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가 서문을 띄우기 위해서 또는 한 문장을 쓰기 위해서 몇 시간 혹은 며칠을 고민하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을 것이다. 사실 독자의 입장으로서 한 문장 나아가 한 문단을 읽는 것은 몇 초에 불과한 것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작가들은 거기에 힘들이는가.
사실 조금만 생각해 보면 답은 나와있다.
그게 차별성이라는 것이다.
수천 개의 글 속에서 어떤 글이 특별함을 갖는 것은 독자들이 자신의 글을 읽도록 이끄는 어떤 무언가가 있다는 것이다. 사실 에세이스트들은 정말 많다. 하지만 인기 많고 책을 출판한 에세이스트의 글을 보면
확실히 다르다는 것을 명백히 느낄 수 있다. 독자들은 몇 초 만에 읽어버릴지라도 그게 한 문단, 두 문단 한 장의 글이 될 때는 마침내 깨닫게 되고 만다. 얼마나 많은 고민을 통해서 이 글이 적혔는지.
그러면 작가의 수고를 아는 독자들은 천천히 한 문장씩 음미하면서 읽기 시작한다.
어찌 그 수고를 모른 채 하리오.
천천히 읽다 보면 작가들의 필체, 어휘에 크게 공감할 때도 있고 자신의 생각, 삶의 태도 대해 돌아보기도 한다. 이런 점을 뒤돌아 봤을 때 나는 지금까지는 그저 서술에만 초점을 맞춘 그런 글을 썼었다. 내가 겪었던 일은 어찌 보면 비슷한 일을 겪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일으킬 수 있겠지만 아예 다른 분야에 몸을 담고 있는 사람들은 공감하지 못할 지도 모른다. 모두가 공통적으로 겪는 혹은 모두가 공통적으로 느끼는 그것에 대해 서술해야 마침내 모두가 공감을 한다.
노트북으로 서슴없이 써 내려가는 글에 회의가 생겼다. 고민이 생겼다. 단순히 글을 읽고 마는 유흥거리에 그치는 글이 아니라 생각을 하게 만들고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드는 그런 고민을 하도록 하는 글을 써보고 싶다. 나만의 이야기로.
자신의 삶과 생각들을 돌아보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다.
밥을 먹고 이제 글을 써야지 할 때 생각나는 것이 아니다.
혼자 공원에 앉아 시집을 볼 때, 산문집을 읽을 때,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볼 때,
일상에서 겪는 어려움과 힘듦으로 깨닫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삶에 녹아든 그런 것들로.
그런 것들은 긴장 속에서 보다 편안함 속에서 많이 찾아온다. 혹 누군가는 글이 써지지 않을 때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여행을 떠나거나 산책을 함으로써 기분을 환기시키기도 한다.
그러면서 심연 저 깊은 곳에 있었던 것이 예기치 않게 생각나는 것일지도 모른다.
쓱 써 내려간 글을 바로 발행하지 않는 것 그것은 내 마음에 썩 들지 않기 때문이다. 고치면 조금은 나아질까. 생각하고 생각한다. 자기 전에 문득 이런 식으로 쓰면 어떨까 라고 생각하는 날이 많아졌다.
브런치에 기고했다.
이번이 두 번째 도전이었다.
첫 번째 도전과 마음가짐이 사뭇 다르다.
'어디 한번 해볼까'가 진심이 되었고 꾸준히 연재를 하고 싶어 졌다.
한 번의 실패로 자신의 글을 돌아보게 되었고 어떤 식으로 독자들에게 나누고 싶은지 생각하게 되었다.
단순히 묘사 형태의 서술형의 글이 아니라 마음을 나누고 깊이 있는 글을 쓰기 위해서는 나 스스로도 굉장히 고민을 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누구나 다 경험한 일일수 있지만 작가에게 그 순간이 아주 다르게 깨달아질 수도 있기 때문에.
삶에 거쳐가는 것들에 귀를 기울이고 관심을 주어야 한다.
그래야지 속 깊은 글을 쓸 수가 있다.