 도대체 이런데 왜 데려간 거야? 내가 분개했던 악어와 호랑이 사진 ㅋㅋ

"이런데 안가. 방콕은 도시라니깐."

엄마는 마지못해(어디라도 누군가 가자고 할 때 가야 할 것 같아 결정한 느낌) 승낙을 했다. 그리고 누구보다 신나게 논 뒤 돌아온 인천공항에서 헤어지며 내게 이렇게 말했다.

"재밌었어!"

그리고 일 년 뒤 바르셀로나에서 헬싱키로 넘어오던 비행기에서 옆에 앉은 일행 아줌마와 하는 얘기를 들었다.(경유인데 자리가 붙어 있지 않아 엄마와 나는 떨어져 앉음)

"저도 방콕 파타야를 애 아빠하고 갔을 때는 음식도 냄새가 너무 나고 막 싫었는데.. 애랑 가서 돈 주고 사 먹으니까 음식이 아예 다르더라구요. 되게 맛있었어요. 가는데도 아예 다르구요.."

은근히 자랑하고 있었다. 껄껄

그래서 이 글의 주제는, 방콕 파타야만큼은 절~대로 패키지로 가지 마세요. 제발 간곡히 부탁(!) 드립니다.

그런 의미로다가 2015년 첫 자유로 갔던 방콕 여행 사진 한 장 예고편(?)으로 투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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