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사람들은 나의 '취미'에 대해 물어보고는 한다. 그것이 몇 년 전 고등학교 때 들었던 영어 작문 수업에서든지 아니면 소개팅의 첫 만남의 자리에서든지 상관없이 난 그 질문 들을 때마다 생각에 빠지곤 했다. 왜냐하면 딱히 나는 운동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특별한 어떤 것을 모으는 것도 없었기에 늘 흔하디 흔한 영화 감상, 독서, 음악 감상들을 말하곤 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서 말했던 것들은 여가시간에 따로 시간을 내어 하기보다는 삶에 녹아있는 습관들이었기에 지금 생각해 보면 따로 취미라고 할 수 없었던 것 같다.
실질적으로 나는 대학교 1학년 때 진정한 취미를 가지게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때는 대학교 기초 글쓰기 수업에서였다.'
글쓰기는 초 중고등학교를 지나면서 나에게 제일 취약한 부분이라고 생각했기에 이 과목을 수강 신청하기 전부터 좋은 학점을 과연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해 걱정이 많았다. 교수님은 어느 날 과제로 어떤 주제이든지 상관없으니 수필을 써오라고 하셨고 그중에서 잘 쓴 세 작품을 뽑아 같이 토론해보는 시간을 갖는다고 하셨었다. 그래서 그때 나는 '성악하는 사람들은 다 공부를 못하는가'에 대해서 A4 한 페이지 짜리의 글을 써갔다. 왜냐하면 이 말은 성악 전공생들이 많이 듣기도 하고 실제로 학교를 다녀보니 누구보다 공부를 많이 해야 하는 그런 학과였기 때문에 이참에 다른 과들과 같이 모인 자리에서 해명하고 싶은 마음이었던 것 같다. 교수님은 예상치 못하게 나의 글을 뽑아주셨고 흥미로운 주제 선정 그리고 공감이 되는 글, 흥미를 이끄는 서두 등등을 코멘트해주셨다. 실제로 같이 수업 들었던 동기들의 칭찬 다른 과 학생들의 칭찬들은 무언가 스스로 못한다고 생각해 아예 가둬버린 그런 새로운 면을 꺼내 주는 기회가 되었다.
그때부터 자신감이 조금씩 생기면서 간단한 글부터 쓰기 시작했다. 하루를 기록한다거나 책을 읽고 난 후에 요약을 해본다거나 말이다. 그 후에도 학교를 다니면서 리포트를 쓴다거나 하였지만 본격적으로 내 이야기를 한 자 한 자 써 내려가는 것은 블로그가 처음이었다. 어떤 날은 금방이지 30분 만에 써 내려가는 날도 있지만 어떤 날은 쓰고 고치고 하기 때문에 한 시간을 훌쩍 넘기는 날도 있다. 나의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것, 너무 편협적이지 않게 서술해야 한다든지, 주어와 서술어가 일치하는 매끄러운 문장들을 쓰는 것은 생각보다 쓱 써 내려가기 어려운 것들이었다. 하지만 반 페이지라도 스스로 쓴 글이 어쩔 때는 공감을 일으키거나 했을 때 마치 나는 학점 A+ 받는 것보다 보람차고 기쁠 때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가감 없이 누구보다 솔직하고 그냥 느끼는 내 생각과 감정들. 유학 생활에 대한 소개라든지 독일 유학의 정보라든지 그런 거보다는 내가 유학 생활에서 순간순간 느꼈던 감정들, 생각들을 주로 마치 일기처럼 앞으로 계속 작성할 것이다. 그렇다면 후에 나이를 먹었을 때 '아, 이때는 내가 이렇게 느꼈고 생활했구나, 지금은 더 훨씬 성장한 것 같다' 등을 오래된 일기장처럼 느낄 수 있기에. 혹은 지나고 보니 별거 아니었더라 하는 그런 생각들.
일기지만 남들이 다 보는 곳에 글을 쓰는 것은 어떠한 책임감을 조금이라도 느끼기 위해서이다. 스스로에게 자유롭게 종이에 글을 써봐라 하면 작심삼일도 안 가고 그만둘 것을 알기에 그래도 글을 꾸준히 쓰고 싶기에 오늘도 빈 화면에 검은 글씨를 채우기 위해 소재를 생각한다.
서툰 문장들이 세월을 따르면서 성숙하고 가지런하게 되는 그날까지 나는 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